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노인급여 최소 150만원 돼야... 무임승차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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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노인급여 최소 150만원 돼야... 무임승차 개선 필요"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2.0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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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대표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풍족한 식량과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 등에 힘입어 100세 시대가 현실화된 마당에 인생 후반을 남긴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말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환갑잔치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다. 광나루역 출구로 나와 몇 발짝 걷자 보이는 건물 상단 꼭대기에 붙은 현수막(간판)에 ‘대한은퇴자협회’란 큼지막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 사무실로 내려가 안쪽 회의실(또는 강당)에서 파란 목도리를 두른 주명룡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박 기자님이시죠? 어서 오세요” 환한 웃음으로 맞아준 주 대표와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하게는 국가와 개인의 은퇴를 위한 준비에 관한 이야기다. 참고로, 대한은퇴자협회는 선진은퇴문화를 소개, 정착하는데 목적을 둔 비영리·비정당 UN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NGO로 전국에 지회를 두고 있다.

주명룡 대표는 서른 중반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뒤 우연한 계기로 귀국, 한국의 은퇴자들을 위한 NGO 활동에 투신하게 됐다. 23년 여 동안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의 복지 발전에 기여했으나, 주 대표 개인으로는 가족에겐 참 미안한 마음이라고.
주명룡 대표는 서른 중반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건너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뒤 우연한 계기로 귀국, 한국의 은퇴자들을 위한 NGO 활동에 투신하게 됐다. 23년 여 동안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의 복지 발전에 기여했으나, 주 대표 개인으로는 가족에겐 참 미안한 마음이라고.

- 반갑습니다. 연세가 일흔여덟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뵈니 이팔청춘이신데요.

“하하. 무슨 농담도. 기분은 좋군요. 박 기자 반가워요.”

- 대한은퇴자협회가 어떤 단체인지 독자에게 소개부터 해주시죠.

“내가 미국 뉴욕에 있을 때인 1996년 설립이 됐습니다. 처음 취지는 재미동포를 위한 것이었어요. 당시 내 나이가 40대 후반이었는데, 어느날 미국은퇴자협회에서 자기들 협회에 가입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마침 뉴욕 한인회장 임기가 끝난 시기였고 계속해서 한인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찾다가 노령화 사회에 관련된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미국 법인으로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유학생 몇 명이 서류작업을 돕는 등의 단순 봉사 수준이었는데 한국에서 IMF 사태가 터지고 2000년대 노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서서히 떠오르면서 함께 하던 동료들이 한국에도 이런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관심갖고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경로당은 있는데 고령화 인구를 위한 딱히 좋은 단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우리 단체에요.”

- 협회 회원은 몇 명인가요.

“인터넷 회원까지 합쳐 18만 명이라고 하지만 약간 허수가 있을 수 있겠네요.”

- 미국에는 언제 건너가신 겁니까.

“34살에 나갔죠. 당시 대한항공 국제선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일은 재미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젊어선 이 일이 좋지만 늙어서는 할 수 없잖아요. 노후를 생각했고, 또 세계를 다니다 보니 역시 미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가자’ 해서 건너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같이 갔어요. 공부한다는 핑계로 갔는데 공부가 됩니까? 미국에 가긴 갔는데 생계 문제가 있잖아요. 뉴욕 컬럼비아 대학 인근에 스타벅스 형태의 샌드위치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대학 기숙사 옆 위치인데, 그 앞에는 큰 병원이 있는 독점적인 가계였어요. 이윤이 많이 남더라고요. 아주 좋았지요.

그러다 기왕이면 미국인들이 하고 싶어하는 맥도날드 체인점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색인종은 체인점을 못한다는 시절이었지요.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그때가 80년대 후반이었는데, 내가 맥도날드 체인점을 연 첫 번째 한국인이 되고 싶다, 인터뷰만 하게 해달라고 신청했어요. 혹시나 했는데 연락이 오더라고요. 오후 1시에 가서 6시에 끝났습니다. 그때가 초여름이었는데 등의 셔츠가 다 젖어서 축축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성공적 삶을 살던 주 대표는 미국은퇴자협회의 회원 가입 권유를 계기로 한국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은퇴 이후 노년 생활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NGO로서 합리적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적 삶을 살던 주 대표는 미국은퇴자협회의 회원 가입 권유를 계기로 한국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은퇴 이후 노년 생활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NGO로서 합리적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미국 생활 접고 귀국, 은퇴자협회로 제2의 인생 시작

 - 결과는 어땠습니까.

“하하. 결론이 어떻게 났을 것 같아요? 결국은 하게 됐습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맞은편에 체인점을 냈습니다.”

- 어마어마하게 잘 됐겠네요.

