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발행문턱 높인다... 한투·키움·교보證, 유동성 비율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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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발행문턱 높인다... 한투·키움·교보證, 유동성 비율 '아슬아슬'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0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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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 발표
자본 50% 초과 ELS 만큼 부채 가중치
만기 1~3개월 유동성 100% 이상 유지해야
규제 갑론을박... "증권가 양극화" vs "투자자 안전망"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ELS·DLS)에 대한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가 원화유동성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증권가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과 규모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건은 증권사 유동성 비율 제도 개선, 증권사 자체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 레버리지비율 규제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적용되면 앞으로 모든 증권사는 원화 유동성비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 규제안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기존 일반 증권사는 주가연계주권(ELS, Equity Lunked Securities)과 파생연계증권(DLS, 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을 발행해도 직접적인 유동성 비율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이제 잔존만기 1~3개월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간 금융당국은 일반 증권사에 대해 3개월 유동성 비율을 경영실태평가 지표에 포함하는 수준에서 간접적으로 규제해왔다.

파생결합증권은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ELS는 주가지수 또는 특정주식 가격의 변동에 따라, DLS는 금리, 통화 등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과 연계돼 각각 수익률이 결정된다.

사진=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방안(2020.7)
사진=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방안(2020.7)

일반적으로 ELS·DLS의 상당수는 조기상환(step-down) 구조로, 기초자산 가격이 조건을 만족하면 정해진 수익으로 상환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많이 하락한 기초자산 가격의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예탁금 등 진입규제가 없고 원본 비보장형이므로 비교적 리스크가 있는 투자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해외지수 연계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했던 다수 증권사들이 해외지수 급락으로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의 마진콜(margin call)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금융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로 인해 단기자금시장과 외환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른바 마진콜은 금융시장에서 선물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가 당일 손실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유지 증거금을 추가로 채워 넣도록 고객에게 요청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당국은 향후 증권사 레버리지(빚을 내서 투자하는 행위) 규제 강화를 위해 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 잔액에 대해 부채 금액 반영 시 과중치를 부과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ELS와 DLS 잔액이 50%를 초과하는 경우 단계적으로 200%까지 가중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2021년 말까지 50%~100% 이하분에 대해서는 113%를 적용하고, 100%~150% 이하분은 125%로 가중 적용한다. 200%를 초과할 경우에는 2021년까지 150%, 2022년부터는 200%가 적용돼 증권사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자체헤지 규모의 일정 수준을 외화 유동자산으로 보유해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원화와 외화 수신기능이 없는 증권회사가 마진콜 납부를 위해 단기 금융시장에서 대규모로 원화를 빌려 환전할 경우 환율에 따라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해왔다.

일반적으로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는 사전에 약정된 수익을 상환시점에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상품의 특성상 기초자산의 가치가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위험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헤지(hedge)라 한다.

헤지는 크게 '백투백 헤지'과 '자체헤지'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발행한 파생결합증권과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자산변동 리스크를 다른 거래상대에게 이전시키는 방식이다. 후자는 증권사가 직접 채권, 주식, 예금 등을 매매해 리스크에 대비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하는 여전채 편입한도에 단계적으로 상한을 설정해 헤지자산의 분산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파생결합증권의 헤지자산 중 여전채 비중은 20%대로 약 15.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만기 이전 투자자들에게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한 플랫폼이 한국거래소에 개설될 예정이다.

자기자본 대비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많은 일반 증권사들은 유동성과 레버리지 비율로 고심하게 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레버리지 비율에 대해서만 규제를 받지만 일반 증권사는 유동성 비율 규제까지 더해졌다. 이번 규제안으로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와 유동자산이 많은 발행사들이 레버리지·유동성 비율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증권사별 ELS 발행잔액은 삼성증권이 7조6,940억원, KB증권이 6조9,371억원, 한국투자증권 6조3,294억원 미래에셋대우 6조2,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중형사의 경우 신영증권 2조7,534억원, 한화투자증권 1조6,721억원, 대신증권 1조2,103억원 순이다.

자료=한국예탁결재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기자본 대비 ELS 발행잔액이 100%를 넘는 증권사는 신영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2020년 3월말 기준) 등이다. 이들 증권사 가운데 일반 증권사는 신영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다. 

증권사들의 유동성 비율도 관건이다. 현행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잔존만기 1~3개월 이내 부채에 대한 잔존만기 1~3개월 이내 자산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은 NH투자증권이 140.24%, 미래에셋대우 120.84%, , 삼성증권 129.06%로 조사됐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동성 여력이 크지 않은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117.57%), 키움증권(115.13%), 교보증권(105.1%)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당초 예상보다 규제 수위가 높지 않아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자기자본대비 총량규제안이 포함되지 않았고 2022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증권사들이 자산 규모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규발행분부터 규제가 적용되며 손실제한형과 국내지수 위주의 ELS의 경우 가중치를 50%로 완화해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자기자본 100% 수준으로 ELS발행잔액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채택됐다면 특히 삼성증권이 발행잔액 감축과 자기자본 추가 확충의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 4조6,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7조원대 ELS를 발행했다.

4일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규제방안에 대해 "한국은 기형적으로 ELS, DLS 시장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증권사는 헤지역량이 크지 않아 손실위험이 크고, 그렇다고 외사에 맡기려니 증권사 수익이 적어진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가 늘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부담은 되겠지만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지만 앞으로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발행 규모가 큰 중소형 증권사는 발행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증권사별로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가급적 8월중 신속하게 제도화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어 "건전성ㆍ유동성 규제 등 시장에 영향이 큰 사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예기간 및 시행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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