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이웃 사랑이 바꾼 인생 항로... "피아노 봉사하다 특수학교 교사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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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이웃 사랑이 바꾼 인생 항로... "피아노 봉사하다 특수학교 교사됐죠"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1.09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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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이사장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간혹 남들을 돌보는데 타고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본능적인 이타심으로 타인을 위한 봉사를 마치 이 땅에서의 소명처럼 받아들이는 이들이다. 자기 것을 나누고 여러 사람을 동참시켜 사회의 분위기로, 물결로 확산시키고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인도 콜카타 빈민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해 굽은 몸으로 일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다 떠난 마더 테레사에 견주긴 불가능해도 우리 주변에는 이웃을 위해 크고 작은 봉사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보건의료통합봉사회의 젊은 이사장 조예은 씨도 그런 이 중 한 사람이다.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는 직장인이자 봉사회 일원으로서 부지런히 봉사활동 중인 그를 NGO저널이 만났다.

올해 28세의 조예은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이사장. 이사장은 보통 나이 지긋한 분들이 다는 직함 아니냐고 하자, '선거로 뽑는 자리는 아닌데 열심히 하라고 맡겨 주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 28세의 조예은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이사장. 이사장은 보통 나이 지긋한 분들이 다는 직함 아니냐고 하자, '열심히 하라고 맡겨 주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 이사장님이라고 소개하길래 이렇게 젊은 분인 줄 몰랐습니다. 반갑습니다.

"하하.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렇게 생각해요. 아직 해가 바뀌지 않았으니 28살, 만 나이로 27살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공부 중입니다. 정확하게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인공지능융합교육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 인공지능융합교육이라...구체적으로 어떤 걸 배우는 건가요?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죠.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고 지금도 AI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걸 아실 거예요. 특수교사의 관점에서 장애가 더 심한 학생일수록 고차원적인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과학, 컴퓨터, 인공지능 윤리 등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학생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해서 더욱 질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공지능융합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 우선 보건의료통합봉사회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2019년도에 단체가 만들어졌고 5년 정도 됐어요. 봉사활동을 하던 중 감사하게도 대학교 4학년 때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게 되었고 인재상 커뮤니티에서 예비 의료인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해 알게 됐죠. ‘의료, 사회복지, 교육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봉사자들과 협업하여 봉사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감사하게도 제 뜻에 동조해주는 분들이 여럿 있어 한 번 만들어보자 했던 아이디어가 계기가 돼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보건의료통합봉사회(IHCO, Integrated Health and Care Organization)는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 보건대학, 교육학과 등 다양한 보건의료 및 교육전공의 대학생, 청년들이 중심이 돼 의료사각지대를 찾아 보건의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 등록 비영리단체 NPO에요. 매년 서울지회를 포함해 인천, 대전, 부산, 경기, 대구, 광주 지역에서 연간 1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인재시군요. 청년 인재를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어떤 공로로 받았습니까?

"부끄럽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평소 제가 연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시각장애인의 이동성이나 접근성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를 개발하게 됐어요. 이것과 함께 4년 동안 장애 학생들과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쭉 해온 것들을 인정해 주셔서 2019년도에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게 되었어요.

아무튼, 단체를 좀 더 소개하자면 현재 국내의료지원사업, 국가재난지원사업, 보건의료교육사업, 재가방문지원사업, 보건의료캠페인사업, 1인가구지원사업, 대외협력기획사업 등 7개의 사업과 다양한 기획 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복지관과 협약도 맺고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 말벗도 해드리고 의료 등 정기적인 활동도 하고요.

또 삼선동에서 비영리카페도 운영해요.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자원봉사자들은 무료로 커피를 이용할 수 있죠. 이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더운 여름에는 쉼터가 되고 추운 겨울에는 잠시나마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대면봉사가 어려워졌을 때는 비대면 봉사활동으로서 마스크를 포함해 필 수 키트를 제작해 보내드렸고,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정신건강 케어도 해드렸는데 만족해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또 저희 사업 중 보건의료교육사업으로 학령기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보건·의료 지식을 교육하고 어르신들께도 교육을 진행해 자신의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어요. 보건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지만, 어찌보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영역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만큼 우리 단체가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진행한 것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 단체가 지역사회에서 하는 봉사활동과 봉사 정신을 배우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간혹 견학하러 오기도 하는데, 그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위치와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봉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했던 순간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조 이사장은 예술중학교 출신이다. 장애인 합창단을 위해 피아노 반주를 해주다 봉사가 주는 '희열'에 눈을 떴다고.
조 이사장은 예술중학교 출신이다. 장애인 합창단을 위해 피아노 반주를 해주다 봉사가 주는 '희열'에 눈을 떴다고.

