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위조·불법대납' 버젓이... 설계사 통제 안되는 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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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위조·불법대납' 버젓이... 설계사 통제 안되는 한화생명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2.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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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가상계좌로 보험료 대납... 청약서 수정하고 대필까지
한화생명 "설계사 아무리 관리·교육해도 100% 막진 못해" 해명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한화생명 소속 보험설계사가 계약자의 보험료를 불법 대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7년 8월 '생활비 받는 스마트변액통합종신' 상품에 가입한 직장인 정나영(가명)씨. 한동안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던 정씨는 9개월 뒤인 2018년 5월 통장 출금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체결한 보험료는 10만원이었지만 매달 19만원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담당 설계사는 "초과 금액은 전부 돌려줄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정씨는 얼마 뒤 초과 납부액 81만원을 돌려받았다.

설계사의 말을 믿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정씨는 6개월 뒤 통장 출금 내역을 보고 다시 한번 놀라게 됐다. 이번엔 6개월 간 보험료가 한 푼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보험이 해지된 건 아닌가 놀란 정씨는 고객센터를 통해 보험료 납입 내역서를 확인했다. 서류를 보니 설계사가 6개월 간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대납하고 있었다. 해당 설계사가 2018년 6월부터 11월까지 가상계좌로 대납한 보험료는 약 114만원에 달했다.

정씨가 의뭉스러운 보험료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자 설계사가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6개월분을 대납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료 대납 논란은 정씨만 겪은 일이 아니었다. 정씨는 "같은 설계사에게 보험을 가입한 친구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6개월 간 설계사가 보험료를 대납한 사실을 몰랐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보험 설계사가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납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보험료 대리납은 시장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수 있어 금융당국이 불법으로 규정, 설계사 등록 취소나 과태료 부과 등 강한 제재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험 설계사가 보험료를 대리 납부하는 이유는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계약자 정씨의 보험료 납입 내역서와 청약서.
계약자 정씨의 보험료 납입 내역서와 청약서.

대납 뿐만이 아니다.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설계사가 사문서 위조 행각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설계사는 정씨가 모르게 청약서 내용을 수정하고, 심지어 대필 서명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보험 계약 당시 설계사로부터 청약서와 증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원본 청약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수정된 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정씨는 "자필 서명란 3곳 중 2곳에 적힌 서명은 내 필체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측은 "설계사들이 대리납부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지만 아무리 관리를 해도 100%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대납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 설계사에게 경고나 유의부터 모집중지, 해촉까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 대납행위를 막기 위해선 설계사에게 과도한 실적압박을 주는 현재의 영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대납행위는 개인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다수여서 적발하기 어렵다"며 "실적위주의 영업을 지양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이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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