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view]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상용화, 삼성SDI는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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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상용화, 삼성SDI는 해낼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1.12.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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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삼성SDI, R&D 투자동향 분석
전고체 배터리, 미디어전망 밝지만 업계 신중론
글로벌 기업 대부분, 소규모 실험실 수준 연구
일부 전문가 "희망사항, 2030년 양산도 어렵다"
도요타 황화물계 시제품, 기술 수준 가장 앞서
내연기관 비해 성능 미달... 소재 개발부터 난항
삼성SDI, 산화물계·고분자계로 연구범위 확대
매출 7% 투자...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 4300억
사진=삼성SDI
사진=삼성SDI

국내 전기차용 이차전지 제조 3사 중 시장 진입이 가장 늦은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비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삼성 특유의 한 박자 빠른 과감한 투자 행보가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아 본격적인 양산에 이르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나 삼성SDI는 새 제품 양산시점을 2027년으로 잡았다. 

삼성SDI는 최근 연간 매출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가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43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의 6.9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 전고체 배터리이다. 회사도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 부문 선행연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시장 주력제품인 액상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전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모델로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화재 혹은 폭발 위험이 상존하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배터리 본체를 절단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이론상 화재 위험성이 0%에 가깝다. 내열성·내화학성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탁월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화재 위험과 짧은 수명으로 대변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치명적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자동차와 에너지 업계를 비롯한 산업 생태계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가 산업계 전반의 게임체인저로 기능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기술적 난제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적합한 소재 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소재 발굴에 성공한다고 해도 제조비용 상승이란 현실적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글로벌 이차전지 제조사 대부분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보다는 현재 시장 주력제품인 리튬이온전지 성능 개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사진=삼성SDI
사진=삼성SDI

 

<편집자주> 리튬이온전지와 전고체 배터리, 두 가지 다른 점... '물성'(物性)과 '구조'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충전과 방전(출력)을 반복한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과 음극, 액상 전해질과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양극에는 리튬이온 발생, 에너지 밀도 향상, 화학반응 제어 기능을 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소재가 슬러시 형태로 부착된다. 반대편 음극에는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보호하는 흑연과 실리콘이 쓰인다. 이들 소재를 각각 '활물질'이라고 부른다. 음극에는 활물질과 함께 '집전체'라 불리는 소재도 사용된다. 외부로부터 전자를 받아 음극활물질에 전달하고, 음극활물질에서 방출되는 전자를 외부로 내보내는 관문 역할을 하는데, 동박(전지박)이 대표적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막아 폭발 위험을 제거하며, 전해질은 리튬이온의 '이동통로'이다. 배터리의 충전과 방전은 리튬이온의 이동을 전제로 하므로,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는 매우 중요하다.

전해질과 양극, 음극의 결합이 불충분하거나 전해질 자체의 전도도가 불량하면 배터리 성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리튬이온전지는 전해질을 액상으로 만들어 전도도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액상 형태의 전해질은 양극, 음극을 이루는 각각의 활물질과 더 밀접하게 결합할 수 있으며, 소재 자체의 전도도 역시 우수하다.

반면 액상 형태의 전해질은 대기 중 산소와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길 수 있는 가연성 소재로 제작돼 열에 취약하다. 액상 형태 전해질은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부피가 급격하게 팽창되면서 외부로 유출(누액)되거나 폭발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분리막과 배터리팩 내부의 냉각장치 등이 화재·폭발 위험을 낮추고 있지만 가연성 액상 전해질에 내재된 화재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 형태라 누액이나 팽창으로 인한 화재·폭발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0%에 달한다. 전해질 물성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휘거나 접을 수도 있어 폴더블, 롤러블 배터리도 구현할 수 있다. 그만큼 배터리팩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또 다른 특장점은 구조의 단순함이다. 리튬이온전지는 내부 공간 대부분을 액상 전해질이 차지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내부는 양극과 음극, 고체 전해질이 전부이다.

