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1개월 멈춰 선 러시아 공장 14만원에 매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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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1개월 멈춰 선 러시아 공장 14만원에 매각 결정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3.12.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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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임시 이사회서 매각 안건 승인
아트 파이낸스와 최종 협상 중
지난해 3월 가동 중단으로 손실 규모↑
2년 내 공장 재매입 '바이백' 조항 내걸어
현지 상황 고려해 AS 지속 운영 방침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HMMR, 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sia)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 매각 예정가격은 1만루블, 한화 약 1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딜러사인 아빌론그룹의 계열사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와 공장 지분 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다. 아트 파이낸스는 벤처투자 기업으로 최근 폭스바겐의 러시아 공장과 자회사 지분도 인수한 바 있다.

HMMR은 현대차의 6번째 해외 생산 거점으로 2010년 준공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연간 판매량 기준 기아는 2위, 현대차는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세력 기업들은 러시아 현지 생산을 일제히 중단했다.

HMMR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가동 중단된 상태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생산 중단 이후 1년 9개월 만에 팔리게 된다. 매각 대상에는 2020년 현대차가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포함됐다. 

매각 대상의 가치는 장부상 약 4100억원에 달하지만 매각 예정가는 1만루블, 한화 약 14만원에 불과하다. HMMR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 정부가 공장을 몰수할 수 있어 헐값에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HMMR은 지난해 2301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순손실 규모가 2270억원이 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3월부터 생산과 수출이 모조리 멈춘 상태에서 '리스크'를 덜어내는 차원에서 현지 업체에 매각하다 보니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각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내걸었다. 문제는 재매입 시에는 공장의 시장 가치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위해서는 수천억원을 다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기존 판매된 차량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AS)는 계속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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