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실, 총수 일가 재산증식 위해 일했다" [막오른 한화솔루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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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실, 총수 일가 재산증식 위해 일했다" [막오른 한화솔루션 재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3.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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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부당거래 의혹 의결서-속기록 분석
한화솔루션, 한익스프레스에 1600억 부당지원
공정위 "그룹 경영기획실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
"한화솔루션, 그룹에 방어논리 '물류비 절감' 제안"
김창범 부회장, 내부 직원 반발 묵살 정황도
한화 "경영기획실 이미 해제... 의혹, 일방적 주장 불과"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020년 11월 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한화솔루션㈜의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와 관련, 시정명령과 과징금 229억원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브리핑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020년 11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화솔루션의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 관련, 시정명령과 과징금 229억원 부과 등을 포함한 제재 의결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한화그룹 계열 한화솔루션과 김승연 회장 친인척 소유 기업 한익스프레스 사이 부당거래 의혹 사건 핵심은 동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과 김승연 회장 측근 중 한 명인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은 2011년 한화비자금 비자금 사건의 본산(本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 컨트롤타워로 다시 한 번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지목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이 전체 밑그림을 그렸다면,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내부에서 직원 반발을 무마하고 지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1979년 5월 15일 한화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 1989년 9월 28일 최대주주였던 한화가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화로부터 한익스프레스 주식을 인수한 이들은 한화 계열사 임직원들이었다. 현재는 김승연 회장 친누나인 김영혜 씨가 대주주로 있다. 한익스프레스의 2019년도 매출액은 5489억8800만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이며 한화와의 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 

한화솔루션 부당거래 의혹 공판은 29일 시작한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이 사건 쟁점을 정리했다.
 

공정위 "실제 역할 없는데 친누나 기업 끼워 넣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한익스프레스를 부당지원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한화솔루션은 200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한익스프레스에게 수출용 컨테이너 운송 물량 전부를 몰아주고, 정상적인 거래보다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지급해 총 87억원의 운송비를 부당지원했다.

두 번째 한화솔루션은 2010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산·가성소다’를 판매하면서 실제 역할이 없는 한익스프레스를 운송 단계에 끼워넣어, 거래규모 합계 약 900만톤, 거래대금 합계 약 1500억원의 통행세를 받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 고발과 함께 한화솔루션에 과징금 156억8700만원, 한익스프레스에 72억83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동법 47조 1항 1·2호, 동조 3항).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을 의결하면서 그 근거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시장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운송단가로 컨테이너‧탱크로리 거래를 지속한 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 등에 의한 지원행위로서 지원의도 명백,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 회사(한익스프레스)를 매개로 거래해 부당한 이익 제공, ▲부당지원행위가 10년 넘게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정도로 위법의 정도가 중대한 점, ▲한익스프레스가 한화솔루션의 부당지원행위를 통해 얻게 된 경제적 이익이 상당하다는 점, ▲한익스프레스가 속한 물류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크게 저해한 점 등이다.

표면적인 사건 쟁점은 부당거래 행위의 실체 규명이라 할 수 있으나 본질은 따로 있다. 부당거래를 설계하고 지시한 '몸통'을 찾는 것이다. 드러난 위법행위만 처벌하고 동 행위를 지시한 자를 단죄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주요 쟁점, '그룹 경영기획실' 실체·역할 

공판의 또다른 쟁점은 그룹 경영기획실 실체 여부이다. 회사 측은 이미 해제돼 사라진 조직이라며, 공정위 심의의결서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으나 공정위는 경영기획실 직원이 각 계열사 물류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부당거래의 근거로 제시했다.

▶경영기획실 A는 2017년 7월 26일 각 계열사 물류담당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부거래 점검 차원에서’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 현황표를 제출토록 했다. 

▶한화솔루션 담당 직원은 경영기획실의 요청에 따라 ‘내부거래 현황표’를 작성했는데, 그는 한익스프레스와의 수의계약을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하면서 그 대응 방안으로 ‘물류효율화 방안에 따른 운송비 절감’이란 방어 논리를 제안했다. 

이같은 사실은 한화 측이 적어도 17년부터 ‘총수 일가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한화 변호인단의 대응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18년 3월 20일 실시한 현장조사를 통해 경영기획실에 대한 존재를 확인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의결서에 담았다.
 

공정위 "경영기획실이 총수 일가 재산관리"  

한화 측 "이미 사라진 조직... 법인만 고발"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는 심의의결서를 통해 그룹 경영기획실의 역할을 강조했다. 심의의결서는 그룹 경영기획실을 이렇게 정의했다.

'경영기획실은 총수 일가의 개인 재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들의 재산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했고, 한익스프레스와 같은 차명소유회사의 운영 등 총수 일가의 재산증식을 위해 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와 검찰 기소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은 단호하다. 회사 측은 공정위와 검찰이 적용한 혐의 일체를 전부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기획실은 해체된지 오래된 조직"이라며 "2018년 5월 해체돼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제 공판이 시작되는데 공정위 조사가 실체를 잘못 짚었다는 사실을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기업 사이 거래를 지속한 이유와 관련해서도 공정위와 회사 측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회사 측은 한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준 이유를 ‘물류비 절감’, ‘물류 일원화’로 설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물류 일원화는)명목상의 이유', '총수 일가를 위해 밀어준 것', '적발 시 방어논리'라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한화솔루션 물류담당자들이 한익스프레스를 총수 일가 기업, 즉 특수관계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동 기업과의 거래에서 단가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 공정위 심의의결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화솔루션이 일원화 조치 이유로 내세운 물류비 절감이나 서비스 향상과 같은 것들은 명목상의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일원화 조치 당시 기업집단 한화의 동일인 김승연이 한익스프레스의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점, 그로 인해 한익스프레스는 한화그룹의 경영기획실에 의해 경영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일원화 조치는 실제 물류현장의 현실과는 상관없이 한익스프레스의 사업여건을 제고하여 동일인 김승연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수출 컨테이너 내륙운송 물량 모두를 한익스프레스에게 몰아주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동 사안은 2020년 공정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이 올해 1월에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기획실은 2018년 5월 해체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경영기획실이 문제라면) 공정위에서 경영기획실을 고발했어야 마땅하나 사실이 아니기에 케미칼(현 한화솔루션) 법인만 고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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