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비톡' 서비스 종료한다... 수십억 사업비만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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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위비톡' 서비스 종료한다... 수십억 사업비만 낭비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9.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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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수 감소 탓, 11월 26일 서비스 최종 종료
우리은행 "종료 후 대화 내용·사진 백업 불가능"
2016년 출시 이후 사업·홍보비만 수십억 소요
"그룹 디지털 혁신 속도, 시장 트렌드 못따라가"
위비톡 서비스 종료 안내. 사진=우리은행 제공
위비톡 서비스 종료 안내.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비톡' 서비스가 종료된다. 지난 2016년 1월 출시된 이후 5년만이다. 종료 이유는 지속적인 이용자 수 감소에 따른 결정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메신저 서비스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인 도전이었지만 카카오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출시 이후 수십억에 이르는 사업·홍보비만 낭비 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트렌드를 그룹 디지털 혁신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위비톡은 오는 10월 5일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톡알림 문자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발송한다. 10월 26일에는 위비톡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가 종료된다. 11월 26일 종료 작업이 최종 마무리되면 대화 내용·사진저장(백업), 앱 검색·실행이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드리지 못해 서비스 종료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위비톡은 우리은행의 야심작이었다. 사용 빈도가 높은 메신저에 금융서비스를 더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위비톡에는 실시간 메시지, 간편 송금(톡톡보내기), 번역, 웹툰, 금융정보 등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됐다.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비톡'.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비톡'.사진=우리은행 제공

개발 비용에만 수십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6년 7월 우리은행은 사업 확장을 위해 위비톡을 만든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 브라이니클로부터 위비톡 솔루션을 약 17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자동 번역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한글과 컴퓨터의 외국어 자동 통·번역 서비스 지니톡과의 제휴도 추진했다. 

홍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위비톡 출시 직후 우리은행은 위비톡을 알릴 새로운 TV광고를 공개했다. 5년만에 선보인 TV광고였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연예인 광고까지 동원하며 수억원에 이르는 마케팅비용을 지불했다.

각종 이벤트도 진행했다. 위비톡에 가입하면 최신 영화 쿠폰 지급하거나 위비톡으로 환전 시 무료로 여행자보험을 가입해주는 등 다양한 업종과 제휴해 이벤트를 실시했다. 

한 때 위비톡은 핀테크 성공 사례로 손꼽혔다.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출시 2년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가입자 수가 정체되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본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의 차별화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위비톡을 사용했던 한 고객은 "각종 프로모션 혜택이 있어 설치했다"며 "메시지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위비톡 활성화를 위해 자체 웹툰 플랫폼 '위비툰'을 출시했지만 9개월만에 사업을 접었다. 

셀카 애플리케이션 '위비캠'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진 기반 SNS 트렌드를 반영한 사진·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위비캠 역시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 기존 수십년간 활용했던 비즈니스 방식은 새로운 플랫폼 전략에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었다. 

위비톡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번 굳어진 사용습관은 바꾸기 힘들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카카오톡의 아성에 접근조차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톡 서비스 종료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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