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롯데건설 리포트 돌연 삭제... 부동산 투자 관련 '소송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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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롯데건설 리포트 돌연 삭제... 부동산 투자 관련 '소송전' 영향?
  • 전지윤 기자
  • 승인 2024.01.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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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롯데건설 '유동성', 부담스러운 수준" 지적
"부동산 업황 대선 없이는 유동성 리스크 반복될 것"
롯데건설 반박에 리포트 돌연 삭제... '고의성' 있나
하나증권, 부동산 익스포져 有... 관련 소송도 진행 中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 사옥 전경.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이 롯데건설의 우발채무와 관련된 유동성 위기를 지적한 리포트를 발간한 후, 롯데건설의 반박에 돌연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해당 리포트 발간에 하나증권의 사정을 담은 고의가 있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 4일 '1월: 끝난 것이 아닌 PF문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PF문제는 태영건설에서 끝이 아니다"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미착공 PF를 보면,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PF 규모가 3조2000억원이다. 지역별로 미착공 현황을 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PF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청약 결과가 부진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서울외 지역에서의 본PF 전환 가능성을 다소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2조5000억원 모두가 채무인수하거나 자금보충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롯데건설의 유동성으로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까지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하나증권은 롯데건설의 유동성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 수준이며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1000억원으로, 여기에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우발채무를 고려했을 때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부동산 업황의 개선 없이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며 비판했다.

롯데건설은 발빠르게 반박에 나섰다. 보고서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5일, 회사에서는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PF 3조2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은 1월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한다"며 "나머지 8000억원의 경우 1분기 내 본PF 전환 등으로 PF 관련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미착공PF에 대해서도 "서울과 수도권 사업장은 1조6000억원 정도의 50% 규모이고 지방 사업장 역시 같은 규모"라며 "지방 사업장의 경우에도 해운대 센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분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에서 반박하는 자료가 나오자 하나증권은 보고서를 돌연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증권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위험 노출 비중·금액)를 감안했을 때 해당 보고서 발간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내포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과 관련해 상당한 익스포져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태영건설에 직접대출 300억원, 신용공여 300억원(에이블티와이제삼차) 등을 차입해 준 내역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오산시 외삼미2구역 도시재정비 개발사업장에 대해 라파엘리브, DL건설, JB자산운용 등과 함께 총 560억원의 후순위 대출채권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미수급 채권 및 자금 회수를 위한 압박 차원의 행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금융사들이 악성 채권 회수를 위해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등 리스크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증권이 원고로 참여한 부동산 투자 관련 소송도 진행 중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하나증권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 중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에 하나증권이 LP(펀드출자자)로 참여한 사건은 현재 3심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증권이 신탁업자로서 대주단으로 참여한 PF 대출 관련 대출원리금, 지급보증금 및 손해배상청구 관련 소송도 2심 단계에 있다. 

하나증권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각 사건에 대해서 "승소 시 당사의 손해를 배상받게 된다", "대출채권 관련 수탁자로서 소송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재무적, 경영적 영향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IB(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소송이 최근 3년 동안 이어진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및 미입주 증가·공사비 증가·고금리·PF·경색 등 끊이지 않는 악재 등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계속되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들 사이에 법적다툼과 소송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요 로펌들도 부동산 리스크 대응 조직을 만들어 다가올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 역시 추가적인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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