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당성 잃은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제재가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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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당성 잃은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제재가 능사인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9.13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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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 낙인에 세계 톱권 아연생산 발목
제련소 인근 카드뮴 수치 '기준치 이내'
제련소 위치 봉화군 취수장 수질 '1등급'
지역 환경단체 제시 데이터 신뢰도에 의문
경북도, 제련소 조업정지 60일 처분도 도마위
2019년 10월, 경북 봉화 석포면 봉화마을에서 석포면 주민, 영풍제련소 노조, 청년회장단, 현안대책위원회 등이 ‘영풍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및 폐쇄 반대’ 집회를 가졌다. 사진=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
2019년 10월, 경북 봉화 석포면 봉화마을에서 석포면 주민, 영풍제련소 노조, 청년회장단, 현안대책위원회 등이 ‘영풍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및 폐쇄 반대’ 집회를 가졌다. 사진=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

영풍그룹 석포제련소는 1970년 아연 제조 국산화를 목표로 경복 봉화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 금속제련산업의 토대를 놓은 이 회사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1년 기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시장 점유율 4위, 자매기업인 고려아연을 포함하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기업이 최근 몇년 사이 환경을 파괴하는 파렴치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일부 지역 환경단체의 일방적 발표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 대표적으로 석포제련소 인근 농작물이 중금속 범벅이라고 주장했지만 확인결과 기준치 이내였고, ppb(10억 분의 1)와 ppm(100만분의 1) 단위 오인에 따른 것으로 결론났다. 최근에는 경상북도가 조업정지 60일 처분을 내리면서 다시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 결과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수치는 ‘정상’으로 나타났다. 제련소가 위치한 봉화군 '취수장'도 수질 검사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중금속 때문에 집단 폐사했다는 왜가리는 안동대 조사 결과, 백로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환경부가 카드뮴 유출로 석포제련소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하루에 약 22kg의 카드뮴이 공장 밖 외부 지하수로 유출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망 산출치'에 불과해 논란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제련소 인근 주민들은 환경단체 주장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면 인근에서 대대손손 농사를 지으며 수십년째 거주하는 이들이 환경단체 발표를 외면하는 상황은 벌어질 수 없다. 

환경부와 환경단체 발표를 둘러싼 신뢰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북도는 조업정지 처분을 강행했다. 법적으로 처분권자가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환경부의 처분 요구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석포제련소 과징금 처분과 관련돼 법무부 유권해석과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제련공정은 그 특성 때문에 조업 정지 후 시설을 재가동, 수율을 정상 수준치까지 끌어 올리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 아연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아연 공급 불안은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인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우리 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인상, 투자자 증시 이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 폐수 유출? 환경단체 데이터 신뢰도 의문 

석포제련소 폐수 무단 유출 논란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환경부 신뢰도를 의심할만한 객관적 정황이 존재한다면 그 데이터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석포제련소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폐수가 무단 방류됐다는 환경부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는 다수 존재한다. 경북도 역시 조업정지 처분 강행에 앞서 의혹의 출발점인 환경부 주장의 진위를 살피는 것이 타당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방정부의 조업정지 처분은 그 실체적 정당성을 충분히 담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경북도는 제품 세척 등에 사용된 용수가 공장 바닥으로 흘렀고, 토양 오염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법령이 금지하는 '폐수 유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극판 세척수와 쿠션탱크 폐수 등이 '유출'됐다고 경북도는 밝혔다. 반면 회사 측은 용수가 공장 밖으로 흘러 나간 사실이 없고, 지하 차집시설과 오염 정화 시설이 폐수를 모두 회수해 재활용됐으므로 도의 행정처분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유출'의 정의를 놓고 양 측이 전혀 다른 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풍, 국내 제조기업 중 최초 무방류 시스템 도입 

다른 하나는 당사자인 기업의 노력을 지나치게 저평가했다는 사실이다. 회사는 제련 과정에 쓰인 용수의 공장 밖 유출을 막기 위해 지하 차집시설을 설치하고, 300억원을 들여 미국으로부터 오폐수 무(無)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 ZLD)을 도입했다. 

석포제련소는 2025년까지 수질, 대기, 토양, 산림 등 오염 방지를 위해 7200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수질 안전에 5500억원을 배정했다. 사업계획에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 지하 차집시설, 빗물(비점오염수)로 인한 수계 영향 차단 시설 설치 등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차단’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대한 예방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ZERO'를 뜻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1700여억원의 투자를 실행했다. 한해 영업이익이 500~1000억 수준인 기업에겐 미래를 건 투자다. 국내 제조기업 중 ZLD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영풍이 처음이다.
  

경북도 조업정지, 실체적 정당성 갖췄나 

제조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공정수 배출 'ZERO'를 선언한 곳은 아직 없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기업이 미래를 걸고 친환경 공정 도입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규제 당국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는 지역민들이 제련소 폐쇄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행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행정청의 처분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법령 문구의 기계적 해석에 의지해 처분의 정당성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지역민 전체에 이익이 되는지를 숙고하는 것이 옳다. 

<아연(ZINC) 이란?>

아연(ZINC)은 금, 은, 동, 납(LEAD), 주석(TIN), 철 다음으로 인류 문명사에 등장한 금속이다.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7번째 금속이란 평가도 있다. 인간은 아연 없이는 일상이 어려울 만큼 우리 생활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있다. 철의 부식을 막고, 건전지의 음극을 만드는데도 아연은 필수이다. 쓰임새가 매우 다양한 황동은 아연이 없으면 제조가 불가능하다.

프랑스 정부는 1889년부터 2018년까지 17차례에 걸쳐 파리 에펠탑을 보수했는데 아연 도금을 했다면 그 수가 7번으로 대폭 줄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을 아연이온배터리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석포제련소는 아연 성분 99.995% 이상의 고품질·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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