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홍삼이 건강식품? 흡연 조장보다 더 나쁜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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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홍삼이 건강식품? 흡연 조장보다 더 나쁜 상술"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1.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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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 인터뷰

일반인들은 전문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의사들을 규합해 한의산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소상공인 단체에 가입한 한의사가 있다. 대통령에게 한의사들도 환자의 혈액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책을 건의했다가 대통령이 정책을 시행하자 양의사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의료계의 최순실’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며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창덕궁한의원'의 최주리 원장을 만나봤다.

△ 한의산업협동조합은 어떤 단체인가?

-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로 중소기업협동조합으로 2012년에 인가를 받았다. 회원분포는 한의사가 80%, 한의원에 의료기기나 약재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20%정도 된다. 한의사와 약재회사, 의료기기회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의학을 매개체로 한의산업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어 한의학의 세계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서양의료체계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강문제를 한의학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현대한의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해묵은 문제이지만 양의사와의 갈등관계가 여전하다.

- 2000년대 초에 홍삼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양방의료계와 홍삼업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홍삼업체는 한의학계를 경쟁관계로 인식했다. 홍삼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인삼은 강한 약재이다. 이것을 건강식품으로 둔갑시킨 것이 홍삼판매업자이다. 인삼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홍삼은 문제 없다고 선전한다. 쌀로 떡을 빚으면 쌀의 성분이 없어지나? 떡이든 밥이든 쌀의 성분은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홍삼이 모든 이들에게 유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해한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홍삼이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모든 이들에게 홍삼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홍삼업체와 한방의료를 경멸(?)하는 양방의료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아무리 좋은 약재라도 모든 이들의 몸에 다 좋을 수는 없다. 조선시대에는 남아선호사상이 극에 달했다. 사내아이를 생산하는 문제가 종교화되어 있던 봉건시대였다. 오죽했으면 아들 낳는 비법이 횡행했겠나? 양의학에서는 이를 두고 비과학적이라고 한의학을 비방한다. 심지어는 간수치가 높은 환자가 한약을 복용했다고 하면 기·승·전·한약이다.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서로 발전하기 어렵다.

△ 홍삼제품이 문제라는 말로 들린다.

- 젊은 사람들은 건강하기 때문에 체질에 맞지 않는 약재성분이 몸에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노인과 어린이는 다르다. 열이 많은 아이들은 홍삼을 복용하면 주위가 산만해질 수 있다. 몸에 들어온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ADHD(과잉행동장애) 어린이 환자가 부쩍 늘어났다. 홍삼 탓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의 육체는 음과 양을 비롯한 모든 것들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병이 발생한다. 그러나 시중에 시판되는 식품들은 모두 양의 기운을 붇돋아 주는 제품들뿐이다. 건강식품을 먹으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양의 기운을 높이는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본의 논리에 순응한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이 홍삼제품이다. 인체의 면역력이 낮아지면 잔병치레가 많아진다. 그러나 반대로 면역력이 과항진되면 자가면역 질환같은 치료가 어려운 병에 걸릴 수 있다. 홍삼업체들이 우리나라의 식치(食治)문화를 어지럽혀 놨다. 청소년들에게 술·담배를 팔면 형사처벌한다.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의학적 견해로 봤을 때 체질에 안 맞는 사람에게 홍삼제품을 권유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음주·흡연을 권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이다. 저승가는 열차표를 선물이라고 건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약처럼 먹고 약을 음식처럼 먹는다. 음식과 약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음식이나 약이나 모두 고유의 쓰임새가 있는 법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이끌려 쓰임새가 변화해 버렸다. 이런 이유로 건강을 해친 사람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 소상공인들중 건강관리를 위해서 홍삼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 소상공인들은 자기 건강관리를 하는 시간을 내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때문에 홍삼이용자가 많다. 소상공인들중에는 홍삼 판매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인삼이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이라도 홍삼은 괜찮다고 말을 하며 홍삼을 판매한다.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만 그것을 모르고 있다. 신체에 염증이나 출혈이 있는 사람은 홍삼을 복용해선 안 된다. 홍삼은 약임에도 불구하고 약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판매를 하고 있다. 인삼은 약재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판매할 수 있도록 식약공용한약재로 풀어줬다. 국민들이 쉽게 삼계탕을 끓여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풀어줄 것인데 인삼만 빼서 달여 먹고 있다. 홍삼, 인삼, 녹용, 녹각 등은 효과가 강한 약재들이다. 자기 체질에 관계없이 섭취하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홍삼 함유율이 6%밖에 안 되는 홍삼제품도 있는데 오히려 다행이다. 함유율이 낮은 만큼 부작용도 낮기 때문이다.

