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따지는게 무의미"... 분식회계 처벌 '위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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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증거인멸 따지는게 무의미"... 분식회계 처벌 '위헌' 논란
  • 양원석,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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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항소심 2차 공판' 쟁점 부상
辯, 이준봉 교수 논문 인용... "외부감사법 일부 조항, 헌법 위반"   
"민간단체서 만든 회계기준, 범죄구성요건 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 및 헌법상 위임 입법 법리에도 어긋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DB

16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의혹'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서, '분식회계 처벌조항의 위헌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분식회계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법 중 하나인 '주식회사의 외부감사 등에 관한 법률' 중 관련 조항(구 외감법 13조)이 죄형법정주에 반하는 것은 물론 헌법상 위임입법의 법리와 상충돼 위법하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학계 논문을 인용,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을 본죄로 할 때 성립한다. 이 사건 '본죄'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분식회계'이며, 당해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법은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이다. 분식회계 혐의를 처벌하는 법률조항 중 일부가 헌법에 반한다면, 이 사건 증거인멸 죄는 성립 여부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복현)가 진행하고 있는 '삼성 수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검찰 수사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출발점으로 한다.

변호인단이 인용한 논문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前 한국세법학회장,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가 2018년 국내 학술지(형사법연구 74호)에 게재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의 위반과 관련된 처벌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검토>이다.

이 교수는 “분식회계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 및 형사적 처벌가능성을 논함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분식회계 행위에 대한 처벌에 앞서 아래 사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분식회계 처벌에 앞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쟁점은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정이 항상 명확한지 ▲회계처리기준 또는 회계감사기준이 그 수범자에게 재량 또는 판단의 여지를 부여한 경우 분식회계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회계처리기준 또는 회계감사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형사처벌이 과연 타당한지 ▲회계처리기준 또는 회계감사기준 자체가 우리 헌법상 범죄구성요건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적절한지 ▲회계처리기준은 민간단체가 결정하는 바, 그 내용을 기준으로 한 형사처벌이 타당한지 등이다.

◆'외부감사법 분식회계 처벌조항'이 위헌인 이유 10가지

이중봉 교수 논문 표지. 사진=화면 캡처.
이중봉 교수 논문 표지. 사진=화면 캡처.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 결정례 및 대법원 판례를 분석한 뒤, “'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하는 외감범 처벌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결론 내고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①형사처벌 구성요건 관련 주요사항에 대한 결정을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정하지 않고, 민간단체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위임한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 허용되기 어렵다.

②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회계처리기준의 해석 및 질의·회신 관련 업무가 민간단체인 한국회계기준원에 귀속된다는 것은 심각한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법원이 한국회계기준원이 정하는 해석 및 질의·회신에 기속되는 기이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상 한국회계기준원의 해석 및 질의·회신은 영국의 민간단체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해석 등에 의존하고 있다.

③한국회계기준원의 해석 및 질의·회신이 법적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면 그 수범자들에게 더욱 심각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 자체가 다양한 선택 방법과 판단을 요구하는 바, 한국회계기준원이 제시하는 해석 및 질의회신에 따랐다고 할지라도 궁극 적으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④회계처리기준을 하위법령에 위임함에 있어서 그 제정 권한 일체를 위임하고 상급기관이 수정권한만을 보유하는 것도 헌법에 부합하는 위임방식이 아니다. 

⑤기업회계기준서와 회계감사기준서는 그 위반으로 인해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제정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들 기준서를 아무런 변용도 거치지 않고 범죄구성요건으로 전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⑥회계기준서들은 범죄구성요건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불확실한 문언들을 사용하는 바, 이 문언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범죄구성요건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⑦재무제표의 거짓 기재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이 사소하거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중대한 것인지 여부에 무관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⑧회계감사기준서 자체가 '부정으로 인한 재무제표의 왜곡을 발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감사보고서에 기재해야 할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한 행위’가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⑨회계감사기준서에 따르면 감사인의 책임은 ‘재무제표의 왜곡이 중대한 것인지 여부’, ‘감사인이 전문가적 의구심 및 전문가적 판단에 충실하였는지 여부’,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였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바, 이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잣대에 해당하고 전문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다. (중략) 감사인은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고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사기준서 위반에 근거한 외감법상 처벌규정은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⑩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 위반 행위에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보다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

◆”삼바 외 다른 기업도 금융당국과 회계처리 갈등”

변호인단은 “회계처리를 둘러싼 견해 차이는 삼성바이오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금융당국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외감법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으로, 회계전문가들조차 기준 제시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 소지가 있는 외감법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처벌 범위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불확실한 조항에 근거해 처벌에 이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편집자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준봉 교수는 논문을 통해 다양한 헌재 결정례 및 대법 판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 몇 개를 추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형사처벌 구성요건 관련 주요사항에 대한 결정을 입법자인 국회가 스스로 정하지 않고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식으로 예정하고 있지도 않은 특수법인의 정관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그 정관 작성권자에게 처벌 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이는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기 어렵다(2010.7.29. 2008헌바106).

▶법률조항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유형, 즉 금지의 실질이 관련 법률조항이 아닌 하위법령 등에서야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 것은 죄와 형을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의 이념과도 조화되기 어렵다(헌재 2003.3.27. 2001헌바39).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 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그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의 규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7.6.29. 선고 2006도4582).

 

양원석,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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