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인증 표기기준 강화 움직임... "빠르면 연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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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인증 표기기준 강화 움직임... "빠르면 연말 적용"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03.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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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인증, 자유방목 아닌 축사내 평사형태 다수
전국 양계목장 중 자유방목 형태 사육은 16곳 뿐
“자유방목 닭, 유해성물질 섭취 가능성 우려” 의견도
농림부 "포장지에 사육환경표시 최대한 빨리 적용할 것"
풀무원이 출시한 동물복지 목초란. 자유방목이 아닌 축사 내에서 유럽식 방목으로 기른 닭의 계란이다. 사진= 풀무원

살충제계란 파동으로 안전한 먹거리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좁은 케이지 사육이 아닌 건강하게 자란 닭에게서 얻은 ‘동물복지 인증란’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풀무원은 안전한 먹거리를 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 부응해 지난 22일 ‘동물복지 목초란’을 전국 첫 출시하며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에 나섰다. 계란 10구에 5650원이란 비싼 가격이지만 실제 마트에 가면 금세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동물복지계란에 대해 호평이 이어지고 많은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지만 아이들 건강을 위해 동물복지계란 구매에 지갑을 열고 있다.

◇ 동물복지계란은 자유방목? 오해하는 소비자들

그렇다면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한 계란은 좁은 케이지 사육이 아닌 방목한 닭에게서 얻은 계란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기존의 폐쇄형 케이지(마리당 0.05㎡)보다 넓은 0.11/㎡ 이상의 사육밀도를 충족하며 실내에서 방사형태로 키우고는 있지만 실외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진정한 의미의 방목장을 둔 곳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동물복지계란이 닭을 일정 공간에 가두고 실내 사육하는 것이 아닌 자유방목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체 92곳 양계목장 가운데 자유방목 형태로 사육하는 곳은 단 16곳뿐이다. 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풀무원이 ‘정부인증 전국 첫 출시 계란’이라고 홍보하는 ‘동물복지 목초란’은 이 16곳에 해당하지 않는다. 풀무원 측은 “이번 출시한 '동물복지 목초란은 유럽식 계사내 방목 형태로 자유방목 농장의 계란은 아니다”고 밝혔다. 풀무원 측에 따르면 “일반 동물복지 농장은 케이지가 아닌 계사 내에 방목(축사내 평사)을 하는 형태지만 유럽형은 그러한 계사를 층층이 구성해 아파트처럼 닭을 사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복지인증 조건을 살펴보면 사육형태는 축사내 평사와 자유방목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하도록 돼 있다. 자유방목은 사육자가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고, 관리와 판로개척의 노력 등 노동력과 관리비용이 2배 이상 들어간다.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 사육 면적은 어떨까? 동물복지인증 조건을 보면 1㎡당 9마리 이하로 사육하도록 되어있다. 동물복지인증 농장의 면적을 분석한 결과 자유방목와 계사내 방목의 사육면적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자유방목 농장 중 1㎡당 9.3마리를 사육하는 곳도 있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와 관련 동물복지인증을 시행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은 1㎡당 9마리 이하로 사육하는 것으로 이는 닭을 기르는 축사에 대한 면적”이라며 “방목장은 추가로 인증을 받는 것으로 인증농장 면적엔 축사에 대한 면적만 표기되고 방목장 면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체 92곳 양계목장 가운데 자유방목 형태로 사육하는 곳은 16곳 뿐이다. 풀무원이 ‘정부인증 전국 첫 출시 계란’으로 알려진 '동물복지 목초란’은 이 16곳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픽사베이

즉,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동물복지인증 농장 리스트에 표시된 면적은 닭을 키우는 축사 면적만을 표시한 것으로 자유방목 인증조건을 충족하려면 별도의 방목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규정이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방목장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마리당 1.1㎡이상의 공간을 제공해야 하며 모든 닭이 방목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사 곳곳에 방목장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출입구가 있어야 한다. 계사와 방목장 간 출입구는 높이 35cm 이상 너비 40cm 이상의 육계 출입이 가능하도록 적정하게 설치해야 한다. 또 차양시설이 닭 1,000마리당 최소 8㎡ 이상 돼야 하고 방목장에 살아있는 풀(식물)이나 잡관목 마련은 필수이다.

