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부행장님 딸 아니었어?" 불합격... 은행 채용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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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부행장님 딸 아니었어?" 불합격... 은행 채용비리 백태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6.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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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채용비리수사 8개월... 12명 구속, 38명 재판회부
"은행 4곳은 '청탁 대상자 명부' 작성해 별도 관리"

KB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의 딸과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응시자 A씨를 발견하고 논술점수를 조작했다. 별도의 청탁이나 압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챙긴’ 사례이다. 필기전형에서 합격한 A씨는 부행장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면접과정에서 탈락했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시중은행 채용비리 백태의 한 사례이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 채용비리 문화가 고착화 돼 있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청탁 대상자 명부'를 작성해 별도로 관리한 시중은행이 4곳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공고 당시 없었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하위권 지원자 2명을 합격시킨 경우도 있었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점수를 조작한 사례도 다반사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17일 KB국민·우리·KEB하나·부산·대구·광주은행 등 전국 6대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해 8개월간 수사 끝에 1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이 성세환(65) 전 회장 등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은행 8명 ▲하나은행 6명(법인제외) ▲우리은행 6명 ▲국민은행 4명(법인 제외) ▲광주은행 4명 등이다.

검찰은 정리한 채용비리 행태는 크게 네 가지였다. 은행 인사부서가 채용비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 내·외부를 따지지 않는 청탁 행태, 성·학력 차별 채용, 시(市)금고 유치 등 로비 명목 채용 등이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은 추천이 있는 경우 별도로 명부를 만들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키거나 필기·면접전형에서 탈락 대상이 된 경우 점수를 수정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기소대상자가 가장 많은 부산은행은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채용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딸에 대해 채용 청탁을 하자 단계별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러고도 합격권에 못 들자 선발 예정 인원을 증원했고, 임원 면접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광주은행은 내부적으로 채용비리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임원과 당사자들을 면직시킨 바 있다.

신한은행도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해당 지자체장의 자녀를 특혜입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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