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관치 부활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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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관치 부활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5.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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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경실련 공동기획, '新관치금융' 집중 해부

금융지주 회장 전원교체 '내치'막다 '관치' 논란
론스타 실패 여전히 정경유착 소송 진행중
저축은행 부실도 금융당국 은폐 정황 드러나

<편집자 註> "경제관료 집단은 이미 정치권을 넘어선 거대 권력이다. 경제개혁의 시작점은 관벌(官閥) 혁파다."(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한국시민사회운동 최전선에 서있는 김 사무총장이 '콕' 지목한 관벌은 모피아다. 왜 경제개혁의 우선 대상으로 모피아를 지목했을까? 그 답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에서 회자되는 '新관치금융의 부활'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관치'(官治)라고 불리는 관료 우위 시대의 도래에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우려다. 공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관료사회가 사익 추구를 목표로 정치집단과 내화되면 그 권력에 맞설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진영은 근본적인 경제금융개혁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NGO저널은 경실련 공동기획으로 이 새로운 ‘관치금융’시대를 집중 해부한다.
 

<新관치 기획 시리즈 순서>

① 돌고돌아 모피아… 권력지도엔 ‘낙하산·회전문’
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③ 尹정부 취업승인율 98%… 모피아 권력지도가 바뀐다
④ 모피아와 30年 전쟁... "시민사회, 뭉쳐야 바꾼다" 
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일반인들에겐 좀 낯선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사이를 두고 노사간 대치속에 주주총회를 열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회사와 노조간 다툼 같은 말썽은 벌어졌지만, 이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교체됐다. '내치'를 막았지만 '관치' 논란이 터진 연유다. 

회사쪽의 공식 설명으로는 정기주총 당시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로 주총을 통해 회장을 교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회사 홍보 담당자들조차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넘어가곤 한다. 

속내인즉, 주총 앞뒤로  산하 기관장 인사에 대한 연결 고리를 떠올리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른바 ‘낙하산 투입’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총은 열었지만 섣불리 연임 회장을 뽑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사단’으로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회장과 경제 관료 선후배 사이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더해 논란은 더욱 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관치금융 논란이 거셌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인선 개입 , 금리 문제 등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시장 왜곡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관치금융 논란이 거셌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인선 개입 , 금리 문제 등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시장 왜곡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 한은 통화정책에도 개입 '구설'

금융당국이 민간금융회사의 금리산정체계에 개입한 것도 구설을 낳았다.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꾸준히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기준금리 동결까지 1년 반 총 열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했다.

한은이 이처럼 빠르게 금리를 인상한 것은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다양한 요인으로 물가가 빠르게 치솟자 물가안정을 목표로 한 강력한 통화정책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고 서민 피해 우려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넣었고, 이 같은 개입은 시장 혼란을 키웠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위는 은행권에 은행채발행 자제를 요청했고 자금 조달 방법이 막힌 시중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자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이후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여 취약계층의 피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금융위는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을 자제하라”고 은행권에 요청했고, 이로 인해 예금금리는 낮아졌다. 하지만 대출금리만 다시 오르자 이번엔 금감위가 나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개입이 시장의 혼선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 '시장 공포' 잠재운 금융당국 소통채널은 '평가'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 후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1주년 즈음 금융가 안팎에선 인사를 통한 경영개입, 규제압박 등 관치가 노골화하면서 ‘신관치금융’,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경제 주체들 간의 자금융통 및 통화정책의 경로 등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금융의 공익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관치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지난해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는 채권시장의 경색을 가져와 산업계 곳곳에서 유동성 위기가 감지됐지만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위기를 넘겼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한은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소방수로 나섰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한은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소방수로 나섰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금융시장의 기존 관행을 깨뜨리고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이 외화 채권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시장이 흔들리자 흥국생명이 입장을 번복하게 만들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금융당국이 긴밀히 협조해 시장의 공포를 잠재운 셈이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재량적 정치 운용을 통해서 민간 금융기관에 참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금융 형태를 말한다. 관치금융에서는 법(法)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거해 금융활동이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관치금융은 기본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관치금융으로 인한 금융권 내의 혼란과 시장의 부작용은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할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뼈아픈 대표적 관치 실패 '론스타'

시민사회에서는 그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론스타 사태를 꼽는다. 이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 중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1조 3834억 원)와 경영권 인수 및 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 6635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일어난 논란이다.

원칙대로라면 외환은행을 살 수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그것을 되팔아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 떠나는데 모피아(기재부 경제 관료들)의 직무유기 등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IMF 외환위기 충격에 카드 대란이 겹친 당시는 외환은행을 선뜻 인수하겠다는 국내 금융회사가 없었다. 이때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게 론스타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다음 해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했다.