△ 건강관리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이 건강관리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 동양에는 동양의 가치가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울퉁불퉁하게 근육을 키우거나 하는 것을 건강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소상공인들은 자기 몸 관리에 소홀한 사람이다. 짧은 시간동안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양생체조 등을 꾸준히 하면 별도의 약재가 필요없다. 특히 스님들이 하는 절 운동같은 것이 좋다. 사찰에 가면 스님들이 300배, 3000배 등 엄청나게 많은 절을 한다. 수천년을 이어 온 건강관리법이다. 부작용이 있었다면 수천년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절 운동을 할 때는 카운트를 하지 않아야 한다. 숫자를 세다 보면 몸동작에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주어진 시간동안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 사상의학은 왕실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의학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던 아닌가?

- 사상의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제마 선생은 조선왕조 말기의 인물이다. 사상의학이 전파된 지 이제 갓 100년이 넘었다. 왕실이 존재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갓 시작된 의료행위이다. 갓 걸음마를 뗀 의사에게 국가의 존폐가 달려 있는 왕실의 안위를 맡길 수 있겠나? 이제마 선생이 궁궐에 처음 들어간 것은 고종황제의 친위부대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일본의 식민지 국가가 되면서 왕실이 없어져버렸다.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에는 사상의학이 전파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 중국의 동양의학도 체질따라 병이 다르고 약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의학이 자본의 논리 때문에 사장되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을 보자. 중국은 헌법에 동양의학의 부흥을 위한 조문을 넣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양의사들은 한의사들을 경멸한다. 심지어 동의보감에 ‘아들 낳는 비법’이 기술되어 있다는 이유로 한의사를 무당취급까지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으로 건강관리하자는 것이다. 이게 왜 무당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누구나 코피를 흘릴 수 있지만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러나 양의사들은 코피를 자주 흘린다고 하면 콧속부터 지지려 든다. 오장이 불편하다고 하면 CT나 MRI로 들여다 보고 칼질부터 해 댄다. 병의 근원은 잘못된 식습관이고 식습관과 체질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서양에서도 사상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본류인 우리나라에서는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 ‘의료계의 최순실’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사연을 얘기해 줄 수 있나?

-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억울한 부분이 많다. 한의사들도 혈액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건 때문이다. 한의학의 전파를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한의학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중소기업중앙회에 들어갔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중기중앙회장에게 몇 차례 부탁을 한 것이 전부다. 대통령과 대면할 수 있는 자리에 참석해 생각하고 있던 것을 허심탄외하게 얘기했을 뿐이다. 양방과 한방이 융합되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논란이 됐던 혈액 검사 문제도 한방에 양방을 접목시키는 차원의 생각이었다. 한의사도 최신 의료기기를 이용해 혈액검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 생각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 뿐이다. 내가 건의한 정책을 대통령이 받아 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이를 안 좋게 본 양의학계와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이 서로 주고받으며 사태를 키운 것이다. 한의사가 최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왜 안 되는가? 한의사는 자동차도 이용하지 말아야 하나? 과학의 발전을 한의학에 도입한다는 것이 왜 국정농단으로까지 번졌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 문제로 소송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의학의 본류를 떠나 양쪽 모두 국민의 건강권에만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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