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생활한복에 ‘행복’을 담다... '허사랑 한복' 허혜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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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생활한복에 ‘행복’을 담다... '허사랑 한복' 허혜영 대표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1.1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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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디자인하고 손수 바느질해 지은 옷만 판매

[우리동네 - 해방촌 '허사랑 한복'] 대학에서 외국유학생에게 한국어 강의를 하다 한복이 가진 편안함과 아름다움에 빠져 학교를 그만두고 한복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33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옷이 가진 선의 아름다움을 깨우친 '허사랑한복'의 허혜영 대표.

어릴 적 꿈이 디자이너였던 허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양장학원을 다니면서 바느질을 배웠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중국에 유학을 다녀와 대학에서 외국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국학생들에게 우리의 멋을 보여주고자 손수 한복을 지어 입다가 한복이 가진 아름다움에 빠져 강사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한복을 지어 파는 일을 시작했다.

정통 한복이 아닌 생활 한복을 만드는 일은 특별하게 멋진 디자인이 필요치 않은 일이라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허대표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재봉틀 돌리는 허대표 @시장경제

2016년 3월 망원동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홍보를 하며 사업을 시작했던 허대표는 돈벌이보다 본인이 손수 디자인해서 제작한 옷을 남들이 입고 다닌다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또한 본인이 제작한 옷을 찾는 고객들도 늘어나면서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큰 행복감을 느꼈다.

사업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면서 외국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해방촌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멋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전안법 파동이 일기 시작하면서 허대표는 전안법의 개정운동에 참여하게 됐고 국회 앞 1인 시위나 전안법 개정 촉구 집회 등을 따라다니며 지난 1년간은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점포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나 SNS에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올리지 않고 전안법 개정집회 사진이나 올리고 있으니 고객들이 찾을 리 만무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허사랑한복 내부 @시장경제

허대표가 디자인해서 손수 제작한 아이들(허대표가 제작한 옷을 부르는 명칭)은 ‘디자인은 이런 것’이라고 명쾌한 답을 주는 느낌이다. ‘활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일반인들의 한복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한 디자인이다. 한복 고유의 라인을 살리면서 활동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디자인은 편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허대표가 제작한 아이들을 구매하는 주고객층은 해외여행객들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이 해외에 나가면서 우리 옷을 입고 싶어해 많은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무대의상으로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며 허대표가 제작한 생활한복을 웨딩드레스 대용으로 입고 결혼식을 치룬 고객도 한 둘이 아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싫증도 날 법 하다는 질문에 매번 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권태로울 수가 없다는 대답이다.

허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무궁화 저고리 @시장경제

허대표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무궁화 저고리이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원단으로 만든 작품인데 ‘옷이란 그저 입는 것일 뿐’이라 생각하는 수준을 가진 기자의 눈에도 예술로 비춰질 만큼 아름답다. 기미년 3월 1일에 대한독립을 외쳤던 유관순 열사의 아름다움이 무궁화 저고리 위에 흩뿌려진 느낌이랄까.

생활한복에 대해 짧게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허대표는 "행복"이라고 간결하게 답변했다. 순간 장사와는 거리가 먼, 그저 옷이 좋아 옷에만 파묻혀 사는 장인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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