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소주한잔] 후두둑 빗소리에 굴다리 너머 오늘도…
[남영역 맛집, 큰집빈대떡] 동그랑땡에 두부와 고깃속 듬뿍 계란 듬뿍, 해물파전에도 계란 듬뿍… 남영동 굴다리 너머 ‘큰집빈대떡’은 정겨운 막걸리 주막이다. 사장님과 아주머니 두 분이 대여섯개 테이블 손님의 안주를 지지고 굽느라 정신이 없다. 연신 막걸리와 소주병이 들락거리고 입구 안쪽에선 지글지글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동그랑땡은 이 집이 장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겠다. 허기진 주당의 배를 순식간에 기름칠하니 막걸리 두어 잔 순배에 배를 두드리게 된다. 비오는 날엔 우산 펴고 접는 소리, 파전 부치는 소리, '테슬라' 추가하는 소리... 이 모든 소음을 압도하는 후두둑 주루룩 빗소리에 절로 술잔이 새고 만다. 이 오붓한 주막의 주인 아낙이 세월을 거쳐 점점 더 능숙한 셰프가 됐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 지나가다 들러 한 잔 하는 ‘풀빵구리’ 단골 술집이다. 인테리어도 규모도 맛도 가격도 이리 편안할 수가… 홍어 안주도 파는데, 모듬전 하나 시키면 더 먹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늘 자리가 없으니 때 이르거나 때늦게 가는 게 좋겠다. 금호시장에도 동명의 맛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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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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