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성과가 자기업적?"... 빈축 산 나재철 금투협 회장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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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성과가 자기업적?"... 빈축 산 나재철 금투협 회장 신년사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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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철 회장 "세제 혜택·양도세 유지" 성과 강조
업계 "동학개미가 한 일에 왜 숟가락 얹나?"
증권가 "회원사 고생할 때 어디 있었는지"
금투협 "음으로 당국과 조율에 최선 다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시장경제DB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시장경제DB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신년사에 세제 혜택, 양도세 유지 등을 금투협의 성과로 내세우면서 회원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동학개미'들의 거센 저항으로 당국이 한 발 물러선 것에 '숟가락 얹기'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3일 신년사에서 △증권거래세 조기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의 손익통산·손실이월 허용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을 현 수준으로 유지 △비대면 신탁 허용, 계좌형태 도입·주식편입 허용 등 ISA 제도 개선 등을 지난해 주요 실적으로 내세웠다.

업계에선 세제 개편의 경우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시작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하고 청와대 게시판 등을 통해 '저력'을 과시한 결과이지, 나재철 회장의 성과로 볼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재철 회장은 올해 주력사업으로 △전문투자자 전용 사모사채 시장 개설 추진 △K-뉴딜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뉴딜펀드 활성화 △증권거래세 폐지,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예고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신뢰 회복을 위해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업계에선 나재철 회장이 대신증권 전직 대표이사로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 관련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문제에 대해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은 작년 11월 대신증권 전직 대표이사였던 나재철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권고했고 현재 금융위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징계안이 원안대로 확정될 경우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업무 수행은 가능하지만 협회장으로서 업계를 원활하게 대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년사가 배포되자 금투협의 회원사들은 "별로 한 일이 없는 금투협이 자화자찬 일색"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라고 제시된 것 가운데 구체적으로 현재 금투협이 무엇을 기여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혜택 부분은 금투협의 전임 지도부가 여당과 교섭해 추진했던 일인데 자신의 성과라고 발표한 것은 낯뜨겁다"고 꼬집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투자자가 유관기관에 납부하는 돈으로 이를 없애면 투자활성화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하면서도 "한쪽에선 양도세를 걷고 한쪽에선 거래세를 낮춰주는 것은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투협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그는 "금투협이 금융당국과 회원사들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금융사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정무위나 당국을 찾아가 하소연을 하는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옵티머스 당시 판매사가 아닌 예탁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한발 뺀 것은 전형적인 공무원 행태"라고 비판했다. 

금투협이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협회가 2017년 세법개정안 확정이후 과세방식의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를 당국에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면서 "대주주 양도세 역시 동학개미의 공이 크지만 협회도 물 밑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협회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준법감시인 교육과 업무설명회를 여러차례 개최하고 매뉴얼을 배포했는데 당국에 비해 권한이 많지 않은 입장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투협 관계자는 "협회 특성상 음으로 이해당사자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성과가 있어도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사들의 원성에 관해선 "증권업, 운용업, 신탁업 등 업종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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