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4시면 완판"... '인스타'로만 예약받는 수제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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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4시면 완판"... '인스타'로만 예약받는 수제마카롱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4.0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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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정릉동 '수 마카롱' 박수정 파티쉐 인터뷰
월 120만원 받던 경리 출신, 창업후 일매출 200만원 신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100% 수제로 '고객 마음 사로잡아'
서울 끝자락 정릉에 위치한 디저트 전문점 '수마카롱'. 위치적으로 봤을 때 디저트 판매 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지난해 8월 오픈 후 계속해서 완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동네 - 수마카롱]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지난해 8월부터 소소한 행복을 얻기 시작했다. 강남이나 압구정동에서 1개에 1만원 하는 ‘수제’ 마카롱을 단돈 2000원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릉동에서 ‘수마카롱’ 박수정(31) 파티쉐는 오전 10시부터 매장을 오픈한다. 정릉동은 북한산 바로 밑에 있고 서울에선 외진 동네다. 서울을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정릉은 손 끝에 가깝다.

이런 곳에 오픈한 디저트 전문점이 빠르면 점심시간에 완판으로 문을 닫는다. 요즘은 인기가 많아져 옆 동인 길음동서도 손님들이 찾는다. 5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생산량을 10배로 늘렸다. 완판되는 시간은 15~16시로 연장됐다. 박 파티쉐가 운영하는 ‘수마카롱’은 흔한 말로 ‘대박’이 났다. 지난해 8월 오픈해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완판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수마카롱에서 판매하는 수제 마카롱은 꼬끄(빵) 사이에 있는 내용물 부터 양이 다르다.

박 파티쉐의 완판 기록은 '대단하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이 보다 더 주목된 것은 ‘창업 과정’과 ‘운영 과정’이다. 예비창업자나 초보창업가들은 반드시 갖춰야 할 창업 기본기가 매우 탄탄했다.

올해 초 정부는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만약 이 법을 수마카롱에 강제로 적용시킨다면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박 파티쉐는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 10시에 매장을 오픈한다. 16시면 마카롱은 완판 돼 매장 문을 닫는다. 이후 새벽 4시까지 마카롱 1000개를 만들고, 매장의 불을 끊다. 잠자는 시간 4~5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제 마카롱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수마카롱’은 포장 판매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1일 생산량인 1000개 중 40%는 예약으로, 60%는 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1000개 중 400개가 예약을 판매된다는 것은 그만큼 단골 고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3월 30일 새벽 4시 27분. 다음 날 400개의 예약 주문 상품과 600개의 오프라인 판매 상품을 위해 늦은 새벽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

박 파티쉐는 “정말 하루 하루가 고되요. 한편으론 새벽 3~4시까지 일해가면서 만들었는데 11시 정도에 품절되면 손님들이 벌써 상품이 없으면 어쩌냐고 따지기도 해요. 그럴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하루에 1~2시간만 자고, 휴무도 없이 만들어 생산량을 맞췄어요. 이런 모습들이 저를 더 일하게 만들고, 힘을 내게 해요. 만약 하루에 8시간만 일 할 거면 창업을 하면 안되죠”

박 파티쉐는 고객과의 소통을 ‘인스타그램’으로 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예약을 받고, 인스타그램으로 ‘판매 종료’를 알린다. 인스타그램을 소통의 창구로 선택한 이유는 텍스트 보다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화 예약도 받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 등도 운영하면 좋지만 박 파티쉐는 ‘잘할 수 있는 것’,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손님이 인스타그램으로 따라왔다.

수마카롱 인스타그램 상황

박 파티쉐는 수마카롱의 정확한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마카롱 1개의 가격은 2000원이고, 창업 당시 하루에 100개, 현재는 1000개를 판매 중이며 모두 완판 중이라고 밝혔다. 추측해보면 대략 1일 매출이 200만원 선이다.

박 파티쉐는 창업을 하기 전 중소기업에서 경리였다. 월급은 120만원 수준. 그런 그녀가 이제는 어엿한 1일 매출 200만원 이상의 디저트 전문점 창업가가 됐다. '일이 힘들다고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본인의 선택이 중요해요. 경리였다면 자유시간이 많겠지만 돈이 부족하고, 지금처럼 창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지만 쓸 시간 조차 없을 정도로 바빠요"라고 말했다.

박 파티쉐는 마카롱 제작 기술을 따로 배우지 않았다. 오로지 유튜브와 인터넷에서만 습득했다. 마카롱은 다른 제과에 비해 제작 방식이 까다롭다. 특히 꼬끄(빵)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 ‘머랭’(달걀에서 흰자를 불리해 거품내는 요리기법) 방식으로 반죽을 만들고, 배합을 유지해야 한다. 잘못하면 오븐 판에 눌러 붙거나 으스러진다. 조그만한 빵이 수 천 원에서 몇 만원까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파티쉐도 “똑같은 레시피로 똑같이 해도 온도나 습도, 계란의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공정이에요”라고 밝혔다.

박수정 파티쉐는 창업을 하기 전 12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 경리 일을 하다가 이제는 어엿한 1일 매출 200만원의 디저트 전문점 창업가가 됐다.

현재 수마카롱에는 총 30가지 종류의 수제 마카롱이 있다. 수개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자식과 같은 존재들이다.

박 파티쉐는 생산량과 종류를 늘릴 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예약을 무한정 받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받고 나면 양이 너무 많아서 저희가 생산량을 소화해 낼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한정으로 예약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매장의 규모를 넓히기보다 작업장을 늘려 포장 판매 방식으로 사업을 늘려가고 싶어요”

매장의 규모를 넓히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카페 형식이 된다. 새로운 사업의 진출이다. 반대로 포장 전문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수제 마카롱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박 파티쉐는 새로운 사업 진출 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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