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 1위' 키움증권, 또 송금 먹통... 사고 왜 끊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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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장애 1위' 키움증권, 또 송금 먹통... 사고 왜 끊이지 않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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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7회 사고, 피해 보상 61억... 고객들 원성
키움 "접속폭주가 원인... 책임소재 불분명"
은행 "당일 공동망 정상... 키움 과실로 봐야"
업계 "로그인·조회 지체와는 결이 다른 사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전산장애 건수 1위의 오명을 얻은 키움증권이 새해 초부터 일시 송금이 중단돼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키움증권 측은 접속자 폭주로 인한 일시적 지체현상이라 해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미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 열풍으로 접속자 폭주가 어느 정도 예견됐음에도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은 점은 증권사 측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초 개인투자자 매수가 폭증하면서 각 증권사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크고 작은 지체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11일 신한금융투자의 MTS '신한알파'는 지문 등 바이오 인증방식의 로그인이 한시간 이상 불가능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생체 접속 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로그인이 가능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날 증권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선 자신을 KB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이용자라 밝힌 네티즌들이 로그인과 각종 자료 조회에서 평소보다 지체현상이 있었다는 의견을 올렸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11일의 경우 장이 열리고 한 시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 원의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불가항력적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IT보안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매중단이나 증권사 메인 시스템 다운이 아닌 경우 전산사고로 보진 않는다"면서 "접속자 폭주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로그인, 잔고조회 등에서 일시적 지체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키움證 송금 일시 중단

11일 전산장애를 일으킨 증권사 가운데에는 키움증권도 있었다. 키움증권 측은 이날 개장 초 다른 금융사에서 키움증권 계좌로 이체가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체가 안된 것은 타사의 경우처럼 로그인이나 자료조회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과 결이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12일 키움증권 관계자는 "타행 이체가 되지 않아 고객들에게 오픈뱅킹 등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에 따라 체감하는 지체의 정도가 다를 수 있고, 반복 클릭(터치) 등으로 지체가 가중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등 타금융사와 키움증권 가운데 어느 쪽의 책임으로 봐야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접속폭주가 원인이며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답했다.

사진=키움증권 제공
사진=키움증권 제공

반면, 한 은행권 IT관계자는 이날 키움증권 관계자의 해명과 관련해 "은행 공동망에 문제가 없었으므로 일단은 증권사 전산상 문제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을 이체할 경우 은행 메인시스템→은행 텐덤(대외중계시스템)→은행 공동망→증권사 텐덤→증권사 메인시스템 순으로 자료가 전송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공동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 지점에 즉각 통보된다. 입출금이 되지 않는데 고객에게 돈을 받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1일에 공동망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바 없다. (키움증권 지체 건은)증권사 텐덤 또는 메인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키움證, 전산장애 1위... "같은 사고 반복"

지난해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투자자 민원은 1만2,708건이 접수돼 연평균 17건의 시스템 장애와 4,236건의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키움증권사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가장 많았다. 201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7회의 사고가 발생해 2,11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피해 보상 금액 규모는 60억9,5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KB증권(18억3,000만원)의 세 배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키움증권은 잇따른 전산장애로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작년 9월 28일 오전 키움증권 MTS인 '영웅문s'가 말썽을 빚었다. 로그인과 주식 매매 모두에서 오류가 보고됐다. 당시 키움증권 MTS 이용자들은 "계속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적절한 시간에 매도를 못해 마이너스 수익이 됐다", "다른 증권사로 이관을 해야한다"는 등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키움증권은 앞서 작년 3월과 4월에도 전산 오류를 냈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3월 9일 해외주식 거래용 MTS인 '영웅문S글로벌'이 밤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3월에만 총 4차례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WTI와 연계된 상장지수증권(ETN) 매매 거래가 중단됐다. 두달 후인 6월에는 키움증권 HTS·MTS에서 계좌 입출금이 중단되고, 8월엔 일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액면분할가에 가까운 가격에 자동으로 매도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특성상 '트래픽 폭주'로 인한 불상사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키움증권의 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은 30.1%로 업계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접속 폭주로 인한 전산장애는 어느 금융사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비슷한 전산장애와 지연이 되풀이된다면 인재(人災)로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지난해 8회 이상 전산장애가 있었다"면서 "고객 편의와 재산보호를 위해 안전한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선관주의 의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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