“잘됐지요. 그 가게가 400만 불짜리에요. 미국이 좋은 게 능력 있고 성실하다면 사회에 어떤 편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게 해줍니다. 돈도 빌려주고 능력껏 벌어 갚으라고 해요. 저는 지금도 젊은이들이 저에게 물어본다면 미국에 가라고 말합니다. 대신 미국에선 정직해야 해요. 내가 당시 탄 이런저런 상장이 늘어놓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내 자랑 같지만 정말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 한국으로 돌아오신 뒤 23년 동안 월급 없이 단체에서 봉사하셨다고요.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사업 하면서 20년 이상 살다 한국에는 2001년 말에 들어왔습니다. 떠나는 건 쉬워도 다시 돌아오는 건 진짜 어려워요. 대개는 성공해서 정부에서 부른다거나 기업 사장으로 온다거나 교수로 온다거나 대개 이런 이유들인데, 저는 NGO 하겠다고 들어온 거예요. 말도 안 되는 거죠. 처음엔 그저 몇 년 하다 자리 잡으면 후배에게 맡긴다거나 하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일이 내 마음같이 안되고 또 스스로 푹 빠져들어서 ‘이건 내가 짊어지고 끝까지 해야겠구나’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23년 동안 월급 한 번 안 받고 내가 가진 재산 퍼부으면서 했습니다. NGO 한다고 누가 이렇게까지 합니까.”

- 단체운영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요.

“물론이죠. 미국에서 장사하며 모은 돈이 좀 있었지만 다 쏟아부었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부친께 사드린 토지를 돌아가시고 난 뒤 팔아서 비용으로 다 썼습니다. 처음엔 마포 쪽에 사무실 얻고 나름 화려하게 시작했다가 여기 사무실까지 흘러왔어요. 하하.”

- 20년 이상 이어온 협회로서 그간 활동과 성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단체는 고령화 전문 NGO로서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권익 활동을 하는 단체에요. 우리 단체가 해온 활동 중 성공적인 경우를 꼽으라면 2009년 3월에 시행된 연령차별금지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제정입니다. 2002년부터 행동을 시작해서 7년 반 동안 국회 등을 쫓아다닌 끝에 거둔 성과지요. 또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하면 ‘역모기지 제도’로 주택연금제도입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당시 정부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는데, 우리가 당시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열심히 설득했어요. 처음에는 별로 호응이 없었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2007년 7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처럼 노년층의 노후 준비가 안 된 사회에서 이 제도는 집이 크든 작든 노후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주 대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촉발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론을 둘러싼 격한 논쟁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논쟁은 하되,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막말이 필요한 사회적 대화와 논쟁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주 대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촉발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론을 둘러싼 격한 논쟁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논쟁은 하되,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막말이 필요한 사회적 대화와 논쟁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준석이 촉발한 '무임승차론'에 관해… 노인회장과 논쟁은 ‘불편’

 - NGO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하셨군요. 궁금한 게, 고령화 세대라고 해도 예전의 장노년층과 지금의 장노년층이 사고방식이나 기타 생활양식 면에서 많이 다르지 않느냐는 겁니다.

“맞아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이 어떤 사회적 봉사를 한다거나 나눔을 한다든가 하는 것이 지극히 적었죠. 사고도 갈수록 점점 폭넓어지는 경향을 띠고 있어요. 가령 저희가 어제(1월 30일) 노년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서울 지역 회원 146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했습니다.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20.5%에 불과했습니다. 전액 유료로 해야한다거나 일부 유료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79.5%에요.

이 조사를 우리 단체가 2005년도에 했고 2007년도에도 했습니다. 그동안은 결과가 뻔하니까 조사를 하지 않다가 이번에 새로 조사했는데, 확실히 예전과는 경향이 달라졌더군요. 20.5%만이 지하철을 공짜로 타야한다는 건데,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2005년도에 했을 때는 51% 정도였고, 2007년도에는 40%대였거든요. 굉장히 좋은 현상이에요.” (대한은퇴자협회는 노년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대면 의식조사 결과를 1월 31일 발표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은퇴자협회 홈페이지나 관련 언론 보도 참조)

- 압도적 다수가 무임승차를 원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결과네요. 무임승차를 원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하하. 무슨 이유겠어요. 노인 의식들이 깨어나는 것이지요. 흔한 말로 옛날식 꼰대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물론 아마 시골 경로당 같은 곳에서 조사한다면 또 조사 결과가 다를 수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조사는 더 안 할 생각입니다. 세태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같은 40년~50년대생의 생각은 아무래도 베이비붐 세대와 다르고 은퇴기의 60년대생 70년대생의 생각도 또 완전히 다르겠지요. 우리 세대는 공적연금도 없었어요. 지금은 회사 다녔다면 수령의 차이가 있을 뿐 공적연금을 받을 수 있고 생활양식도 낫죠.”

