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2023] '규제'에 발목 잡힌 신기술... 韓 기업 경쟁력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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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2023] '규제'에 발목 잡힌 신기술... 韓 기업 경쟁력 뒷걸음질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4.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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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UAM', KT '자율주행로봇' 공개
UAM... 2025년 상용화 위해선 규제 풀어야
배달로봇... 규제에 막혀 사유지 안에서만 운행
4년간 '신산업 규제개선' 8건... 개선율 9.3%
리걸테크... 국내선 '변호사법 위반' 위협에 枯死 위기
"규제, 불편함 넘어 기업 생존 문제로 인식해야"
사진=시장경제신문
사진=시장경제

'WIS2023' SKT 부스에 설치된 대형 UAM(도심항공교통) 시뮬레이터가 마치 하늘을 나는 듯 덜컹거렸다. VR(가상현실)기기를 쓴 관람객들은 실제 드론택시에 탑승한 듯 탄성을 질렀다. 'WIS2023'(World IT Show)이 개막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체험존에 대기줄이 늘어서고, '대기시간 60분'이라는 표지판이 내걸렸다.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막한 'WIS 2023'. SKT, KT 등 국내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해 AI, UAM, 자율주행로봇 등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신사업 모델 등을 공개했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AI분야에서도 뒤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자리였다. 전시는 관람객과 언론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공개된 신사업 대부분이 본격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기업들이 공들여 출품한 신사업 상당수는 정부 규제 사슬에 걸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AI분야에서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람객이 몰린 SKT 전시 부스 콘셉트는 'UAM'이었다. 전시장에 설치된 실물 규모 대형 드론은 미국기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최대 4인까지 탑승 가능하며,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 실증사업에 참여 중이다. UAM 기술에 적용되는 데이터는 에이닷(A.), T맵 등을 통해 수집된다. 이를 기반으로 연계교통, 배터리 충전, 인포테인먼트 제공 등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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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관계자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모든 사업이 그렇듯 규제 개정에 따라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방역로봇, 서빙로봇, 실외배달로봇 등 AI가 탑재된 로봇을 앞세웠다. 그 중에서도 KT가 전폭적으로 내세운 로봇은 애플도 관심을 갖고 있는 '실외배달로봇'이다. 최대 20kg까지 탑재할 수 있는 로봇은 자율적으로 도로를 주행하며 음식점과 배송지를 오고 갈 수 있다. 다만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고 발생시 보험처리 등 법적 규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현재는 사유지 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며 "골프장, 캠핑장 등에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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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세계의 일상을 바꾸는 K-디지털'(Changing our life, K-Digital)이다. IT 강국답게 국내기업들은 삶을 질을 혁신적으로 바꿀 완성도 높은 기술을 소개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선 여전히 '정부 규제'라는 벽이 남았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이달 12일 '신산업 규제개선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바이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 등 4개 신사업에서 규제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근 4년간 규제개선여부를 추적한 결과 애로 대상인 86건 중 개선 완료된 내용은 단 8건으로 개선율이 9.3%에 불과했다. 개선 진행 중인 사안은 21건이며, 나머지 57건은 변화가 없었다. 57건 중 11건은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사업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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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측은 더딘 규제개선이 신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데 자율자동차는 핵심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규제 개선이 더디다. 그에 반해 경쟁국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센서나 AI 기술 관련 규제도 대부분 풀었다. 

AI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딥러닝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중복 규제를 하고 있어 갈길이 멀다. 2020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일부 규제가 완화됐지만 실질적인 데이터 수집에는 여전히 제약이 크다.  

리걸테크 분야도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대표적 업종 중 하나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은 리걸테크 기업이 1000개가 넘지만, 한국은 AI가 법률문서를 작성하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신산업 규제 개선에는 항상 갈등과 '다(多)부처'라는 키워드가 따라붙고, 규제혁신 동력을 약화시킨다"며 "규제가 불편함을 넘어 기업 생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신산업 규제환경 개선에 책임감을 갖고 추진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매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내세우지만, 제대로된 성과는 없었다"며 "규제 개선 발표 후에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신산업 규제 개선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올해 8월부터 UAM 실증사업 1단계를 시작한다. 내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사업으로 상용화 단계에 적용될만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운항자·교통관리 사업자·버티포트 운영자 간 통합운용 안정성 등을 실증한다. 도심 진입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소음측정도 병행한다. 내년 7월부터는 경기 김포에서 한강을 따라 서울 잠실까지 이어지는 실증사업 2단계도 기획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이 AI 영역에서 느리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중국에 이어 초거대 AI 모델을 가지고 있는 3번째 국가"라며 "정부가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발전이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데이터 라벨링 사업 변형 검토 등 국내 정부도 체제구축에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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