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혁신 1년... DNA 바꾸고 미래車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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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혁신 1년... DNA 바꾸고 미래車 '가속페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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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없애고 '순혈주의' 타파... 글로벌 인재영입
젊은기업 탈바꿈... 전기·수소차 등 성장동력 육성 '박차'
지난 2017년 6월 현대차 코나 신차발표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지난 2017년 6월 현대차 코나 신차발표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과감한 혁신경영 드라이브를 추진하면서, 그룹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수석부회장은 과거 다소 딱딱했던 조직 문화와 특유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현대차그룹을 스마트하고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사실상의 현대차그룹 총수 역할을 맡으면서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뛰어왔다.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직급체계다. 이달부터 현대·기아차는 일반직 직원 호칭을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개로 단순화했다. 직급도 5·6급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6단계를 4단계로 줄였다. 

이 같은 조직체계 혁신은 철저히 ‘실력중심’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의 기수 및 연공서열식 승진방식을 버리고, 실력이 있는 직원을 승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승진 연차를 폐지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직원 평가방식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꿨다. 직원들 간 불필요한 승진경쟁을 방지할 수 있고, 자연스런 협업이 가능하도록 조직문화의 판을 새로 짰다. 이 같은 정 수석부회장의 ‘실험’은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은 물론, 직원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을 가능하도록 만든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근무복장 역시 ‘파격’ 그 자체다. 직원들은 ‘화이트칼라’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정장과 넥타이를 미련 없이 벗어 던지고,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등 캐주얼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현대차그룹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자율복장’ 도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차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감성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이러한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벤틀리 출신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 부사장 ▲GM 및 벤틀리 출신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폭스바겐 출신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GM 및 BMW 출신 서주호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 상무 등 세계적 디자이너 군단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지난 9일 알파 로메오,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온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디자이너까지 유럽 제네시스 선행 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상무)로 영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디자인 역량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EV 콘셉트카 '45'.사진=현대차
현대차가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EV 콘셉트카 '45'.사진=현대차

◆ 현대차 '실적부진'에 마침표 찍은 정의선… 미래차 분야 '게임체인저' 주목

지난해 하반기는 현대차그룹에 있어 ‘악몽’과도 같은 시기였다. 현대차의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치는 ‘어닝쇼크’였다. 2017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당시 중국 시장에서는 사드 여파로 인한 판매부진이 이어졌고, 일본정부의 ‘엔저 정책’을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습으로 가격 경쟁력 면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SUV와 픽업트럭 등 현지의 인기 트렌드를 놓친 것은 현대차로선 뼈아픈 실수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처럼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있던 지난해 9월 취임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며 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도 “2019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이 ‘방향키’를 잡은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조 6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을 26.4%까지 끌어올리며 그칠 줄 모르던 실적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수출 비중이 높았던 미국과 중국 시장 외에도 인도,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판로를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성장동력이 될 친환경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을 총 44개 차종으로 늘리고, 연간 167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정 수석부회장의 목표다. 

이와 관련, 정 수석부회장은 10일(현지시간)부터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나와 니로 등 친환경차를 증산할 계획”이라며 “초고속 충전인프라를 한국에도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45에 대해선 “마음에 든다. 양산 가능성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콘셉트카 45는 현대차가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한 '포니 쿠페 콘셉트' 이후 45년간 쌓아 온 헤리티지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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