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전기·수소·자율주행車 '3마리 토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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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전기·수소·자율주행車 '3마리 토끼' 노린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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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액티브와 합작법인 설립… 자율주행 수소차 등장하나
리막, 아이오니티 투자 등 미래 시장변화에 빠른 판단 돋보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 이기륭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 이기륭 기자

'정의선 제체'의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게임체인저’로 도약에 나섰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투트랙 전략과 함께, 자율주행 분야 투자에도 속도를 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퀀텀점프’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탑3’ 업체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 계약식을 가졌다. 이 계약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각각 2조 4000억원씩 총 4조8000억원이 투자되며, 지분 50:50으로 합작법인을 공동경영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현금으로 약 1조900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투자하고,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R&D), 지적재산권 등 약 5000억원 가치의 무형자산까지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7년 말 제너럴모터스의 부품계열사 델파이에서 분사한 앱티브는 지난해에만 매출 15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2022년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에게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될 차세대 자동차로는 수소전기차의 손을 들었다. 정 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차는 전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배터리 전기차는 한계가 있다”면서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합작기업을 통해 레벨 4, 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각각의 단계에 따라 0에서 5까지 나뉘는데, 레벨4부터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 자율주행으로 분류된다. 레벨5는 자동차가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해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 ▲판단 ▲제어로 이어지는 과정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달려있다.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기 보다는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 확보를 위해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와의 공동개발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뮌헨 인근에 위치한 아이오니티 충전소에서 기아차 니로EV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독일 뮌헨 인근에 위치한 아이오니티 충전소에서 기아차 니로EV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 정의선號 현대차그룹, 차세대 전기차 시장서 '퍼스트 무버'로 

정 부회장은 전기차 부문에서도 ‘퍼스트 무버’로서의 과감한 경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가 전망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속속 경쟁에 합류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5월 1000억원을 들여 크로아티아의 하이퍼 전기차 개발업체 리막(Rimac)의 지분 10%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대항마로도 꼽히는 리막은 현대차와의 협업을 통해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막이 2016년 개발한 ‘C_One’은 제로백이 2.8초에 불과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최대출력은 1088마력에 이른다. 지난해 공개된 ‘C-Two’는 1888마력에 제로백 1.8초를 기록해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성능으로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따돌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리막과의 협력 하에 내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에는 별도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 양산도 진행하게 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술에도 빠르게 눈을 돌렸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 전문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투자를 단행했다. 아이오니티는 기존 급속 충전기 대비 충전 속도가 최대 7배 빠른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오니티는 BMW그룹, 다임러 AG, 폭스바겐그룹, 포드 모터 등 4개사가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17년 11월 공동 설립한 회사다. 아시아 회사로는 유일하게 현대차그룹이 이들 회사들과 동일한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아이오니티가 제공하는 800V급 고압의 충전시스템을 통해 350kw급 전력으로 충전하면 단 3분 충전만으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21년 이후 순차적으로 출시할 전기차 전용모델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800V급 충전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한편, 업계에선 EU 국가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21만대 수준이었던 유럽의 순수 전기차 시장은 올해 30만대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쯤에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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