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식용란 선별포장법은 '악법', 계란유통 전면 거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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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식용란 선별포장법은 '악법', 계란유통 전면 거부할 것"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2.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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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란선별포장업 반대' 비대위 최홍근 위원장

지난 10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4월에 ‘식용란선별포장업’이라는 업종이 신설된다. 이 개정안은 일반 가정용으로 유통·판매되는 계란에 대해서 '식용란선별포장업' 영업장을 통해 위생적인 선별·포장을 의무화 하도록 하고 있다.

영세 계란 유통인들은 ‘식용란선별포장업’이 영세유통업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신선하지 못한 계란을 공급하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유통업자들에게 최소 100억원 이상의 시설비를 요구하고 있으며 계란을 세척 및 냉장유통시키는 것은 살아있는 계란을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법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계란유통협회’의 명예회장이며 ‘식용란선별포장업’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최홍근 위원장을 만나봤다.

△ ‘식용란선별포장업’ 무엇이 문제인가?

- 살아있는 계란을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법이다. 계란은 생물이기 때문에 세척을 하게 되면 세균감염위험이 높아 냉장유통이 필수이다. 정부에서는 계란의 세척을 의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거대자본이 계란유통시장에 뛰어들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세척작업은 필수로 거치게 될 것이다. 유럽은 세척 및 냉장 유통된 계란은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없다. 계란은 자연 그대로 유통되어야 신선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계란의 신선도보다는 보기 좋은 모양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 법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검란’, ‘선별’, ‘포장’ 등 전 과정의 책임을 계란 유통인들에게 맡겨 놓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인이 영세업자들인데 업종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설비만 최하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결국 영세업자들의 숟가락을 뺏어서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에게 퍼주겠다는 법안이다.

△ 계란유통업계의 현황에 대해 간략히 말해달라.

- 국내 생산분의 70% 정도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소비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계농장도 서울 경기 등 지역에 다수 포진돼 있으며 수도권 생산량이 전국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 법안은 식용란 세척과 냉장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자연 그대로 유통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식용란선별유통업’을 하려면 HACCP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HACCP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세척시설이 필수이다. 사용하지도 않을 세척시설을 왜 설치해야 하는가? 정부에서는 세척이 의무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인증조건에서 세척시설의 의무화를 해 놓는다는 것은 분열증적 사고방식이다.

△ 유통업자들이 영세하다 하더라도 협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서로 힘을 합쳐 시설을 갖추고 선별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법안에서는 생산자도 선별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통업자들이 어렵게 시설을 갖춰 선별업을 출범시킨다 해도 생산농가에서 시설을 갖추고 선별업을 해 버리면 유통업자들이 갖춘 시설은 모두 고물상으로 보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수억원의 돈을 투자해 선별업을 하겠는가?

△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 20여년 전에 정부에서 광역 GP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광역시도별로 계란을 집하·유통시키는 시스템을 시도했으나 3년을 못 가고 포기해버렸다. 계란수급이 일정치 않고 판로 또한 확보되지 않아 집하된 계란이 모두 모두 썩어나가는 판이었다.

△ 지난 겨울 조류독감 파동으로 계란 품귀현상이 일어 급기야 정부가 외국란을 수입하기까지 이르렀다. 타격은 없었나?

- 수입란은 냉장유통이 기본이다. 냉장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유통업자들은 수입란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수입란 유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못 된다. 정부에서 수입한 계란은 거의 대부분 제과·제빵 회사에서 소비가 됐고 일반 소비자들은 거의 구경을 못 했다. 다만 냉장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농협마트에서만 수입란을 취급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계란유통인들의 반발이 이렇게 심한데 선별업이 추진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 계란에 대해 문외한인 공무원과 정치인들 때문이다. 살아있는 계란을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계란의 신선도보다는 겉모양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겠는가? 정책을 입안할 때도 겉치레만 중요시한 결과물이다. ‘식용란 선별포장업’으로 인한 계란가격 상승 등 뒤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듯 보인다.

△ 비대위는 언제 출범했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9월에 출범했다. 내년 4월 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협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대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는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협회 내부의 의견조율이 마쳐지는 대로 계란유통을 전면 거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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