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통' 중앙지검장 시대 열릴까... 포스트 윤석열 大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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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통' 중앙지검장 시대 열릴까... 포스트 윤석열 大해부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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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차기 중앙지검장 하마명... 이성윤 조남관 문찬석 여환섭 물망  
윤석열 후계자로 불린 윤대진 검사장, 친형 뇌물 추문에 낙마 위기 
이성윤, 대통령과 동문 윤석열과 동기... 靑 결단 따라 거취 변화 전망 
조남관, DJ 노무현 문재인 정권과 호흡... 비주류 형사통, 유력 후보 급부상 
문찬석, 최고의 금융범죄 전문가... 여환섭, 김학의 전 차관 수사 매듭 
차기 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 사진 왼쪽부터 이성윤 검사장,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차기 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 사진 왼쪽부터 이성윤 검사장,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KT, 한화테크윈.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올해 들어 최소 1회 이상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검찰의 압색 후 절차는 대체로 비슷하다. 압색이 실시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위 기업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전현직 임직원들은 검찰청사로 불려 나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돼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 기업 임직원들의 눈과 귀가 다시 서울중앙지검에 쓸리고 있다.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차기 중앙지검장 인사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기업 임직원들이 중앙지검장 하마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실은 낯설지 않다. 누가 정권을 잡든 정부·여당은 집권기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대기업 비리 수사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검찰의 기업 수사는 뿌리 깊은 거악을 뿌리 뽑고 공정경제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역대 정부·여당은 국면 전환이 필요할 때면 곧잘 기업 수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책실패를 덮거나 지지율 반등이 필요한 경우는 물론이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있어 기업 수사를 이용하기도 했다. 야당의 하명수사, 표적수사 비난이 아무리 거세도 역대 모든 정권이 검찰의 기업 수사를 묵인 혹은 조장한 밑바탕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현 정권이 ‘검찰 힘빼기’에 초점을 맞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면서도, 정작 검찰 특수·인지수사부서의 광범위한 저인망식 수사가 초래하는 폐단을 못 본 채 방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권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수사의 중심 중앙지검... 특수부서만 9개

서울중앙지검은 검찰 기업 수사의 중추다. 3차장 산하 특수1~4부, 공정거래조사부, 조세범죄조사부, 방위사업수사부는 물론이고 4차장 산하에 있는 과학기술범죄수사부(옛 첨단범죄수사2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도 전문적인 기업 수사 노하우를 갖고 있다.

1차장 산하에 있는 형사1~9부도 언제든 기업 수사에 투입될 수 있다. 3차장 및 4차장 산하 부서들이 경찰의 조력 없이도 단독으로 수사를 기획, 착수할 수 있는 특수·인지수사 조직이라면 1차장 지휘를 받는 형사부서는 각 영역 별로 기업 수사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식품·의료범죄는 형사2부, 교통·환경범죄는 형사5부, 건설·부동산 범죄는 형사8부가 전담한다. 다만 형사부는 특수·인지수사부서와 달리 고소·고발사건, 경찰 단계에서 1차 조사를 마치고 송치된 사건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수·인지수사부서가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형사부서와는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2부가 올해 초 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삼성 관련 전담 수사팀’으로 몸집을 키운 사실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형사5부는 교통·환경 관련 사건이 몰리면서 배당 뒤 1년 9개월이 지난 올해 2월 첫 번째 압색에 나설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보다 더 도드라지는 차이는 수사방식과 강도에 있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청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청사.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중앙지검장 성향 따라 달라지는 기업 수사... “특수통 임명, 기업 피로도 가중”

‘거악척결’을 앞세워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특수·인지부서는 ‘혐의 유무 확인’이 아니라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혐의점’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 이와 달리 형사부서는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목적이 다르다 보니 수사 강도와 방법에  있어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중앙지검장의 성향에 따라 기업을 대하는 이들 부서의 수사태도에는 미묘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난다.

수사 대상 기업 임직원들이 중앙지검장 하마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수통’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적’ 수사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업 대관담당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원하는 ‘몸통’이 나올 때까지 사건을 확대해, 기업의 피로도가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검찰과 경찰 주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플리바게닝(형량거래) 등 편법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형사통’ 중앙지검장 임명 여부 주목 

반면 ‘형사통’ 검사장이 온다면 처벌보다는 ‘진상 규명’과 범죄 예방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경우 일선 지검이나 지청 형사부에서 잔뼈가 굵은 배테랑 수사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검찰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과도한 업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앙지검 형사부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형사통 검사장’의 발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중앙지검의 위상을 고려할 때 형사통이 검사장에 임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중앙지검서 진행 중인 기업수사 4건... 삼성 수사는 전담팀 구성

현재 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기업 사건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특수2부) ▲황창규 KT 회장 정치자금법 위반 등 의혹(특수3부) ▲한화테크윈 120억원대 조세포탈 의혹(조세범죄수사부)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은폐 의혹(형사5부) 등이다. 

