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판매사 이관 불발... 다시 불 붙는 '예탁원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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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판매사 이관 불발... 다시 불 붙는 '예탁원 책임론'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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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운용사 신설키로..."다자책임 인정한 셈"
재판부, 9일 면피발언 예탁원 증인에 "호통"
이영 의원, '사무관리사 책임명시' 법안 발의
10월 국감 "예탁원 종목변경이 화근" 질타
10월 2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사진=국정감사 사진공동취재단.
10월 2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사진=국정감사 사진공동취재단.

대규모 환매중단을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의 후속조치가 '가교운용사'를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융당국은 펀드를 판매사로 이관할 방침이었지만 난항 끝에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등 '다자책임론'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당국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고 가교운용사를 신설해 펀드를 관리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계열사가 부실 펀드를 인계받는 방안에 무게를 두었지만 협의체 구성원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관받는 쪽이 사태의 책임을 더 많이 인정하는 그림이 되면서 협의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옵티머스 후속조치를 위한 협의체는 지난 달 18일 첫 회의를 연 뒤 매주 1회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관리인(금융감독원 직원 1명·예금보험공사 직원 1명), NH투자증권 등 판매사, 사무관리사(한국예탁결제원), 수탁회사(하나은행), 회계법인으로 구성됐다.

협의 과정에서 수탁사·판매사·사무관리사 사이에 '폭탄 돌리기'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제3의 운용사에 펀드를 인계하는 방안, '라임 사태'의 수습을 위해 신설된 가교운용사 '웰브릿지자산운용'에 인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지만 논의의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가교운용사 신설 결정을 두고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결과적으로 옵티머스 사태의 '다자책임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판매사 외에도 사무관리를 담당했던 예탁원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전망이다. 앞서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 역시 다자책임에 따른 배상요구 방침을 시사했다. 17일 한 언론사를 통해 피해자들은 "옵티머스 사태가 라임의 경우처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나지 않는다면 판매사, 예탁원 등이 다자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2020. 12. 17 서울경제TV 캡쳐
사진=2020. 12. 17 서울경제TV 캡쳐

 

10월 국감, 여·야 "예탁원이 옵티머스 사태 부채질"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예탁원은 옵티머스 운용사의 요청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의 종목명을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등록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10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예탁결제원을 질타했다. 이날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무려 3년에 걸쳐서 사모 채권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으로 계속 바뀌는데 한 번의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예탁원과 옵티머스의 공모"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 역시 "예탁원이 비상장회사인 라피크, 씨피엔에스 등의 사모사채를 부산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 매출채권 등으로 종목명을 바꿔 자산명세서에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사진=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이어 강 의원은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해달라는 요청은 (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이 넘는 신의 직장 예탁원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바꿔줬다"고 질타했다.

이날 국감장에서 예탁원 측이 면피성 발언을 되풀이하자 여당 소속 민병덕 의원도 "예탁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보내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료를 작성했다”며 "송구스럽고 지적을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예탁원 증인 법정 면피발언 되풀이하다 "호통"

10월 국감장에서 이명호 사장이 "책임질 부분은 당연히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최근 법정에 출석한 예탁원 직원은 면피성 발언을 되풀이하다 재판부의 질책을 받았다.

이달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예탁원 소속 C씨는 "사무관리회사는 편입자산을 대조하고 확인할 의무가 없다. 자산운용사와 맺은 계약대로 기준가 계산만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에 재판부는 C씨에게 "옵티머스가 개설한 펀드가 굉장히 많은데 모든 업무를 그런 식으로 처리했느냐"면서 "(그런식이라면) 운용사들이 예탁결제원에 위임해 얻는 효과는 또 뭔가"라고 되물었다. 

재판부는 이어 C씨에게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확실히 허위라는 게 드러났는데도 운용사의 요구대로 (종목변경)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가"라고 묻고 "증인 말대로라면 예탁원의 업무는 가치 평가에 한정되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채권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가치 평가가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이날 공판을 두고 "재판부가 예탁원 측에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무관리사도 투자자가 낸 돈으로 수당을 받았으므로 광의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탁원 면피 발언에 "법률로 책임 명시해야" 

예탁원의 면피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사무관리사의 책임과 의무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지난달 16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펀드 시장에서 일반사무관리회사의 업무를 법률에 명시해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10월 국감에서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일반사무관리사는 매월 자산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보관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예탁결제원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사는 '신탁형'이므로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민병덕 의원은 이명호 사장에게 "2016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인 AV자산운용과 예탁원이 계약한 서류에는 '일반사무업무 위탁 계약서'라고 돼 있는데 이달 보고한 내용에는 '계산사무대행사'라고 돼 있다"며 "계산사무대행사라는 말은 창조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법적인 용어인가"라고 질의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예탁원 측이 책임소재를 희석하기 위해 옵티머스 관련 자사업무를 '계산사무대행'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명호 사장은 "법률에 있는 용어는 아니며 예탁원 내 업무규정에 있는 용어"라면서 "타 업무 관련해 혼돈을 피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운용사"라고 전제하면서도 "예탁원이 안전한 채권으로 등록한 것이 결과적으로 사기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금전적 피해보다 더 피해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관계자들의 면피성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당국은 법리논쟁 이전에 피해자 보상을 최우선 과제로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예탁원 관계자는 가교운용사 신설과 관련해 "어떤 방식이건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원 책임론에 대해서는 "현재 금감원의 검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검사 결과 예탁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선 마땅히 도리를 다할 것"이라면서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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