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포퓰리즘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의 싹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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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퓰리즘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의 싹 잘랐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0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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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금융혁신서비스 142개사 219건 신청 대기
곽노성 교수 "샌드박스 中企 차별... 혁신체감 못해"
여전히 높은 장벽 탓에 기업들 한숨만 푹푹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 핀테크 혁신을 위한 현장의견 수렴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 핀테크 혁신을 위한 현장의견 수렴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실시한 하반기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전 수요 조사 결과 142개사에서 219개 서비스를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란 법률에 근거를 두고 기업들이 혁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수요는 상반기에 비해 상당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신청을 한 기업은 61%, 서비스 수는 108% 늘어났다.

분야별로 보면 은행 24건, 자본시장 46건, 보험 24건, 여신전문 33건, 데이터 27건, 전자금융·보안 28건, P2P 6건, 대출 20건, 외환·기타 11건이 서비스 인가를 희망 중이다. 인공지능(15건), 빅데이터(20건), 블록체인(28건), 인증·보안(7건) 등 금융 분야와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도 눈에 띄었다.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상승했는데 특히 금융회사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선 "수요 조사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부처 간 합의가 장기 지연되거나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서비스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존의 장벽이 유지되고 있어 사실상 규제 혁신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성과 보고서에서도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금융 분야의 경우 규제 특례 26건 처리로 양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였지만, 부처 간 합의가 안되거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신청이 실증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효율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곽노성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취지대로 신산업 창출의 마중물이 되려면 규제 샌드박스의 역할 재정립, 심의기구·신청창구 일원화, 핵심 규제개혁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노성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가 기업 현장 애로를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규제 개혁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 통합포털을 만들고 신청 창구와 규제특례 심의기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여러 기술이 접목된 일부 금융 서비스의 경우 담당 부처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가 우호적인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대기업의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많은 중소업체들이 차별을 느낀다는 논란도 분분하다.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우선 시행하고 문제 발생하면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관계 부처의 승인과 제재가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인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고, 금융 분야에서도 신기술 도입에 대한 승인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국민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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