올해 2월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위해 일선 지검에서 특수통 칼잡이를 대거 차출, 전담팀을 구성했다. 검찰이 특정 기업 수사를 목적으로 검사만 18명을 투입해 전담팀을 구성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삼바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의 수사는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인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포스트 윤석열’ 윤대진, 친형 뇌물 추문에 낙마 위기 몰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직전까지 차기 중앙지검장 최유력 후보는 윤대진 검사장(법무부 검찰국장, 사법연수원 25기)이었다.

윤대진 검사장은 ‘소윤’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윤석열 총장 후보자와 각별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가 ‘대윤’, 소윤‘이란 표현을 붙여도 좋을 만큼 막역한지에 대해선 반론도 있지만 윤 검사장이 ’포스트 윤석열‘로 불린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연수원 25기로 1996년 처음 검사복을 입은 그는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 수사를 위해 출범한 차정일 특검에 합류하면서 언론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초임 검사 시절 강력사건 수사로 업력을 쌓은 그는 이후 특수통으로 전공을 바꿔 승진을 거듭했다. 2003년에는 노무현 정권 청와대에 들어가 특별감찰반장직을 맡았다. 그의 정식 직함은 민정수석비서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거쳐 부산지검 2차장으로 있던 그는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5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영전하면서 일찌감치 ’윤석열의 후계자‘로 존재감을 높였다. 지난해 6월에는 검찰 내 요직 중의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됐다.

윤석열 검사장이 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차기 중앙지검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됐으나 친형인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의혹에 고개를 떨궜다.

윤 검사장을 잘 아는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강력검사로 시작해서 특수로 옮긴 케이스”라고 했다. 그는 “흔히 우리가 아는 특수통 검사하고는 결이 조금 다르다. 수사를 거칠고 조금과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촌평했다.

그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는 “거칠다” 혹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과감하고 거칠 것이 없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의혹 수사,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차례로 참여했다.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23기 이성윤, 24기 3인방 조남관 문찬석 여환섭... 차기 중앙지검장 노려

차기 중앙지검장은 윤대진-이성윤 검사장(연수원 23기·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2파전 구도에서 윤대진 검사장 ’1강‘ 체제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윤 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윤우진 세무서장 뇌물 의혹으로 급변했다.

중앙지검장 임명이 확실시된 윤대진 검사장이 낙마 위기에 처하면서 이성윤 검사장의 이름이 다시 나오고 있다. 윤대진 검사장보다 1기수 위인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상 24기)의 이름도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이 검사장, 조 검사장은 윤 검사장과 같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이다. 이 검사장은 조 검사장과 고교 동문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 출신인 이 검사장은 81년, 전북 남원이 고향인 조 검사장은 83년 각각 전주고를 졸업했다.

문찬석 검사장은 윤석열 총장 후보자 청문회 실무 준비를 주도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윤 후보자의 신임이 각별하다. 법조계에서 인정하는 ‘검찰 내 최고의 증권·금융 범죄 수사전문가’ 중 한 명이다.

검찰 내부서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한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매듭지은 여 지검장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궂은일을 맡아 사건을 종결한 공을 인정받는다면 깜짝 발탁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견해가 있다.

윤대진 검사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최유력 후보로 부상한 인물은 조남관 검사장이다. 조 검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뚜렷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조남관, DJ-노무현-문재인 정권과 호흡... 온화한 성품의 ‘형사통’, “대가 약하다” 지적도

조 검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기인 2006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다. 2017년 6월에는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을 맡아 문재인 정권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국정원 적폐청산 작업‘을 이끌었다.

그는 DJ 정부 시절인 2000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에 임명된 이력이 있다. DJ 노무현 문재인 정권과 고르게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범여권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주류인 형사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특수부 출신만 요직을 맡는다”는 검찰 내부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함께 근무한 후배 검사들로부터 “성품이 온화하고 자상한 리더”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과거 이력과 성품을 볼 때,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가 약해 청와대 입김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거나 ’코드·하명 수사 논란이 더 거세질 것‘이란 반론이 그것이다.

◆이성윤, 대통령과는 동문 윤석열과는 동기... 청와대 결단이 변수

이들 4명 가운데 이성윤 검사장은 윤 총장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이지 대통령과 동문이란 사실이 걸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윤우진 서장 뇌물 추문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평화당, 정의당 등 범여권이 윤 총장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고 있어 ’임명 강행‘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총장과 동기인 지검장급 검사가 대검찰청에 같이 있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는 것이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통령과 동문인 이 검사장이 전국 지검 특수수사를 조율하는 반부패부장에 계속 앉아있는 것도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 수 있다.

연수원 기수를 고려할 때 이 검사장의 영전 혹은 승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이 검사장이 윤 후보자와 대검에서 함께 근무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의 중앙지검장 발탁은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경희대 출신 대통령‘에 ’경희대 출신 중앙지검장‘ 역시 야당에 하명수사, 표적수사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겐 부담스러운 구조다. 문재인 대통령은 80년, 이 검사장은 85년 각각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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