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590일... 신한銀 진옥동, '일류 가치' 싹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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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의 590일... 신한銀 진옥동, '일류 가치' 싹 틔우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1.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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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지고지순(至高至順) 가치는 고객"
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 산업훈장 수상
글로벌·디지털 성과 톡톡... 연임 청신호
지난해 말 경인 산업단지를 찾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한 중소기업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지난해 말 경인 산업단지를 찾은 진옥동 신한은행장(가운데)이 중소기업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고객 중심 현장 경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진옥동 행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동반성장하기 위해 자발적 상생협력, 따뜻한 금융을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 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산업훈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활동에 있어 큰 업적을 세운 경영자·임직원에게 수여하는 국가 최고 등급의 포상이다.

진옥동 행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비올 때 내 한쪽 어깨가 젖더라도 (고객과) 우산을 나눠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적을 최우선시 하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어려움에 빠진 고객을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한다고 파격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1등(一等)이 아닌 일류(一流)를 지향점으로 설정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행보와 맥이 맞닿아 있다. 

특히 진옥동 행장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가 가중되는 가운데 신규 자금지원 규모 증액, 신속한 지원을 위한 영업점장 전결권 확대, 4월 만기여신 연기 무서류 연기, 확진자·직계존비속 연체이자 감면, 전국 신한은행 소유 건물 임대료 인하 등 다양한 고객지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진옥동 행장의 결단을 코로나 금융지원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소상공인들의 광고를 무료로 게시해주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신한은행 영업점 내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포스터·전광판)을 통해 무료로 소상공인들이 가게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 서비스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전국 32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한 결과 참여 소상공인 70% 이상은 실질적으로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호평했다.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진옥동 행장은 신한은행 사령탑에 오른 뒤 처음으로 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고객 중심을 외쳤다.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지고지순(至高至順)의 가치는 고객이다."

진옥동 행장은 고객에게 인정받는 은행이 진정한 리딩뱅크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은행의 전략과 사업 전반을 고객 중심으로 돌아보자고 한 것이다. 이는 고객 중심 경영의 현장 실천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올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영업전략 수립 권한을 현장에 위임한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성과평가제도의 개발과 도입은 진옥동 행장이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한 사업이다.

끊임없는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와 실적을 중심으로 한 성과평가 속에서는 고객이 아닌 은행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유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같이성장 평가제도에 따라 신한은행 직원들은 영업점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평가받게 됐다.

진옥동 행장은 같이성장 평가제도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목적지엔 결국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후 진옥동 행장은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한 고객 중심 영업 성과를 언급하며 "같이성장은 고객 가치 향상(Value Up)을 통해 고객과 같이(Together)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고 진정한 성과는 과정의 정당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은행의 당기순이익 목표를 예년에 비해 낮춰 잡은 것도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제상황에서 고객을 위한 영업을 하겠다는 진옥동 은행장의 다짐으로 볼 수 있다. 
 

'OK Jean' 수평적 의사소통 전격 도입

지난 2018년 12월 신한금융그룹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당시 지주 부사장이었던 진옥동 행장을 선임하면서 "신한 문화를 향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화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진옥동 행장은 입행 이후 인력개발실, 종합기획부, 여신심사부,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 지주 홍보담당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은행 업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혼밥이 일상인 일본에서 SBJ은행 직원 네 명이 모이면 점심 식사비를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S4제도를 도입하고, 은행장 내정자 시절부터 인수인계와 동시에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것은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옥동 행장의 평소 성격을 잘 보여주는 강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진옥동 행장은 취임 초 직급을 생략한 채 자신의 이름만을 소개하며 직원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영업점에 예고 없이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진옥동 행장은 수행비서 없이 혼자서 일정을 소화했다. 셀프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한 브이로그를 통해 은행장의 일상을 소탈하게 공개하고 같은 층에서 업무 중인 부행장의 사무실에 찾아가 돌발 인터뷰를 진행해 직원들의 큰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에 직원들은 진옥동 행장의 성(진)과 이름(옥)을 따서 'OK Jean(오케이 진)'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 7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 7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업(業)의 본질 혁신, 디지털 전환 가속

진옥동 행장의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이 은행 내에서 확고히 자리잡아가는 동시에 디지털 부문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진옥동 행장은 업(業)의 본질에 대한 혁신을 위해 신한은행을 디지털 기업으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해왔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AI) 사업을 추진하던 디지털 전문가를 채용 팀장으로 선발하고, 채용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디지털·ICT 인재를 적시에 선발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채용을 연중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학력보다는 능력에 초점을 두고 코딩능력평가를 도입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오픈뱅킹 시행에 맞춰 신한 쏠(SOL)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업계 최고 수준의 사용자 친화적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행했다. 신한은행 거래가 없는 고객도 회원가입만 하면 신한 쏠(SOL)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타 은행 계좌를 등록할 때에도 최근 거래한 계좌번호를 자동으로 보여줘 일일이 입력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은행·부동산·증권·자동차·보험 등 개인의 모든 자산을 신한 쏠(SOL)에서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한 'MY 자산'을 출시해 앱 이용 편의성을 크게 높혔다. 

지난 9월에는 창구 없는 영업점 디지털영업부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은행의 변화를 이끌 AI통합센터(AI Competency Center)를 출범시켰다. 이는 가속화된 디지털 중심의 금융산업 변화를 미래 신한은행을 위한 준비의 기회로 삼는다는 진옥동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디지털영업부는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대면 상담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금융권 최초의 창구 없는 디지털 영업점이다. 최근 2년 이내 영업점을 방문한 이력이 없는 고객 1만6,000여명의 디지털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영업부의 전담직원이 맞춤형 금융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 고도화, 미래 내다본 국제통

진옥동 행장은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일본에서 현지 법인인 SBJ은행의 설립을 주도했다. 이후 법인장으로 재임하면서 SBJ은행을 신한은행의 핵심 글로벌네트워크로 키워낸 경험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SBJ은행 근무 당시 IMF·리먼 사태를 겪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글로벌 진출 전략은 기축 통화 국가와 이머징 국가로 나눠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해 글로벌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옥동 행장은 신한은행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글로벌 사업전략을 다변화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해외네트워크 시너지 영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매트릭스를 강화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디지털 전략 추진에도 박차를 가했다.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에서 신한 쏠(SOL)의 현지화 버전을 출시해 글로벌 네트워크의 비대면 거래 고객이 2018년 7만명에서 지난해 12만8,000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외국계 은행 1위를 지키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국내 은행 중 최초로 5대 경제도시 모두에 영업점을 개설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38개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이와 함께 뉴욕·싱가포르·홍콩 등 MMC(Money Market Center) 진출 국가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다. 런던지점의 경우 아프리카 수출입은행(Afrexim)을 대상으로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성공적으로 주선하기도 했다.

일본 현지 법인인 SBJ의 디지털 금융 성과도 눈에 띈다. SBJ 은행은 2017년 디지털 컴퍼니(Digital Company) 전환을 선언한 후 일본 최대 메신저 라인(LINE)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말에는 SBJ은행의 자회사 SBJ DNX가 일본 금융 회사인 도쿄 키라보시 파이낸셜 그룹이 설립 준비 중인 디지털 전문은행에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신한은행은 일본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디지털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에서 3,7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권 글로벌 시장 손익 1위를 수성했다.

한편, 진옥동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에 만료된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선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진옥동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신한은행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해 12월 열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진옥동 행장이 취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회장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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