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패션 플랫폼에 눈독… 경쟁력 확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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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패션 플랫폼에 눈독… 경쟁력 확보 '전쟁'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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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몸값에도 대기업 인수 '봇물'
신세계는 'W컨셉',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
MZ세대 잡은 무신사, 연간 1조2000억 거래
온라인 플랫폼 기업. 사진= 각 사 제공
지그재그·W컨셉·무신사, 온라인 플랫폼. 사진= 각 사 제공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대형 유통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MZ세대 사이에서 입지를 굳히며 빠르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의 SSG닷컴은 여성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를 인수했고, 카카오는 여성 패션 앱 '지그재그' 인수를 협의 중이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앞서 8일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 지분 100%를 2000억원대에 인수했다. 신세계는 2650억원을 들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의 W컨셉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W컨셉은 2008년 설립된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패션 플랫폼으로 회원 수가 500만명에 달한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외에도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 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도 육성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통합몰 SSG닷컴의 전체 거래액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다. 이번 인수를 통해 경쟁력이 약했던 패션 카테고리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는 그룹 인프라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고, 스타필드 등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채널에도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남은 상태로, 승인이 완료되면 W컨셉은 인수 주체인 'SSG닷컴'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2030세대가 선호하는 독창적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 패션 라인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백화점 중심의 고급 명품 브랜드 외에도 독보적 패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지분 인수를 두고 막판 조율 중이다. 지그재그는 여성 패션 쇼핑몰을 한곳에 모아놓은 쇼핑몰 모음 서비스다.

1020세대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지그재그는 AI 기반 제품 추천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5년 앱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0만건을 돌파했고, 월간 이용자 수 300만명, 입점 쇼핑몰 4,000곳으로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는 최고 위치에 올라 있다. 론칭 첫해에만 20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5년새 거래액은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7500억원에 달한다.

유통기업들이 패션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플랫폼을 키우는 것보다 활성화돼 있는 것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플랫폼은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와 멤버십을 통한 높은 고객 충성도 등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패션 플랫폼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은 '무신사'다.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무신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783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입점 브랜드는 5,700여개에 이른다.

무신사의 영향력이 커지자 대기업 패션 브랜드도 협업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는 이랜드월드와 손잡고 '뉴발란스', '스파오', '후아유' 등 전용 라인을 론칭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엠비오'도 블레이저 시리즈를 단독 발매했다. 준지와 띠어리도 단독 입점한 상태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에이블리 또한 지난해 출범한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여성 쇼핑 앱 브랜디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론칭 5년 만에 누적 거래액 6000억원을 돌파했다.

한편, 무신사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지그재그(75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3000억원), 브랜디(3000억원) 등 패션 플랫폼 상위 5개사의 작년 거래액만 3조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쇼핑몰이 과거 단순하게 상품을 진열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치중했다면, 패션 플랫폼은 이를 넘어 고객의 취향과 감성에 맞춰 브랜드와 상품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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