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차 협력사가 당한 납품사기까지 '삼성 책임'이라는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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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2차 협력사가 당한 납품사기까지 '삼성 책임'이라는 시민단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3.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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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서초동 삼성전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베트남 2차 협력사 사고 언급... "삼성이 베트남에 위험 옮겼다"
삼성전자 베트남 협력사, 메탄올 중독사고 발생
베트남 현지 일당, '메탄올 섞은 가짜 에탄올' 공급
에탄올 확인용 공문서까지 위조... 범행 사전 준비
범행내용 볼 때, 베트남 2차 협력사에 사고 책임 묻기 곤란
원청인 삼성전자에 관리·감독 책임 묻는 행태는 억지
삼성전자.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 베트남 2차 협력사와 거래하는 현지 납품업체가 공업용 메탄올을 에탄올로 속여 공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납품 사기를 당한 삼성전자 베트남 2차 협력사 직원 수십명이 메탄올에 중독되는 등 대규모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 사건의 실체는 현지 납품업체의 기망행위에 있는 만큼 위 2차 협력사는 물론 삼성전자도 피해자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의 시민단체가 삼성전자에 책임을 묻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29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등 16개 시민단체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위 사건 관련 삼성전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이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위험도 함께 옮겼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메탄올이 대량으로 섞인 '가짜 에탄올'이 제조·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 2차 협력사 'HS테크'도 포함됐다. 이 회사 직원 37명은 메탄올에 중독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메탄올은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성 물질로 메틸알코올이라고도 불린다. 소량 섭취만으로도 중추신경계에 영구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섭취량이 30ml를 넘으면 사망에 이르며, 5~10ml만 섭취해도 실명을 유발한다. 에탄올과 육안상 구별이 어려워 취급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반올림측은 이번 사건이 삼성전자의 관리·감독 소홀로 빚어졌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주장은 억지스럽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삼성전자의 베트남 협력업체이다. 그것도 직접 거래관계가 없는 '2차 협력사'이다. 해외에 있는 2차 협력사에서 벌어진 사고마저 원청에 책임을 묻는 태도는 다분히 악의적이다.

삼성전자 협력사는 1·2차를 합쳐 수천여곳에 달한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2차 협력사에 대해서까지, 삼성 측이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가짜 에탄올'을 납품한 일당은 해당 물질이 에탄올임을 확인하는 인증서인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 물질보건안전자료)'를 위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인증서는 국제기준에 따라 화학물질의 이름과 성분, 유해성, 취급 주의점 등 16가지 항목을 기재한 공적 자료다. 이는 납품 사기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음을 방증한다.

삼성전자 베트남 2차 협력사가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원료를 납품받았다면, 사고 책임은 공문서를 위조해 유독물질을 공급한 일당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위 2차 협력사는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청인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문서를 위조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일당의 위법행위를 막을 의무가 삼성전자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삼성전자에 책임을 묻는 반올림 측 주장은 그 근거가 없거나 매우 빈약하다.

삼성전자 측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1차 협력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원재료 입고 전 시료를 분석, 그 성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사전 시료 분석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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