◇ 품질·영양 일반란과 차이 없지만… 더 '안전'한 자유방목 선호

살충제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진드기나 이 등은 닭이 '흙 목욕'을 주기적으로 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케이지안에서 사육하면 불가능하다. 케이지 사육보다 축사내 사육, 축사내 사육보다 자유방목 사육일 때 닭의 '흙 목욕' 주기는 물론 위생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에 병균으로부터 안전성이 더 높아진다. 소비자들이 돈을 더 지불해서라도 살충제가 사용되지 않은 자유방목 닭의 계란을 구매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자유방목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자유방목으로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유해성 물질을 섭취할 가능성도 있어 완전히 안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란이나 동물복지란이나 품질면에서 사실 큰 차이는 없다”며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육방식에 따른 비용증가 탓”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학계도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영양학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살충제 파동 때 문제로 지적된 항생제·살충제가 사용되지 않은 건강하게 자란 제품을 사먹겠다는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맛과 영양에 큰 차이가 없다 해도 케이지 사육을 하면 진드기와 이 제거에 살충제를 써야하기 때문에 자유방목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자유방목의 장점으로 ▲닭 진드기 감소 ▲활동성 증가로 활력 증가 ▲고온시기 계사 내 해충 감소(잡아먹기 때문에) ▲케이지 계란보다 비린 맛 감소 ▲높은 가격 경쟁력 ▲배설물로 인한 악취 감소 등을 꼽고 있다.

◇ “자유방목 구분 왜 없나?“ 동물복지인증 표기 기준 강화해야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케이지가 아닌 방사형태로 사육돼 건강한 닭에서 생산된 동물복지 계란을 선호한다. 주요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도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란에 비해 동물복지란의 맛이 덜 비릿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녀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일부 엄마들은 이미 ‘동물복지 계란=자유방목 닭’이 아니라는 사실을 커뮤니티내에서 공유하고 있었다. 정보를 새롭게 접한 한 맘카페 회원들은 “동물복지랑 자유방목은 다른거 였네요”, “동물복지는 당연히 자유방목이라 생각했는데 속았습니다” 등의 의견을 보이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현재 동물복지농장을 모두 자유방목으로 바꾸기는 현실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축사내 평사에 대한 위생과 사육환경 기준을 높여 차차 자유방목형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농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농가 입장에선 생산성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부가 예산지원과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동물복지인증 제도에 소비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인증표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계란 판매시 포장지에 ‘축사내 평사’와 ‘자유방목’ 구분을 명확히 표기해 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담당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자유방목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사육환경표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시민단체 등의 요구가 꾸준히 있었고, 관련 내용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내용의 '축산물 표시기준'을 개정고시한다고 밝혔다.

사육환경번호는 닭을 사육하는 환경에 따라 ▲1(방사 사육) ▲2(축사내 평사) ▲3(개선된 케이지) ▲4(기존 케이지)와 같이 사육 환경에 해당하는 번호로 표시된다. 개정된 표시기준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생산자 고유번호는 오는 4월 25일부터, 사육환경 번호 표시는 8월 23일부터, 산란일자 표시는 내년 2월 23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포장지가 아닌 계란에 표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구매단계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없어 실효성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이승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확경복지과 사무관은 "사육환경의 알권리는 당연히 국민께 제공돼야 하는 것으로 초기 식약처와 논의 했을 때 포장지 표시를 검토했지만 그렇게되면 모든 포장지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계란껍데기에만 숫자를 표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환경 표시) 포장지 교체비용과 타 축산물 인증에 대한 세부사항의 포장지 표시여부 등도 함께 논의 중이라 올해 연말쯤 식약처와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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