-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해서 얼마 전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와 노인회장 간 설전이 있었습니다만, 그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참... 논쟁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민주당 모 비대위원이 왔으면 점잖게 타일러야지 사진에다 따귀를 때립니까. 망령된 사람이나 하는 행위 아닙니까. 그리고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이야기는 이준석 대표가 말하기 전 이미 우리가 2000년대 초반부터 얘기한 겁니다. 철도학회인가에서 예전 발표한 게 있어요. 지하철 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중량이라는 거예요. 출발할 때 가장 많은 전기가 소모되는데 빈 차로 출발하는 것과 사람이 가득한 채로 출발하는 게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지요. 자동차 운전도 혼자 타고 운전할 때랑 5명이 타고 갈 때가 달라요. 후자가 휘발유가 훨씬 더 들어가요. 이건 초등학교 애들도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니, 빈 차로 다니는데 노인들 좀 타면 어떠냐고 하는 건 웃을 이야기에요. 그리고 툭하면 (노인 우대의 근거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라고 하는데, 그거 언제까지 써먹을 거예요? 60년대 서른이라고 치면 그 사람들 지금 90이 넘어요. 한강의 기적 이룬 사람들 거의 다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노인들이 그 얘기 지금 10대~30대에 해봐요. 젊은 사람들 그냥 웃습니다. 젊은이들은 지금 일 안 합니까? 만일 전쟁이 나면 이 시대 젊은이들은 나가 싸우지 않을 것 같습니까? 싸워야 해요. 그러니 생색을 낼 필요가 없어요.

노인들 우대해달라는 얘기를 해도 점잖게 ‘우리 세대가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 이 정도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준비가 아직 안 됐고 가난하니 당분간은 무료로 해다오’ 이 정도 얘기를 한다면 설득력이 있겠죠. (이준석 대표가) 40이 다 된 사람이고 그래도 당 대표예요. 거대한 여당의 당 대표까지 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패륜아라고 아주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어요. 참 혀를 찰 일입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배벌사' 캠페인에 심혈을 쏟고 있다고 한다. 국가적 인구감소를 직시하고 인구4500만 명 선을 유지하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리 직장에서 '배우며 벌며 기여하는 사회(배벌사)'를 통해 은퇴후 생존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배벌사' 캠페인에 심혈을 쏟고 있다고 한다. 국가적 인구감소를 직시하고 인구4500만 명 선을 유지하되,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리 직장에서 '배우며 벌며 기여하는 사회(배벌사)'를 통해 은퇴후 생존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와 은퇴 준비에 대한 협회의 노하우, 정부가 참고해야

- 이준석 대표에 대한 개인적 호감이 작용한 말씀은 아닙니까.

“저는 그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알지도 못합니다. 노인 무임승차 관련 얘기는 이미 우리가 2000년대 초반부터 내놓은 얘기라고 말씀드립니다. 그걸 이준석 대표가 턱 하고 내놓은 거예요. 그래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면서 ‘그것 괜찮네’, 다만 ‘연간 12만 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이 대표가 얘기했는데, 한 달에 만 원은 금액이 좀 모자라니 그 점은 고려해달라는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어른들의 생각은 ‘젊은 친구가 참 똑똑한데, 좀 건방지다’ 이거죠. 하지만 젊으면 그럴 수 있는 거예요. 나도 30대 때 얼마나 건방졌겠어요. 똑똑한 사람인데 정치인이니만큼 태도를 조금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은퇴자협회이니만큼 노인 일자리에 관한 나름의 연구도 해오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 단체가 4~5년 전부터 내놓은 게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가 단순 소일거리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해소하는 차원의 수단으로서 용돈 정도의 금액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은퇴자, 노인이 사회 주된 노동력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용돈 수준의 돈을 나누어주며 억지로 일자리를 만드는데 언제까지 고용주 노릇을 할 거냐는 게 은퇴자협회의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5대 대기업을 합친 것보다 정부가 더 많이 고용주 노릇을 하고 있어요. 재원이 국민 세금이잖아요.

제가 2주 전에 세종시 보건복지부 회의에 자청해서 참석하고 왔어요. 은퇴자협회가 문서로 요구한 게 있습니다. 정부가 노년층 일자리를 103만 개, 그러니까 1천만 명의 10% 정도로 잡아 내놓고 있는데, 그 일자리가 풀 뽑기, 휴지줍기 등이 아니고 젊은 인력이 꺼리거나 할 수 없는 일로 우리 인력을 써서 하되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29만 원이 뭡니까. 그런데 정부 지출은 한계가 있으니 민간기업과 연계하자는 거예요. 우리 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 ‘배벌사’ 캠페인인데, ‘배우며 벌며 기여하는 사회’라는 것이죠.