고체 전해질이 액상 전해질과 분리막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배터리셀의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하다.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치 않아 배터리팩의 부피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배터리셀 내부 빈공간에 양극과 음극 활물질을 채워 에너지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도 있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의 성능은 물론이고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직결된다. 전고체 배터리 사용이 보편화되면 1회 충전으로 800~1000km 이상을 주행하는 전기차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소재 개발 어려움... "삼성SDI라도 성공 장담 못해" 일부 회의적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있다. 일부 전문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가능성 자체를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들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근본적 이유는 소재 개발의 어려움이다.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이온전지의 결정적 차이는 전해질의 '물성'(物性)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액상 전해질을,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각각 사용한다. 이 부문 글로벌 선행연구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이끌고 있다. 올해 6월 도요타는 황화물계 소재를 응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제작, 동 시제품을 탑재한 전기차 주행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달리 삼성SDI는 황화물계는 물론이고 산화물계와 고분자계 소재로 범위를 넓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 전문가 A는 "고분자계는 이미 실패한 소재이고 산화물계도 도요타 배터리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그나마 도요타 시제품도 내연기관 연비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며 삼성SDI의 연구 성과를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는 세계에서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며 "도요타 황화물계 배터리도 문제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넘어선 곳이 아직 없다"고 했다. 

반면 회사의 연구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도 있다. 전기차 전문가로 알려진 B교수는 "도요타는 2010년부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했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이제 시작"이라며 "도요타 수준에 근접한 소재 개발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유기EL(현재의 OLED) 개발 시도는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세상이 놀랄만큼 빠른 시간 안에 성공했다"며 "삼성의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 시도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오른쪽)의 구조. 사진=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오른쪽)의 구조. 사진=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개발 최대 난제 '이온 전도도'

고체 전해질 소재 개발에 있어 최대 난제는 '이온 전도도' 개선이다. 액상 전해질은 가연성 소재로 제작돼 고온, 고압에 취약하며 팽창이나 누액 현상 발생 시 화재 혹은 폭발의 위험이 있다. 반면 액체상태의 물성상 배터리셀 내부에서 양극, 음극활물질과 밀접하게 결합해 이른바 '계면 저항'이 낮다. 쉽게 말해 액상 전해질은 양극, 음극에 쉽게 달라 붙어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촉진한다.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에너지 효율은 증가한다.

고체 전해질은 물성의 특성상 액상에 비해 계면 저항이 높다. 지금까지 실험 결과 액상 전해질 수준의 이온 전도도를 나타낸 고체 전해질 후보 물질은 황화물계가 사실상 유일하다. 황화물계의 경우 상용화를 위해선, 공기 중 산소와 만나 황화수소를 생성하는 치명적 단점을 해소해야 한다. 산화물계는 황화수소 발생과 같은 문제는 없지만 이온 전도도가 기대치를 밑돈다. 고분자계는 앞선 두 후보 물질에 비해 생산이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산화물계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전도도가 낮다. 

전고체 배터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를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 개발이 절실하다. 삼성SDI가 황화물계를 포함해 산화물계와 고분자계로 후보 물질 범위를 넓힌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용화 선결과제 '덴드라이트'... SDI, '무음극 배터리' 해법 제시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 해결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앞서 풀어야 할 현안 중 하나이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의 노화를 앞당겨 수명을 떨어뜨리고 안정성을 훼손한다.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액상 전해질 안에서 발생해 양극과 음극을 나누는 분리막을 파손, 화재 위험을 높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필요 없어 위와 같은 위험은 고민할 이유가 없지만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 유지를 위해선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

덴드라이트는 금속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수지상 결정)을 말한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음극에 저장되는 리튬이온이 극의 표면에 오랜 기간 쌓여 나타난다. 특히 음극 활물질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할 때 발현 정도가 강하다.

현재 음극활물질로 널리 쓰이는 흑연은 사용한지 30년이 넘어서면서 더 이상의 성능 개량이 어려운 한계점에 이르렀다. 업계는 흑연의 대체제로 실리콘을 활용하고 있으나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 부피가 3~4배 이상 팽창돼 배터리 폭발 위험을 증가시킨다. 외부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기 쉽고, 음극에 잘 붙지 않아 별도의 접착제를 써야하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음극활물질 중 실리콘 비중은 5%를 넘지 못한다.

실리콘에 이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음극활물질 유력 후보가 리튬메탈이다. 리튬이온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를 최대 10배 가량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후보이나 덴드라이트 현상이 유독 잘 일어난다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무음극 배터리 개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석출형 리튬음극’으로 명명된 동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전기를 충전할 때(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할 때)만 음극이 생성되고, 방전 시(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돌아갈 때)에는 사라진다. 충전할 때에만 일시적으로 음극이 생성되므로 덴드라이트 현상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삼성은 덴드라이트 현상 억제를 위해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Ag-C Nanocomposite Layer)을 적용했다. 음극 두께를 아주 얇게 만들 수 있어 리튬이온전지 대비 크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종합기술원의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2027년 상용화가 된다면 초기 가격은 당연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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