"시민사회·경제를 축으로 '협동조합 정책' 새 판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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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경제를 축으로 '협동조합 정책' 새 판 짜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9.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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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년 성과·전망 컨퍼런스]
외식업중앙회 주최, 시장경제 주관 27일 열려
성일종·최승재·홍석준 의원실, 소진공 후원
성공사례 발표, 정책재조명... 구체적 대안 제시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한 장점 적극 살려야
정부 정책적 뒷받침 중요... "내실이 우선"
사진=
(사)한국외식업중앙회와 시장경제신문이 공동으로 28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개최한 '협동조합 정책제안 컨퍼런스' 전경. 사진=정상윤 기자

협동조합기본법이 2011년 제정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국내 협동조합들이 ‘양적 성장’은 거둔 반면, ‘질적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으로 안착한 협동조합 사례들을 분석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협동조합 모델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소상공인협동조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시장경제신문은 창간11주년을 맞아 28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정책제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제안 컨퍼런스는 (사)한국외식업중앙회가 주최하고 시장경제신문 주관으로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 국회의원 성일종 의원실, 최승재 의원실, 홍석준 의원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연합회가 공동 후원했다.

이날 전강식 외식업중앙회장은 인사말에서 “협동조합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정책 기본틀에 대한 원점 재검토는 물론, 자생적 협동조합 활동가들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듣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가 대한민국 협동조합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진기 시장경제신문 편집국장도 인사말을 통해 “협동조합 정책의 문제점을 되짚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시장경제신문은 앞으로도 소기업·소상공인, 벤처·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정책 컨퍼런스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경제주체간 상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식업중앙회 전강식 회장. 사진=정상윤 기자
외식업중앙회 전강식 회장. 사진=정상윤 기자
김부승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김부승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정상윤 기자

먼저, 1부에서는 ‘소상공인의 든든한 울타리 협동조합-성공사례 발표’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자로는 김부승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 이사장, 김영식 에너지제로협동조합 이사장과 손일균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나섰다. 사회는 손무호 외식업중앙회 정책국장이 맡았다. 

첫번째 발표자인 김부승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 이사장은 12개 협동조합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연합회에 대해 소개했다. 연합회의 목적에 대해 김 이사장은 ▲규모의 경제 구현 ▲범위의 경제 구현 ▲지역 공동체와 상행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규모의 경제 구현은 각자 기업이 공동으로 브랜드, 판매, 마케팅을 진행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들이 물류와 창고, 작업장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경영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위의 경제 구현은 상품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각 협동조합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동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김영식 에너지제로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김영식 에너지제로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정상윤 기자

김영식 에너지제로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인 수원시 거주 독거노인들의 안전환경을 돕기 위해 가옥에 직접 방문해 전기 안전사용과 LED 조명을 바꿔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경영철학으로 ▲고객우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근로자 일자리 환경개선 등을 강조했다. 그는 “CSR 분야에서 연평균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7년간 국내 거의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체 해당하는 4000여개의 고객사를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에너지제로협동조합은 조명분야 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2016년부터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인테리어 라인 조명이 주요 사업으로, 4개의 장관표창과 12개의 지식재산권 특허를 보유한 협동조합이다. 

손일균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손일균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정상윤 기자

손일균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렌탈사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이 모여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이라며 “렌탈분야에서 다양한 일자리창출을 모델로 지난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2013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대거 렌탈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5명의 렌탈업 종사 사업자들이 모여 사업자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렌탈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게 시작한 협동조합이었지만, B2C 부문에서 누적 10억원, B2G·B2B 부문에서 누적 12억원을 수주했다”며 “최근에는 모빌리티, 온라인 판매, ESG, 사회적 경제기업간 협업, R&D, 도시재생사업 등 6가지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동조합 정책 역부족... 선진국처럼 자립에 초점 맞춰야"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정상윤 기자

2부에서는 협동조합 정책 재조명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로는 홍세욱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치스), 황병조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정책기획팀장과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現 ICT폴리텍대 산업현장 교수)가 연단에 올랐다. 

홍세욱 변호사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의 완결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개선 방향으로는 ▲기존 경제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협동조합 역할 강화 ▲청년과 소상공인 창업 등 스타트업 지원 확대 ▲중소벤처기업부의 적극적 역할 필요 ▲협동조합 전담 공공기관 설립 등을 꼽았다. 

홍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대기업 등 일반기업에 비해 효율적인 운영과 대규모 자본조달 능력 등은 부족할 수 있지만, 일반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3차 서비스 산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기존의 경제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역할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 협동조합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초기 스타트업들이 협동조합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홍보와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협동조합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중기부가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역할이 매우 많다”고 부연했다. 

황병조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정책기획팀장. 사진=
황병조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정책기획팀장. 사진=정상윤 기자

황병조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정책기획팀장은 ‘현장에서 본 협동조합 정책 문제점’을 주제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협동조합은 다수 약자가 협동·자조를 바탕으로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업체이며,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정의했다. 

나아가 “협동조합도 창업·벤처 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과 같은 하나의 기업체로 인식될 수 있다”며 “소상공인을 조합원으로 다수 임직원을 채용하는 등 규모의 경제 바탕의 신기술(서비스)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인력채용 ▲양성교육 ▲기술혁신 자구노력 등을 핵심으로 꼽았다. 황 정책기획팀장은 “협동조합은 사람이 자본을 임대하고 가치를 실현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실태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교육강화, 고용확대, 사업규모 확장, 자금조달 어려움 개선, 사업모형 다각화, 상생협력 모색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 사진=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 사진=정상윤 기자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는 ‘미래를 위한 공존, 기업과 협동조합’을 주제로 발표했다. 민 대표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지난 10년간이 성장을 위한 지원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시민·사회·경제를 축으로 전환을 위한 미래 구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 대표가 제안한 미래 10년 협동조합의 3대 방향성은 ▲기본으로 회귀 ▲정부로부터의 독립 ▲수요자에 대한 확장성 확보 등이다.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자율적 조직으로서, 경제·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다양한 수요 충족 등을 수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운영을 가능토록 하는 ‘방법론 지원’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의 경우, 통계적 분석이 아닌 실질적 분석을 통해 한국형 협동조합 표준모델을 수립·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형 협동조합 성장단계별 인증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민 대표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단계를 벤치마킹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정부의 효율적 지원을 구현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에게는 소속 조합의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자발적 노력과 참여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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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정책제언 종합토론 모습. 사진=정상윤 기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박경욱 사회적협동조합 스윗 사무국장과 이필재 서울·강원소상공인협업아카데미 총괄 등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필재 총괄은 “협동조합을 놓고 지속가능성과 성공가능성에 대한 두 가지의 사회적 편견이 있는데, 둘다 가능하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며 “프랑스와 독일 등은 소상공인협동조합의 비중이 무려 35%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파리의 주요 점포들은 협동조합 소속 슈퍼체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정책도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단계 성장·발전하는 것이 국가경제 차원에도 도움 되는 일”이라며 “정부차원의 협동조합 전담기구 구성에 적극 동의한다”고 부연했다. 

박경욱 사무국장은 “저희 같은 경우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사회적 기업으로 가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로 회사를 운영하고, 청각장애인 교육과 관련해서도 일정부분 수익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협동조합 자체 매출이 많지는 않지만,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며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함께 진행해 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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