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장씨一家' 향한 곱지않은 시선 [중대법 덫 걸린 철강社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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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장씨一家' 향한 곱지않은 시선 [중대법 덫 걸린 철강社④]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3.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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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지주사 전환' 동국제강에 의심의 눈초리
"오너 일가, 중대법 책임 회피용" 비난 일어
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 동국홀딩스 운영
사업회사 동국제강-동국씨엠, 전문경영인 체재
22년 3월 협력사 직원 사망사고, 장세욱 대표 수사 대상서 제외 논란도

<편집자註>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법) 시행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실질적 기업 소유주나 경영자인 이른바 '오너'와 그 일가는 처벌범위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이 오너를 대신해 법령 위반 책임을 떠안는 이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이다. 중대법의 입법 취지가 처벌 그 자체보다 재발 방지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22년 1월 중대법 시행 이후, 지난해 첫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오너가 아닌 '월급 사장' 신분이었다. 올해 들어 중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일제강 대표와 임직원 가운데도 오너 일가는 없었다. 
 

법 시행 전부터 불거진 오너 책임 '회피' 논란

중대법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22년 1월 27일이다. 이 법은 기업 ‘오너’를 비롯한 최고 경영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그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구별된다. 근로자 사망사고의 경우 법정형을 ‘1년 이상 징역’으로 대폭 강화한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동 법 적용 대상은 '기업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업무에 있어 실실적·최종적 결정권을 가진 자이다. ‘실질적·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판단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등기 여부를 불문한다. 즉 비등기 임원 신분인 ‘오너’도 동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 발생과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관리·감독 책임자로 처벌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중대법의 법정형은 ‘중대산업재해’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상 벌금형이다(같은법 2조2호 가목, 6조 1항).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 혹은 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내지 1억원 이하 벌금형이다(같은법 2조2호 나목, 다목 / 6조 2항).

해당 법률 위반으로 인한 형 확정 후, 5년 이내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된다면 각 항이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같은법 6조 3항).

앞서 검찰은 지난해 삼표산업 오너를 중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 입법취지를 이렇게 정의했다.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충실하게 보호하려는 중대법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위 법률 시행 전부터 사주의 형사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에 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주나 그 일가가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에도 전문경영인을 공동대표나 각자대표로 선임해 안전·보건의무를 떠넘기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2022년 4월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돼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2년 4월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비슷한 시기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사실을 '사업주 면책' 이란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사업주의 중대재해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지주사 체제를 이용했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분할되는 사업회사의 경영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근본 목적이 있으나, 사업주와 그 일가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이 방식을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사업주와 그 일가는 지주사에만 몸담고, 사업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방식을 취한다면, 오너 일가의 중대재해법 리스크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포스코 이어 지주사 전환 택한 동국제강그룹

철강업계 대표 기업인 포스코도 2022년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했다. 포스코는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으로 오너가 따로 없다. 다만 3년 임기로 선임되는 그룹 회장은 재임 기간 민간기업 오너 못지않은 권한을 부여받는다. 신임 회장 선임 때마다 '전임자의 의중'이 주목을 받을 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포스코 회장의 위상과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 이면에 '회장의 중대재해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고려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동국제강그룹의 지주사 전환도 관심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해 6월 1일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 3개 회사로 물적분할 작업을 마쳤다. 지주사인 동국홀딩스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장세욱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장 부회장은 창업주 故 장경호 선대회장의 손자로 장세주 현 회장의 동생이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일에 동국제강 인천공장을 방문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새해 첫 업무일에 동국제강 인천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국홀딩스.

 

동국제강 오너 일가, 사업회사 경영진에 포함 안 돼

지주사 전환 당시 동국제강그룹은 "장세욱 부회장은 장세주 회장과 함께 운영회사인 동국홀딩스에서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을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경영은 장 회장 일가가, 사업회사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전문경영인들이 대표이사를 맡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운영회사인 지주사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중대산업재해의 법적 책임은 동국제강, 동국씨엠 대표이사들이 떠안게 됐다.

봉형강 제조 회사인 동국제강의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에는 최삼영 부사장이, 컬러강판 등 냉연강판 제조 기업인 동국씨엠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이사에는 박상훈 부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동국제강 최삼영 부사장이 책임진 제조 현장은 인천·당진·포항의 3개 사업장이다. 동국씨엠 박상훈 부사장은 부산공장과 도성센터 등 2개 사업장을 관할한다. 

최삼영 동국제강 대표이사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천·당진·포항을 두루 거친 현장 전문가다. 박상훈 동국씨엠 대표이사 역시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3년 입사부터 냉연 분야 외길을 걸어 온 전문가다. 부산공장장을 거쳐 냉연영업실장 맡으며 현장경험을 두루 쌓았다. 두 사람 모두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법적 책임은 위 두 사람이 종국적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기업 분할 결정은 동국제강이 지난 8년간의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성장을 추구함을 의미한다"며 "기업의 기초체력이 충분히 회복된 만큼 재무구조 개선 약정 이전의 열연과 냉연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사업 고유영역에서 전문성과 성장을 추구하며, 기업가치를 효율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는 판단이었다"고 부연했다. 

앞서 동국제강그룹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2014년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2015년 그룹은 동국제강(열연)과 유니온스틸(냉연) 등 계열사 철강사업을 하나로 통합했다. 

동국제강은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약정 체결 2년 만인 2016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졸업했다. 
 

장 회장 일가, '중대법 리스크'서 비켜나 있어  

동국제강은 이미 중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022년 3월, 동국제강 협력사 소속 직원 A는 철스크랩(고철) 야적장에서 크레인을 정비하다 추락 방지용 안전벨트에 몸이 감기면서 중상을 입었다. A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위 사고를 포함해 최근 5년(2022년 기준)간 동국제강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산업재해는 모두 4건이다. 2020년 1월 유압기 수리 직원이 기계에 끼어 사망했고, 2021년에는 1월과 2월 잇따라 끼임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사를 벌인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2월, 김연극 당시 동국제강 대표이사와 동국제강 포항공장장, 하청업체 창우이엠씨 대표를 입건하고 사건을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송치했다. 당시 동국제강 최고경영자(CEO)였던 장세욱 대표이사는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A씨 유가족은 지난해 2월, 장세욱 대표이사를 중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은 실질적 경영 책임자인 장세욱 대표를 수사에서 배제한 사실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유족은 사건 발생 이후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검찰의 늑장 수사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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