 

장애인 위해 피아노 치던 예중 학생, 봉사를 인생의 소명으로

- 단체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입니다. 어쨌든 여러 사업도 다양하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충당합니까?

"처음 단체를 만들어 운영할 때 모두 7명으로 시작했는데, 초기 자금의 경우 사비로 많이 충당했어요. 다들 각자 월급 아껴가면서 수입에서 조금씩 모아 냈죠. 사실 지금도 제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네요. 하하. 또 물품 등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해요."

- 후원금을 내는 분들은 있습니까?

"자발적인 후원금을 내는 분들이 있긴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대개 운영 사업비는 정부 예산을 받거나 후원금, 사비 등을 모아 충당합니다."

- 예술중학교를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특수교육을 전공했다고 했는데, 예술과 특수교육 사이엔 이질적인 면이 적지 않은데 진로가 왜 바뀌게 됐는지, 어떻게 하다 이런 전문적인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게 된 건지 사연이 궁금하네요.

"하하. 무슨 큰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지는 않아요. 예술중학교 다닐 때 전공이 피아노였는데,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장애인 합창단 피아노 봉사를 하게 된 거예요. 몇 년간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봉사라는 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 요즘 시대, 봉사가 취미이고 생활인 20대가 흔하지는 않을 듯한데, 주변 친구들은 본인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하하. 독특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제가 MBTI(성격유형) 대문자 아이(I)이거든요.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필요하다 싶을 때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나서서 하는 성격이죠."

- 봉사에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인가 봅니다.

"제가 기독교인이에요. 대학교 때 부전공이 신학이었어요. 신학을 공부하면 3대 종교부터 배웁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이 세 종교의 뿌리를 배우는데 공통점이 있어요.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옆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이죠. 저는 그런 정신이 당연하다고 봐요. 의무가 아닌 마땅히 해야 할 일, 그런 개념으로 봉사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견학온 중학생들에게 보건의료통합봉사회의 취지에 대해 강연하는 조예은 씨의 모습.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사진제공=조예은
견학온 중학생들에게 보건의료통합봉사회의 취지에 대해 강연하는 조예은 씨의 모습.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사진제공=조예은

 

순수 이타심이 모인 봉사회 활동에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 필요

- 지금 대학원 재학 중이라고 했는데, 졸업 후 목표가 있습니까?

"제 직업이 특수학교 교사예요. 시각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을 해요. 재작년까지는 지체장애 학생들을 돌봤고 작년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 올해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 일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직장 생활을 잘 해 나가면서 봉사활동도 잘 해나가는 게 목표라면 목표일 것 같습니다."

- 주호민 작가 사건 보면서 가슴 아팠겠습니다.

"네, 정말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도 아이한테 맞을 때도 있고, 신변처리도 정말 많이 합니.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봐줄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타심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

- 직업도 보통 일이 아니고 봉사단 활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본인은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닐 텐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그렇게 생각되실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받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딱히 이걸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하는 업무가 과중할 땐 친구 동료에게 좀 도와달라는 부탁 정도는 하죠. 개인적으로는 피곤하다거나 힘들다 해서 어디 일부러 즐기러 다닌다거나 하는 그런 일도 별로 없고요. 이런 일은 본인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못 할 것 같아요. 단지 가끔 저를 위해 카페 가서 맛있는 것 먹고 그냥 집에서 쉬면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보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하하. 집에서 조용하 휴식을 취할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봉사회 올해 목표는 다 이루었나요? 또 내년 목표가 있다면요.

"올해 목표는 운영 중인 비영리카페와 보건의료통합봉사회가 안정화되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사업을 늘려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싶어요.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해보고 싶은 목표도 있어요. 이걸 이루려면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분야 등 다양한 인재들의 협력이 필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필요할 것 같아요.

또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봉사활동을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올해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내부 정리를 하고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데 중점을 뒀는데 내년에는 그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갈 생각이에요. 가능하다면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도 고려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NGO저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보건의료통합봉사회는 순수하게 이타적인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봉사단이에요. 봉사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그렇지만 봉사회 이사회 구성원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적으로 전공분야 뿐 아니라 사회복지학도 공부하고 관련 세미나도 열심히 들으면서 지역사회에 헌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참여하는 분들의 봉사활동이 학창시절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는 활동에서 벗어나 내 주변을 둘러보고 내가 가진 지식과 마음으로 베푸는 활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건의료통합봉사회와 손잡고 봉사에 나서고 싶은 모든 분, 지역사회구성원, 민간단체, 기업, 기업인 여러분 그 어떤 분들의 손길도 환영합니다. 언제든 연락주세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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