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폭’ 가고 ‘맥덕’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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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 가고 ‘맥덕’ 시대 왔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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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주류 수입액 첫 1위, 양주업계 200ml 소량화 개발로 반격 나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1~7월) 맥주 수입액은 1억4,392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5% 증가한 수치다. 주류 가운데 맥주가 1위를 차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폭’(양주 폭탄주)의 시대가 가고 ‘맥덕’(맥주 덕후)의 시대가 왔다.

최근 술자리·회식 문화가 줄고, 혼족이 늘자 맥주를 즐기는 소비층이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이재인(34)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맥덕’으로 불린다. 이 씨는 요즘 수입 맥주 매력에 푹 빠져있다. 편의점에서 4~5병에 1만원 하는 이벤트를 통해 싼 가격에 여러 종류의 맥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편의점에 가면 20여종의 수입맥주들이 있는데, 단돈 1만원이며 4~5종을 구할 수 있다”며 “한국 맥주에 비해 맛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수입 맥주를 마실 때마다 마치 해당 국가에 온 느낌을 간접적으로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올해(1~7월) 맥주 수입액은 1억4,392만달러다. 주류 가운데 맥주가 1위를 차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5% 증가했다. 2015~2016년 1위에 오른 와인의 올해 증가율 4.6% 보다 10배 이상 높다. 반면 양주 중 최다를 차지하는 위스키의 올해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14.8% 줄었다.

맥주에 이어 와인이 1억1,146만달러로 2위, 위스키가 8,026만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양주가 열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브랜디 수입액은 182만달러에 불과했다.

2014년 처음으로 수입액 1억달러를 넘어선 맥주는 거침없이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2011년 33.6%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20%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입 맥주 1위는 아사히·기린·산토리·삿포로 등 일본 4대 맥주가 활약한 ‘일본산’(3,972만달러)이 차지했다. 칭타오를 앞세운 중국산이 2위(2,073만달러), 독일산이 3위(1,463만달러),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벨기에산(1,242만달러), 아일랜드산(1,176만달러)이 4, 5위에 올랐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맥주의 급성장은 가볍게 술을 마시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홈술' '혼술' 등이 유행하면서 뻔한 브랜드보다는 개성 있는 제품을 찾는 경향도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맥주와 와인이 쌍두마차로 수입산 술의 증가세를 이끌면서 전체 주류 수입액도 늘었다. 올해 수입액은 4억9821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 늘었다.

위스키의 매출은 8년째 고꾸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66만9587상자로 8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284만 상자에 비해 41.1%나 줄었다. 지난해 실적도 전년대비 4.5%나 줄었다.

이 추세는 2017년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위스키 전체 판매량은 37만1634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줄었다. 저성장과 지난해 9월 시행한 김영란법 등으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전성기는 2000년대였다. 위스키와 맥주 등을 섞어 마시는 일명 ‘폭탄주’ 문화가 퍼지면서 위스키 매출도 덩달아 올라 양주 전성기를 견인했다. 당시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는 위스키 빅3로 불리기도 했다.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사라지고, 가볍게 혼자서 즐기는 혼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양주 판매량은 8년째 감소하고 있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터지자 위스키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현재도 계속 추락 중이다. 스카치블루 2016년 판매량은 2015년에 비해 13.4% 떨어졌고, 윈저 -11.1%, 임페리얼도 -7.6% 하락했다.

양주업계는 그동안의 추락을 멈추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소형화’ 전략을 빼들었다.

먼저 발렌타인과 시바스 리갈, 임페리얼, 앱솔루트 등은 500ml에서 200ml~350ml 소용량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10월 출시한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200ml)에 이어 지난 4월부터는 ‘블랙 레이블’(200ml’)을 선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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