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담합 고발"... 공정위, 정몽규 최대주주 'HDC아이콘'에 특혜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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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담합 고발"... 공정위, 정몽규 최대주주 'HDC아이콘'에 특혜 줬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1.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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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아이콘트롤스, 2회 걸쳐 입찰 담합... 공정위 심의 의결
공정위, 17년 보도자료 통해 '고발' 발표 해놓고 2년 넘게 모르쇠
해당 기업 최대주주, 정몽규 회장... 14년부터 등기이사 재임 주목
HDC아이콘트롤스 홈페이지 캡처.
HDC아이콘트롤스 홈페이지 캡처.

공정거래위원회가 HDC아이콘트롤스(대표이사 김성은, 이하 HDC아이콘) 입찰 담합 사건을 검찰에 고발키로 발표만 하고, 실제로 이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HDC아이콘은 담합 행위 핵심 기업임에도 공정위가 고발 면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2017년 11월 14일 HDC아이콘,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 등 3개사가 2012년 HDC현대산업개발이 발주한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916공구 승강장 스크린 도어 설치 공사 사업’(이하 9호선 사업)에서 입찰 담합을 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HDC아이콘에 1억33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와 GS네오텍에 각각 6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3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공정위는 HDC아이콘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 담합을 저지른 사업자를 고발한다고 했지, ‘HDC아이콘’을 특정해 고발한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어떤 기준으로 3사를 '고발'과 '미고발'로 구분했는지도 밝힐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시장경제>는 공정위 관계자의 해명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공정위 의결서와 보도자료를 살폈다. 

먼저 의결서에 따르면 ‘피심의인들(HDC아이콘,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의 행위는 입찰담합에 해당하여 그 성격상 효율성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경쟁 제한 효과가 큰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하는 점, ②발주처의 입찰 참가자로 지명된 모든 사업자가 담합에 가담한 결과 경쟁 입찰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되어 발주처인 현대산업개발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법 위반 정도가 명백하고 중대하여 공정한 경쟁 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심인들을 고발함이 타당하다’고 기재돼 있다. 

의결서 확인 결과 피심인은 'HDC아이콘', '현대엘리베이터', 'GS네오텍'의 3사를 의미함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의결서에는 일부 기업을 고발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없다.

공정위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 부제목은 ‘3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 과징금 총 2억6500만원‧법인 고발’이다. 담합 주도 기업이자 과징금을 가장 많이 받은 HDC아이콘이 공정위 고발에서 제외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위)'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의결서. (아래) 공정위가 2017년 11월 14일 발표한 '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 보도자료. 사진=시장경제DB
(위)'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의결서. (아래) 공정위가 2017년 11월 14일 발표한 '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 보도자료. 사진=시장경제DB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 있다.

전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서에 ‘피심인들은 고발함이 타당하다’고 나와 있다면 피심인 3사를 모두 고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했거나 범죄행위를 자수한 경우라면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공정거래 전문가인 배선경 변호사는 "공정위도 재량권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이유가 중요하다. 공정위 사건 중에서도 입찰 담합은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HDC아이콘 입찰 담합 사건이 업계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논란의 중심에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HDC아이콘은 HDC그룹의 계열사이자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29.89%)로 있는 곳이다. 정 회장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HDC아이콘은 2차례의 입찰 담합행위로 공정위에 적발됐다. 올해 7월 ‘인천공항 지하철 안전문 사업’, 앞서 설명한 2017년 11월 ‘9호선 사업’이 그것이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HDC아이콘의 ‘9호선 사업’ 입찰 담합 최초 모의 시점은 2013년, 인천공항 지하철 안전문 사업은 2015년이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4년부터 이 회사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만약 정 회장이 입찰 담합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는 HDC그룹 차원의 담합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정 회장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HDC현산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으면서 HDC아이콘은 '벌점 3점'이란 패널티도 받지 않았다. 공정위 ‘입찰에 있어서의 부당한 공동 행위 심사 지침’에 따르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된 기업은 ▲경고 벌점 0.5점 ▲시정권고 1.0점 ▲시정명령 2.0점 ▲과징금 2.5점 ▲고발 3점 등의 패널티를 받도록 돼 있다. 벌점 5점을 넘기면 ‘정부 사업 입찰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HDC아이콘 9호선 입찰 담합 사건은 검찰 고발 발표만 했을 뿐 실제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HDC아이콘에 대한 벌점 3점 적용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벌점 3점이 적용되지 않으면 HDC아이콘은 입찰 담합을 1차례 더 해도 ‘정부 사업 입찰 제한’ 조치를 받지 않게 되는 특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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