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갑질에 홈쇼핑 '속앓이'... "송출수수료 40% 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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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갑질에 홈쇼핑 '속앓이'... "송출수수료 40% 인상이라니"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10.1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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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송출수수료 협상 종료' 통보... 공개입찰 가나
협의체서 송출수수료 말꺼냈다가 "쓸데없는 소리한다" 면박
SK, KT 계열사간 주고받기... '송출수수료 상승 주도' 지목
홈쇼핑 방송장면 캡처(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현대홈쇼핑
홈쇼핑 방송장면 캡처(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현대홈쇼핑

홈쇼핑업계와 IPTV업계 간 매년 이어진 송출수수료 갈등이 올해도 불거지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최근 TV홈쇼핑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인데 IPTV사업자들이 여전히 높은 송출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어 '갑질'이라는 주장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체가 IPTV를 통해 방영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08년 22.9%에서 2017년 39.3%까지 치솟았다. 

이런 배경엔 IPTV가입자가 급증하고, T커머스업체와 TV홈쇼핑 업체간 채널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IPTV사업자들이 송출수수료 대폭 인상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채널별 인상률 천차만별... 최대 70%까지 요구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브로드밴드는 홈쇼핑 업체들에게 '송출수수료 협상종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내용은 양측이 제시한 송출수수료 규모가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 협상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최소 인상요율을 20%로 제시했지만 채널마다 인상요율과 송출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5번, 10번같은 S급 채널의 경우 기본 인상률은 20%가량이지만 연간 송출수수료 자체가 400~500억원 수준이다. A급 채널인 4, 12, 14번은 송출수수료가 200~300억원 수준이지만 인상률은 40~50%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 20번 이하 채널은 송출수수료가 저렴한 대신 50%에서 최대 70%까지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외부에선 같은 대기업으로 보이지만 IPTV업계와 홈쇼핑 업계의 위치는 하늘과 땅이다"라고 호소했다. 

◇협의체 유명무실... "송출수수료 얘기도 못 꺼낸다"

지난해 국감에서 송출수수료 논란이 되자 올해 2월 IPTV업체와 홈쇼핑사업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두 협회와 IPTV협회 회원사인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3개사와 TV홈쇼핑협회 회원사인 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사실상 송출수수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석상에서 송출수수료 얘기를 꺼내면 IPTV관계자가 이를 지적한다는 것. 홈쇼핑 관계자는 잘못 얘기해 IPTV측에게 찍힐까봐 말도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홈쇼핑 관계자는 "회의석상에서 모 T커머스 담당 팀장이 송출수수료 인하 얘기를 꺼냈다가 IPTV담당 팀장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꺼낸다'라며 면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업계간 협의체 구성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IPTV업체는 협의체가 송출수수료가 아닌 중소사업자간 상생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홈쇼핑 기업은 송출수수료를 위한 협의체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갑'인 IPTV사업자 앞에선 아무런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장세 멈춘 홈쇼핑업계, 송출수수료만 상승

최근 e커머스, 모바일 등에 밀려 TV홈쇼핑 매출과 이익률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홈쇼핑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40%인상은 결국 이익률을 낮아지게 만든다. 홈쇼핑 빅4(CJ오쇼핑, 현대홈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은 약 1000억원에서 1400억원 사이로 형성된다. 연간 송출수수료는 2500억원에서 3000억원 가량이 지출된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늘지 않는데 매년 송출수수료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의 마진률은 30%정도 수준인데 이중 절반인 15%가량이 송출수수료로 나간다. 여기에 택배비, 카드수수료를 제외하면 사실상 3%정도의 이익금이 남는다. 단순 마진률만 보면 공정위나 정부가 말하는 "1만원 팔면 3000~4000원이 남는"것으로 비춰지겠지만 실상은 30~40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송출수수료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송출수수료 현실화로 상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인상률이 과도한 수준까지 이르게 된데는 IPTV와 같은 계열사 T커머스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 KT등은 IPTV와 T커머스 업체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를 올려도 같은 계열사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룹 전체로 봤을때 큰 부담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형이 건물주고, 동생이 1층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며 "임대료를 올려도 동생은 큰 영향이 없고, 주변 상인들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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