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급했나... 근거 없는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설'까지 동원
상태바
檢 급했나... 근거 없는 박근혜-이재용 '0차 독대설'까지 동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2.10 0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3차 파기심... 辯, 특검 '청탁·특혜' 주장에 정면 반박
檢, 국정농단 1~3심 재판부 모두 배척한 ‘0차 독대설’ 또 꺼내
조바심 드러낸 檢... 핵심 '뇌물 적극성' 입증 쉽지 않다는 반증
"삼성 합병·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 개별현안 존재" 거듭 주장
辯 "타 기업 총수는 '그룹현안'... 왜 삼성만 '이재용 개인현안' 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심 공판의 변곡점이 된 3차 양형심리 공판이 6일 마무리됐다. 박영수 특검과 함께 공소유지에 나선 검찰은 이 사건 1~3심 재판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서원씨 사건 재판부도 배척한 '0차 독대설'을 다시 제기하며 '뇌물의 적극성'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국정농단 공판을 통해 확인된 박 전 대통령, 이 부회장 사이 독대는 모두 3차례 존재한다. 이 가운데 1차 독대는 2014년 9월15일 있었는데, 박영수 특검은 이 사건 1심 공판 과정에서 "1차 독대 이전 두 사람이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며 이른바 '0차 독대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 공판에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다. 

검찰이 인식한 이 사건 본질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검은 거래', '대기업 총수가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청탁한 적극적 증뢰'이다. 특검과 검찰은 자신들이 그린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발견했다는 '지난 정부 캐비넷 문건'을 인용하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를 '윈윈 관계'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검과 검찰은 '0차 독대설'에 근거해 "2014년 9월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파기심 재판부가 인용할 가능성이 낮은 '0차 독대설'까지 인용했다는 것은 검찰이 양형 공판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의 무리한 행보는 이 사건 핵심 쟁점인 '뇌물의 적극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른 증거로 입증이 가능했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0차 독대설'을 들고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공판에 이어 거듭 '최서원 사건 기록'을 토대로 뇌물의 적극성을 규명하려 한 전략도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 공판 기록에 나오는 이 사건 1심 증인들의 법정 진술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검찰 항소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임원에 대한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각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양형 의견을 밝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자금으로 공여한 뇌물액수가 86억원에 달하는 만큼, 대법원 양형기준을 고려할 때 최소 징역 10년8월에서 최대 16년5월 사이에서 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서원(최순실)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이익 관계가 있어 수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며 “이 부회장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 및 승계작업 진행됐다는 것을 입증, 양형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성격과 관련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 간의 공모로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의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수 기업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지원에 나섰고, 삼성도 그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삼성이 ▲개별현안에 대해 청탁하거나 특혜나 지원 등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대통령의 강한 질책과 요구를 받고 수동적인 지원에 이르게 됐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특검이 집착하는 '이재용 개별현안 3가지'... 청탁·특혜 여부가 핵심쟁점

개별현안의 첫 번째는 2015년 5월부터 9월 사이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이다.

특검은 합병발표 당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비율의 불공정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자,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을 통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시간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지적이다.

1차 단독면담은 2014년 9월 15일 있었는데 삼성측의 합병발표는 그보다 무려 8월 후에야 이뤄졌다. 시점 상 엘리엇의 반대가 있기 한참 전인데다, 면담 시간도 5분 안팎에 불과해 복잡한 합병 현안에 대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농단 사건 1~3심 재판부 모두 이런 태도를 유지했다. 

2차 단독 면담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양사 주주총회가 합병을 결의(2015년 7월 17일)한 이후인 같은 달 25일 이뤄졌다. 독대에서 부정청탁을 할 이유가 없고, 대통령에 의한 의결권 행사 지시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신규순환출자고리 해소 사안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공정위는 관련법에 따라 당시 삼성측에 주식 1천만주에 대한 처분 의무가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삼성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재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당시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판단기준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경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처분 주식을 줄여달라고 대통령에게 청탁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변호인단은 “특검 공소장에서조차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간 단독면담에서 처분주식수를 축소해달라는 청탁이 언급된 바 없고, 면담 내용을 적었다는 ‘안종범 수첩’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세 번째 변호인단은 경영승계 작업의 마지막 고리로 의심받는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도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2016년 2월 삼성에 금융지주사 전환 불승인을 통보했고, 삼성생명도 금융지주 전환을 포기했다. 금융위가 삼성 측에 불승인 전환을 통보한 날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 다음날이다. 

3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작업 관련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이 비서실을 경유해 금융당국에 지시를 했다면 독대 다음 날 불승인 통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현안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청탁했다면 금융위가 불승인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해 보고한 적 없다고 했는데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며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도 이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특검, 파기환송심과 삼성바이오 분식의혹 연결에 안간힘... 辯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어" 반박

이번 공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 중 하나는 다른 기업과 삼성의 경우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다른 기업 총수 사건에 대해서는 ‘그룹현안’으로 명명하면서, 삼성에 대해서만 유독 이 부회장 ‘개인현안’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그룹현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특검은 이 부회장의 위상 혹은 경영능력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개인현안’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라면 무엇이든 총수의 경영능력과 관련이 있으므로 모든 그룹현안은 개인 현안이 되는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어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이 최서원을 이용해 경영승계 현안을 해결하려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지금까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무슨 청탁을 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고, 입증할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단은 “삼성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비자발적으로 지원한 점을 양형에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양형변론이 마무리 된 후, 특검과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기록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장기간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바이오 분식 사건을 중요한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증거로 신청한 삼성바이오 관련 수사 기록은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에 대한 부분인데,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 달리, 특검법 적용대상도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측 의견을 검토한 뒤, 다음 4차 공판에서 삼성바이오 수사자료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3명 중 한명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나머지 2명인 김화진 서울대 교수와 미국 코닝사 웬델 윅스 회장의 증인채택은 보류했다. 이 사건 4차 공판은 내년 1월 17일 오후 서울고법 서관 제303호 소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