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한파 쉼터로?"... 관치에 은행원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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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한파 쉼터로?"... 관치에 은행원들 '부글부글'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2.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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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부터 전국 은행 5400곳 한파 쉼터 운영
은행원들 "잠재 고객이라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해"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은행은 365일 어르신들 쉼터예요. 한파 쉼터 운영한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조모(30)씨는 최근 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파 쉼터'를 두고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더위 쉼터, 한파 쉼터를 따로 운영하지 않아도 평소에 나이든 손님이 앉아있으면 음료수를 무상 제공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은행연합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전국 은행 점포를 ‘한파 쉼터’로 운영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으로 한파가 법적 자연재난에 포함됨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 및 외국계·지방은행 등이 대상이다.

전국 약 5600개 은행점포가 한파쉼터로 운영 중이다. 지난 16일부터 은행들은 지점 내 상담실이나 고객 대기 장소 등에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파 쉼터를 두고 은행 영업점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김모(31) 씨는 “한파 쉼터 이용 손님이 객장에 있으면 제대로 쉴 수도 없고, 업무를 처리하기도 힘들어 직원 불만이 크다”며 “이런 일은 나랏돈 먹는 공공기관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손님 없을 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눈치 보인다”며 “업무 보러 온 게 아니어도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잠재고객이 늘면 영업하기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모 씨는 “따뜻한 음료 마시며 쉬는 분 중에 영업할 수 있는 고객은 100명 중 한두 명 있을까 말까이다”라고 답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박모(31) 씨는 “덥거나 춥다고 오시는 분들보다는 단순히 음료 한 잔 마시면서 쉬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추위보다는 미세먼지를 피하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은행 영업점 직원 이모(29) 씨도 “어르신 중에서는 약속 장소를 은행으로 잡는 분들도 계신다”며 “한파 쉼터 운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은행원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쉼터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영업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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