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시급' 뷰티공룡 아모레... 반전 카드가 안보인다
상태바
'대수술 시급' 뷰티공룡 아모레... 반전 카드가 안보인다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11.18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칼 빼들어
사드, 코로나 등 연이은 악재에 시름
2017년 이후 영업익 감소세 확연
"디지털 전환 등 유통환경 대응에 실패... 기본부터 챙겨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악화의 길을 걷다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희망퇴직이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일단 1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15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근속연수 및 5개월치 급여,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선이 크다. 지난해에도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구조조정설이 거론됐지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3분기 매출은 1조 2086억 원, 영업이익은 6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49%나 감소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인사조직 유닛장인 김승환(51)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번 아모레퍼시픽 주요 보직 인사에는 40대가 중용되는 등 젊은 인력으로 교체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변화 시도는 실적 하락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 사태로 단체관광객 금지 등 중국의 보복 행위가 이어지자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6년 매출 6조 6975억 원, 영업이익 1조 828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7년 7314억 원, 2018년 5494억 원, 2019년 4982억 원, 2020년 현재 1652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다.

문제는 반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통 흐름이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갔지만 디지털 채널로의 전환이 능동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오프라인을 고집하다 향후 이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에 취해 정작 유통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했다”며 “결국 전환시점을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사진=아모레퍼시픽

현재 업계에서는 브랜드숍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중국 단체관광객 발길이 끊어진 것이 오프라인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 트렌드도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브랜드숍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전하는 실정이다. 이니스프리는 미국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전한 후 성장과 관련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알리바바 등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디지털 사업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다만, 시작이 늦다보니 가시적 성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디지털 사업에 눈길을 돌리면서 기존 브랜드숍과의 마찰도 적지 않다. 온라인 마켓에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사 공정위 심판까지 갔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는 이 문제로 서경배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계열사 브랜드 가맹점주협의체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재고상품 환입, 온라인 직영몰 매출 나눔 등 하반기에만 12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협약도 서경배 회장이 국감증인으로 채택되자 면피용으로 부랴부랴 체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부문 매출과 이익에 있어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아직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화장품은 아모레라는 브랜드 네임이 가진 힘이 크다”며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업 중심의 생각이 아닌 소비자의 심리를 먼저 생각하는 기본부터 챙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