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하나은행 지성규號, "데이터 정보회사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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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하나은행 지성규號, "데이터 정보회사로 바꿀 것"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3.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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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소통' 최연소 시중은행장... "제로섬 생존의 키는 2개"
2020년까지 1,200명 디지털 인재 발굴하고 신기술 역량 확보
21일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이 을지로 신축 본점에서 진행된 이·취임식에서 함영주 전 은행장으로부터 전달 받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지난 2015년 9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출범한 KEB하나은행의 2대 은행장이다.

준비된 은행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성규 은행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통합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초대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전략재무·기업영업·개인영업 등 은행 업무 전반을 총괄한 경험을 갖췄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성규 은행장의 취임을 통해 KEB하나은행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지성규 은행장은 시중은행장 중 최연소인 1963년생이다. 올해 나이로는 56세로 금융권 내 대표적인 젊은 피로 통한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30년 은행 생활의 절반을 해외시장 개척에 쏟은 지성규 은행장이 글로벌 리딩뱅크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성규 은행장은 현지인을 능가하는 중국어 실력과 함께 영어·일어·베트남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성규 은행장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활동하며 12개 분행의 한국인 분행장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등 성공적인 현지화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이는 혁신과 소통을 중시한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1년에는 직원고충처리 담당 부서장을 맡아 7개월 동안 약 4,000명의 직원을 개별 면담하면서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는 조직의 의사소통 체계를 원활히 하고 이해·협력·참여·배려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이날 오후 을지로 신축 본점에서 진행된 이·취임식에서 지성규 은행장은 함영주 전 은행장으로부터 깃발을 전달 받고 KEB하나은행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옛 하나은행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통인 은행장 만년필도 지성규 은행장의 손에 쥐어졌다.

지성규 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통합은행이 출범한 지 3년 7개월 동안 진정한 원 뱅크(One Bank)를 이루며 매년 뛰어난 실적을 갱신해 온 함영주 초대 은행장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KEB하나은행을 만들기 위해 혁신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성규 은행장은 "빠르게 변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상호존중과 장벽 없는 협업문화를 구현하고, 은행 전반에 걸친 구조적 혁신으로 위대한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21일 공식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을지로 신축 본점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취임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는 20여분 간 출입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명함을 주고 받았다. 인사 도중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기자에게 건네는 배려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를 맡은 오정택 브랜드본부장은 "행장께서 중국에 오래 계시다보니 (기자들의) 얼굴을 익히고 인사도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취임식 이전에 기자 간담회를 먼저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성규 은행장은 "KEB하나은행을 커머셜 뱅크에서 디지털 정보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는 만큼 전통 은행을 탈피해 데이터 기반 전문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KEB하나은행은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모바일을 핵심채널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인재를 발굴하고 신기술 역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지성규 은행장은 글로벌 현지화와 콜라보 경영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라인과 함께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한 사례를 예로 들며 "은행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도 창의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면 적극 협업하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GLN) 대만 사업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과 관련해선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남방,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이 이번 임기 2년 동안 본격적으로 진출할 곳으로 글로벌 현지 밀착형 협업을 강화하고 현지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피력했다.

지성규 은행장은 "하나은행 왼쪽 날개는 디지털, 오른쪽 날개는 글로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이 레드오션에서 제로섬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생존을 위한 키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KEB하나은행 뿐만 아니라 하나카드의 새 사령탑으로 장경훈 신임 사장을 공식 선임했다.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출신인 장경훈 하나카드 신임 사장은 1963년생으로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과 동갑내기로 카드사 수장 중에서는 가장 젊다. 하나금융 경영지원실장과 그룹전략총괄 전무 등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나카드의 경우 카드사 가운데 약체로 꼽히는 만큼 중상위권 수준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은 장경훈 사장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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