문제는 론스타가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단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정상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부실 금융사를 인수할 때는 예외로 간주됐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추정, 부실 상태로 인정하고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론스타는 불과 3년 후인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되팔기 위해 은행들과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고, 2010년 하나금융과 3조9157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재판 등이 이어지면서 금융위의 승인이 지연됐다가 2012년에서야 승인을 받아냈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 2012년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챙긴 차액은 총 4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 사태와 관련, ICSID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일부 승소 판정을 내리고 우리 정부가 배상 원금이 과다 선정되었다며 정정 신청서를 제출하자 올해 초 경실련 등은 국회 앞에서 론스타 사태의 진상규명 및 공정한 후속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경실련
론스타 사태와 관련, ICSID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일부 승소 판정을 내리고 우리 정부가 배상 원금이 과다 선정되었다며 정정 신청서를 제출하자 올해 초 경실련 등은 국회 앞에서 론스타 사태의 진상규명 및 공정한 후속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경실련

 

하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우리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고 국세청의 자의적·모순적 과세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급기야 2012년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8월 31일 오전 9시께(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환율 1달러당 1300원 기준 2800억원, 당일 환율 기준 한화 2923억3995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우리 법무부는 그해 10월 배상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중재판정부에 정정 신청을 냈고, ICSID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약 6억 원의 배상금이 줄게 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헐값 매각 논란의 주인공들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경제 관료들은 뒤늦게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2010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낮은 가격에 매각한) 부적절한 행위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참여연대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활동가는 “론스타 사태는 은행 경영자로 부적절한 사모펀드가, 은행을 매수·매각하는 과정에 모피아가 결합하여 국민 혈세를 낭비한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며 “한국 정부가 ISDS에서 패소한 주요 원인에는 론스타와 유착한 정부 관계자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 10만명, 1조3천억 손실'

시민사회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부실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관치금융 부작용 사례 중 하나로 손꼽는다.

당시 저축은행들이 수익성을 위해 공격적으로 취급했던 부동산 PF 대출이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으로 부실화되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2011년 이후 저축은행 31곳이 파산했다. 그 결과 10만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들이 보상받지 못한 피해 금액은 무려 1조3703억 원에 달했다.

부동산 등 리스크가 큰 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과정 없이 캄보디아 개발사업(캄코시티) 등에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형태로 무분별하게 불법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부실채권을 떠안은 저축은행의 사업 운용이 어려워져 벌어진 일이었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저축은행 감사 등 임원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감독 부실 등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 간부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등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의 조직적 부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금감원 직원 취업 제한 대상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당시 논평을 통해 “전직 금감원 인사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내려가 제대로 감시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불법대출과 부실경영에 협조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라며 “또한 이미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확인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덮어버렸다는 정황들이 속속히 드러나면서 과연 금융감독 당국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저축은행 사태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을 하나의 요인으로 꼽는다. 이들이 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재취업해 불법대출과 부실경영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저축은행 사태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을 하나의 요인으로 꼽는다. 이들이 저축은행 감사 등으로 재취업해 불법대출과 부실경영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공직자윤리법 개정' 한 목소리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불거진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도 모피아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로 1조6000억 원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과 투자자들에게 5천억원 대 피해를 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대표적이다.

라임은 투자자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고객 돈을 모아 문제가 발생한 투자자산을 사들이거나 문제가 없는 펀드와 합치는 등의 수법으로 수익률을 관리하며 ‘돌려막기’를 하다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했다.

옵티머스의 경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펀드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조3천억원대 투자금을 모은 뒤 부실기업 채권이나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기 사건이다.

업계와 시민사회는 사모펀드 사태에 2015년 규제완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통해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한 것이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성과주의에 집착한 관료집단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빈틈을 악용해 벌어진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공모펀드의 경우 기준가격을 매일 산정해 공시하고, 분기별 손익, 투자대상 자산, 자산 종류별 평가액 등을 기재한 자산운용보고서 등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사모펀드는 당시 대책으로 인해 운용보고서 교부 등의 의무가 사라졌다. 이렇듯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거론되며 금융당국 로비 의혹이 이는 등 모피아 논란이 거셌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세월 관치금융은 국가주도 경제성장의 역사에서 어둠보다 빛과 같은 역할이 커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경제와 우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현재, 관치의 과도하고 잦은 개입은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여전히 정부가 모피아들을 통해 민간금융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관치 문제, 퇴직 후 모피아의 재취업과 민간과의 유착으로 인한 금융감독부실, 금융규제 완화 등으로 발생한 문제들”이라며 “새 정부는 모피아의 재취업을 견제하고, 감독정책의 독립성을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통해 관치 병폐를 수술할 골든타임이다”라고 지적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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