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기업(氣UP)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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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기업(氣UP)을 원한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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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적폐 청산’ 프레임 ‘득’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들은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문 정부 코드에 맞는 드레스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것들만 보더라도 대기업들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럽게 비춰진다. 무엇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의 칼끝은 대기업을 향해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재벌을 무조건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신(新) 상생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은 법인세를 절반 가까이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은 종전 35%인 법인세를 15%로 낮춘다는 정책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5% 세금은 기업들을 경쟁력을 잠식해왔다”며 “우리의 목표는 미국의 사업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혜택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업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부유층만이 특혜를 받지 않도록 면밀히 감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도 기업 기 살리기에 동참했다. 에마뉴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종전 33%의 법인세를 22%로 낮춘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밖에도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법인세율을 인하했거나 유지한 국가는 28개국에 달했다. 반면 인상을 선택한 나라는 그리스와 칠레 등 6개국에 불과했다. 이제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 시 경제성장률은 최대 1.13%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도 앞서 이야기한 법인세 인하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문 정부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 듯 법인세 공약과 관련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후보 시절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후 ‘최후의 수단’으로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문 정부 전반에 깔려 있는 반기업 정서를 중소기업간 상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기반은 경제민주화다. 대기업 주도 성장에서 중소기업 성장으로 변화시키고,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줄 정책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일단은 4대 그룹이 개혁의 대상이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교수는 지난 19일 기자 회견서 4대 그룹에 대해 법 적용을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4대 그룹 자산이 30대 그룹의 2/3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중하위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또, 2005년 대기업들의 반발로 폐지됐던 공정위 조사국을 기업집단국으로 부활시켜 경제 분석능력과 조사능력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의 존재 목적은 공정한 질서로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재벌 개혁이 재벌 해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4대 그룹만 때려잡겠다는 이런 방식 아니고요. 재벌개혁이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 입에서 재벌 해체하자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 중 대기업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부분은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 할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투표하거나 여러 명의 후보에 분산해 투표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 이뤄지게 된다. 

서면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 서면으로 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 등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이 제도들은 현재 상법에서 규정돼 있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다. 

대기업들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 될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할 여지가 있고 자칫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의무화를 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 뿐이다. 

미국도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었지만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

이 밖에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임원이 모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모회사 소액 주주들이 직접 자회사 임원에 대해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악의적인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반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기존 순환출자기업 해소에 대해서는 ‘즉시 해소’가 아닌 ‘단계적 해소’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지주사 요건 강화 공약은 대기업 지주사 자회사의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강화해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보유기준인 상장사 20%, 비상장사 40%보다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지주사로 전환하거나, 이미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이라도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IBK경제연구소는 “노믹스가 재벌개혁 및 사회약자 지원을 강조함에 따라 성장보다는 분배에 방점이 찍힌 정책집중이 예상된다”며 “향후 대중소기업간 불균형, 소득 양극화 해소를 법제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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