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정에 족쇄 풀린 '수제맥주'... 편의점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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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개정에 족쇄 풀린 '수제맥주'... 편의점 속속 등장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5.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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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서 판매 가능
독립성, 다양성 등 '수제맥주' 기준 설정
사진=픽사베이

소비자들이 이제 마트·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주류에 대한 세금,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유통 규제가 대폭 풀렸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주세법 개정과 함께 수제맥주 유통에 들어갔고, 대형 콜라보 등도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수제맥주를 팔 수 있도록 바뀐 주세법 개정안은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주세법 개정안의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제맥주의 유통 채널 확대다. 둘은 수제맥주 제조업자의 세금 부담이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제조 영업장에서만 판매 가능했다.

◇ 강서·달서·전라, 동명항·속초·아바이 등 수제맥주 속속 등장

주류 및 유통업체들은 개정 시작과 함께 개발 및 판매에 돌입했다. 편의점 CU는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 `전라맥주`, 제주맥주주식회사의 `제주위트에일` 등 수제맥주 4종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매출은 3월 대비 20.7% 증가하며,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패션업체 LF는 지난해 인수한 주류 유통사 인덜지를 통해 양조장을 설립하며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CJ푸드빌, SPC그룹 등 외식업을 하는 기업들도 자사 매장에 수제맥주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과 SSG푸드마켓 등 9개 매장에서 국내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수제맥주 27종을 판매키로 했다.

기업들의 콜라보들도 눈에 소비자들의 기대를 사로잡고 있다. 수제맥주 회사 핸드앤몰트는 글로벌 1위 주류회사 AB인베브의 100% 자회사인 오비맥주와 손잡았다. ‘구스아일랜드’ 등 수제맥주 전문 펍을 운영하는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자회사 ZX벤처스는 지난 2일 핸드앤몰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핸드앤몰트의 맥주를 국내 시장에 활발하게 유통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팔겠다는 계획이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수제맥주. 강서맥주, 달서맥주, 전라맥주. 사진=CU

◇ 한국의 수제맥주 시장 ‘걸음마 단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이번 개정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00여억원, 5년 뒤에는 1500억원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조업체 수도 증가추세다. 2015년 51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 83곳으로 늘었다. 면허건수는 2014년 54개에서 2017년 95개로 늘었다. 종류는 약 700여 개에 달한다.

◇ 수제맥주의 인기 비결 ‘다양성’과 ‘맛’

수제맥주의 인기 비결은 역시 ‘다양성’과 ‘맛’이다. ‘우리나라 맥주는 맛이 없다’, ‘싱겁다’, ‘소맥용이다’ 등 한국 맥주의 이미지는 초라했다. 그러면서 수입맥주와 라거(Lager) 맥주들이 사람들의 주(酒)맛을 점령해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맥주 전문 제조업체들의 성장, 주세법 개정으로 연결됐다. 현재 맥주 전문 제조업체에서 내놓는 맥주들은 맛과 향이 모두 제각각이다. 맥주 마니아들을 넘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혀에 맞는 맥주를 찾아 떠나는 수제맥주 시장이 만들어 진 것이다. 대기업들의 눈에도 시장이 들어왔다. 신세계를 비롯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SPC그룹, 패션업체인 LF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수제맥주 제품들. 사진=이마트

◇ 한국수제맥주협회, '수제맥주' 기준 설정

한국수제맥주협회가 국내 ‘수제맥주’의 기준을 제시했다. 대형 맥주제조업체가 수제맥주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자본력으로 시장 다양성을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회는 지난 9일 임시총회를 통해 수제맥주업체에 대한 정의와 협회 회원사 자격 기준을 통과시켰다고 17일 밝혔다.

기준은 연간 생산량 1억ℓ 미만(국내 맥주출고량의 약 0.5%)이다. 주류 관련 대기업 지분은 33% 미만 즉, 독립성을 갖추고, 주력 브랜드의 국내생산 비율이 80%이상인 지역성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33개 회원사 중 ‘롯데 클라우드비어스테이션’, ‘더핸드앤드몰트’, ‘더부스’ 등 3개사가 제명됐다. 협회에 따르면 이번 기준은 미국양조협회가(ABA, American Brewers Association)가 ‘크래프트 맥주의 정의’를 소형(Small), 독립성(Independent), 전통성(Traditional)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을 모델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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