이걸 우리가 대통령 선거 때도 내놨고 청와대에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 별 소득은 없었습니다만, 고용노동부에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현실화되리라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배벌사라는 건 즉, 50대~70대 잠재노동력을 민간기업이 활용하도록 하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과 합쳐 현재 생계비(125만원)을 약간 넘어 최소 150만 원은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이것만 돼도 대한민국이 OECD국에서 노인 빈곤 1위라는 말은 안 들을 겁니다.”

-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준비해야 할 건 뭡니까.

“현재 정년이 60세이지만, 앞으로는 사실상 정년이 사라질 겁니다. 기업이 점점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있거든요. 정부도 고용의 유연성이니 뭐니 하면서 정년 문제는 건드리지 않아요. 똑똑한 기업들이라면 잘 훈련된 숙련 노동 인력을 놓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 퇴직 몇 년 전부터 임금을 깎는 임금삭감제인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정년 이후부터 회사와 협상으로 본래 임금의 75%든 50%든 받아 새롭게 시작하는 형태로 가야지요. 제가 고용노동부에도 촉구하는 것이지만, 퇴직 전 직업 전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은 이게 어느 정도는 준비돼 있어요. 퇴직 후 새로운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도록 미리 교육하는 거지요. 저도 그런 교육에 참여해 한참 다닌 적이 있어요.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정부가 지원하여 우리 같은 NGO나 혹은 직업학교 등과 연계해 퇴직 몇 년 전부터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전환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주명룡 대표가 어르신과 청년 세대에 던지는 조언과 메시지는 간단하다. 어른은 어른답게 굴고, 청년은 청년답게 살라는 것이다. 간단한 얘기같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답게'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출처 : NGO저널(https://www.ngojournal.co.kr)
주명룡 대표가 어르신과 청년 세대에 던지는 조언과 메시지는 간단하다. 어른은 어른답게 굴고, 청년은 청년답게 살라는 것이다. 간단한 얘기같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답게'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이웃과 나누는 삶, 사회 참여가 노후의 행복조건

 - 그렇군요. 행복한 은퇴를 위한 정책적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각 개인이 따로 준비해야 할 것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 겪어보니 이런 게 필요하더라 하는 게 있을까요?

“개인들이 의외로 준비 잘합니다. 은퇴자협회에 드나드는 사람들 기준만이 아니라 과거 경로당 세대와 지금 은퇴세대는 다릅디다. 경제적인 면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저보다 훨씬 더 잘 알아요. 심지어 몇 살에 뭘 하고 몇 살에 요양원에 갈 것이며, 요양원 비용이 얼마가 필요하다는 것까지 잘 준비합니다. 다만 이 사람들이 실수를 하는 건, 은퇴 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거예요. 선진국 은퇴자협회에서도 그렇고 저도 똑같이 얘기하지만,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소질, 능력, 갈고 닦은 기술 등을 비영리단체나 어떤 기관 등에 참여해 사회성 키우면서 공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거예요.

은퇴한 사람들은 혼자 살아선 안 됩니다. 영국 윈스턴 처칠 당시 나온 베버리지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노인은 늙으면 아프고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감을 느낀다고 해요. 이 네 가지는 노년학을 배우면 성경 구절처럼 등장하는 얘기에요. 육체적 질병이야 어쩔 수 없지만, 노년에 사회 참여를 하면 다른 건 문제가 다 풀리는 거예요. 은퇴했으니 그냥 산이나 다니고 평소 못 하던 골프를 치자? 1년만 해보세요. 1년 못 칩니다. 그다음 밀려오는 허탈감은 어쩔 건가요. 결국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나누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누군가는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재앙이라고 합니다. 대표님 생각은 어느 쪽인가요.

둘 다죠. 제가 회원들과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살기 위해 코에 호스 꼽는 이런 일은 말자고요. 연명치료 같은 것은 하지 말자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활동하겠다, 걸을 수 없으면 이틀 사흘 사이에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는 거죠.

- 그게 마음대로 안 되잖습니까.

“하하. 말처럼 안 되죠.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의 축복이 사회나 가족에게는 재앙이 돼선 안 되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잘 늙어가기 위한 팁이랄까요, 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옛말에 잔칫날 잘 먹기 위해 사흘을 굶는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내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을 거야’라는 심정으로 지나치게 현실을 담보 잡혀 살진 말라는 거예요. 젊음을 즐기세요. 우리 경제가 굴곡이 있지만, 복지국가 시스템은 계속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노후가 보장됩니다. 현대 사회는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 아낀다고 너무 궁핍하게 절약에만 매몰돼 살진 말아라, 다만 지금부터라도 이웃과 잘 지내고 사회에 참여하여 자기 것을 조금씩 나누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은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후회가 없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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