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크린랲, 4년 만에 쿠팡과 재거래... 反쿠팡연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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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크린랲, 4년 만에 쿠팡과 재거래... 反쿠팡연대 '흔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08.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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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랲, 공정위·손배소송 진행했지만 모두 패소
쿠팡, LG생건·CJ제일제당 결별했지만... 실적↑
로켓배송 차량. 사진= 쿠팡
로켓배송 차량. 사진= 쿠팡

국내 위생랩 1위 업체 '크린랲'이 쿠팡의 손을 다시 잡았다. 2019년 쿠팡이 요구한 본사 직거래를 거부해 납품 중단 사태가 벌어진 이래 4년 만이다. 공정위 신고와 소송까지 진행했던 크린랲의 백기에 LG생건, CJ 등 反쿠팡연대에도 영향을 끼칠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크린랲은 1983년 설립된 국내 대표 생활용품 제조기업으로, 국내 최초로 폴리에틸렌 재질의 무독성 랩을 개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크린랲'은 누적 판매량 2억1000만개가 넘는 인기 제품으로 '국민 비닐랩'으로 통한다.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상품들은 총 40여 종으로 크린랩을 비롯해 크린백, 크린장갑, 크린 종이 호일 등 베스트 셀러 상품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앞서 크린랲은 대리점을 통해 쿠팡에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쿠팡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본사에 직거래를 요구했고, 크린랲이 이를 거부하자 기존 대리점과의 직매입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크린랲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2020년 쿠팡이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2020년 8월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이 또한 2021년 1심, 2022년 9월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같은 크린랲의 행보로 인해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 비닐랩 부문 90%의 점유율을 보였던 크린랲은 최근 7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상황이 쿠팡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최근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쿠팡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올해 1분기 온라인 시장 거래액 기준 점유율 21.8%로 나타났다. 2위는 20.3%의 네이버다. 

독점적 영향력을 보이는 크린랲의 화해 제스처에 현재 대립중인 반쿠팡연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쿠팡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과 납품단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에 햇반 납품을 중단했고, LG생활건강은 2019년 공정위에 신고한 뒤 4년째 생활용품과 코카콜라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이 없어도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쿠팡은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7조6749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최대치이며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 제조사의 갈등이 쿠팡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신세계, 마켓컬리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반쿠팡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신세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전날부터 신세계 유통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함께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컵반, 떡볶이, 붕어빵 등 신제품 13종을 선출시해 판매 중이다. 

지난달에는 LG전자와 함께 11번가에서 협업 프로모션을 펼쳤고, 컬리와는 일명 '컬리 햇반'으로 불리는 '햇반 골든퀸쌀밥'을 출시해 초도 물량을 3주 만에 완판시켰다.

업계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자존심 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과 같이 CJ제일제당이 쿠팡과 완전히 갈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닐랩과 달리 식품은 전문 이커머스가 있을만큼 채널이 많아 CJ제일제당이 당장의 판매량 하락이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추세라면 두 회사간 기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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