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GDP의 2.26배... '사상 최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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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빚, GDP의 2.26배... '사상 최대 경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10.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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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 보고서' 분석... 韓 가계부채 비율 101.7%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3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3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정부가 가계 부채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가계‧기업의 빚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만, 단기 리스크인 부동산 PF는 안정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9월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기준 한국의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는 ‘101.7%’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선진국 73.4%와 신흥국 48.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명목 GDP’란 당해연도의 시장가격을 적용해 계산한 국내총생산을 뜻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명목GDP 비율은 스위스(126.1%), 호주(109.9%), 캐나다(103.1%) 뒤를 이은 세계 4번째다.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1인당 빚은 연간 소득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의 올 2분기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평균 300%였다. 2019년 4분기에 비해 3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대출규제 완화 조치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채무 부담은 고령층이 더 컸지만 빚 증가 속도는 청년층이 가장 빨랐다. 연령대별 LTI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350%로 가장 높았다. 40, 50대 중장년층은 301%, 30대 이하 청년층은 262%였다. 빚 증가 속도에선 청년층이 2019년 말 대비 39%포인트 늘어 고령층(16%포인트)과 장년층(35%포인트)을 앞섰다.

특히 청년층은 주택 관련 가계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청년층의 1인당 주택대출은 5504만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35.4% 증가했다. 청년층 취약차주(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차주)의 연체율은 올 2분기 8.41%로 전 분기 대비 0.41%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나머지 연령층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분(평균 0.27%포인트)보다 높다.

한은은 “주택시가총액이 지난 20여년간 명목GDP보다 빠르게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 명목GDP의 2배 수준에서 최근 3배까지 늘었다. 이와 함께 낮은 대출금리와 규제 완화가 지속되면서 가계신용도가 좋아졌기 때문에 그 결과 한국의 가계신용/명목GDP 비율이 하락했음에도 선진국(2023년 1/4분기말 73.4%) 및 신흥국(48.4%) 평균을 크게 상회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주택가격의 반등세다. 주택가격이 오르자 주택 매매 수요가 오르면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경우 가계부채/명목GDP 비율이 다시 상승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실거래가는 2021년 하반기에는 고점 대비 25% 내외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7월까지 다시 11.2% 상승했다. 수도권(7.6%)뿐 아니라 여타 지방(1.2%)도 일부 지역(전북)을 제외하고 대부분 반등했다. 한은은 이러한 추세 때문에 가계부채/명목GDP가 매년 4~6%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커질 경우 중장기적 금융안정 상황을 판단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경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금융당국이 PF 정상화 지원펀드 및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부실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체 PF 대출의 90%를 차지하는 은행·보험사·여전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은은 당분간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면서 가계신용/명목GDP 비율 하향 안정화 등 금융불균형을 안정시켜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 조절에 이어 장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크게 늘어난 부문을 중점 점검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을 관리하고,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확대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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