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완화'는 헛구호?... 구태로 표류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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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완화'는 헛구호?... 구태로 표류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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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삼성... 대주주리스크에 사업 발목
금융 당국에 '심사예외조항 적용' 요청 검토
업계 "작년 심사완화 예고하고 이제와서 회초리 드나"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대주주 리스크'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불투명해진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에 재검토 요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예고한대로 신사업 진출시 심사요건을 완화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심사 재개를 위해 '대주주 허가요건 심사 예외조항' 적용을 당국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정보법 시행령 6조 4항 및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7조 별표 2의2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어도, 그 사실이 경미하거나 영위하고자 하는 업무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예외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금융권과 대형 정보통신(IT) 기업(빅테크), 핀테크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삼성카드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약관에 따른 암보험 입원비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허가심사 보류' 통보를 받았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 제5조 제6항 제3호에 따라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돼 심사가 중단된 것이다. 

업계에선 '대주주 허가요건 심사예외조항'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이 암보험 입원비와 관련한 중징계를 받은 것이 마이데이터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아도 '건전한 금융거래질서'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한 대법원이 최근 삼성생명과 암환자와의 분쟁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부분도 정상참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삼성카드 측의 요청을 수용해 대주주 허가요건 심사 예외조항을 적용할 경우 마이데이터 허가심사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심사가 중단된 다른 금융사들도 관련 법규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허가심사 보류 판정을 받은 금융사는 경남은행·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핀크 등 총 6개사다. BNK금융지주는 주가시세 조종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고, 하나금융은 2017년 모 시민단체로부터 '정유라 특혜 대출'을 해줬다며 고발됐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배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중단될 경우 금융사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한 금융사는 고객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제공해오던 통합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모두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자산관리 서비스 '마이홈', 하나은행은 '뉴 하나원큐'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와 같은 데이터 플랫폼 사업은 시장 선점이 중요해, 초기에 진출하지 못한 금융사들은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업계, "당국이 작년 '혁신성장' 심사완화 예고하고 회초리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진출의 '고삐'를 조이면서 업계 안팎에선 지난해 당국이 '혁신성장'을 위해 각종 심사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 보고서를 통해 신사업 진출 심사와 관련해 △기존 대주주에 대한 사회적 신용요건 심사를 면제 △본인요건 관련 사회적 신용 요건 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특히 본인요건과 관련해 "대주주 결격치유 사유를 준용하여 해당 금융회사의 건전한 업무수행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 심사를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이 외에도 "향후 등록을 통한 업무 추가시, 대주주 본인의 경우 금융관련 업무와 상호관련성이 없는 제재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용요건 상 예외인정"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8일 "문제가 된 금융사들의 '스캔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사안이며 아직 다퉈볼 여지가 많다"면서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과 무관하거나 거의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제재관련 규정 자체가 애매한 탓에 시류에 따라 당국의 판단이 자의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감독당국은 가능한 제재의 공백을 줄여보자는 것이겠지만 법령상 규정된 제재적 조치의 요건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면서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분쟁 소지가 크기 때문에, 결국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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