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부사장 "기업 사과할 땐 대책안 비중 50%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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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부사장 "기업 사과할 땐 대책안 비중 50% 넘어야"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3.03.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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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2기 경제정치 아카데미' 5강 특강
(사)의회정치아카데미 공동 주최, 경제4단체 후원
함파트너스 박상현 부사장... '위기 관리' 노하우 설명
언론계, 정치권 두루 거친 28년 경력 PR전문가
위기관리 및 대관 컨설팅, 미디어 트레이닝 등 제공
함파트너스 박상현 부사장. 사진=시장경제DB
함파트너스 박상현 부사장. 사진=시장경제DB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그 다음은 위기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초기 대응에는 중요한 3가지 원칙이 있다. '은폐하지 않는다',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신속하게 행동한다' 등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경우에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이것이 바로 위기관리의 위기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종합경제지 <시장경제> 주최 '제2기 경제정치 아카데미'(시경EPA) 5강 강의를 맡은 박상현 함파트너스 부사장은 리스크 발생 시 위기관리 방법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부사장은 2012년부터 8년간 PR기업 프레인글로벌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위기 관리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세계일보 공채(8기) 출신인 그는 디지털타임스 등 일간지 기자를 거쳐 뉴질랜드 교민신문 편집장, 투자자문사 임원, 국회 양기대(경기 광명을) 의원실 수석보좌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언론·메시지 담당 선임 비서관을 역임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후보 캠프 공보총괄팀장을 지냈다.

이날 특강 주제는 '리스크 발생 시 기업의 언론대응 노하우'로 정리할 수 있다. 박 부사장은 "홍보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시 되는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자 75%가 바로 '위기 관리'라고 답했다. 홍보인 입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이 '오너 및 CEO 리스크'를 꼽았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실제 기업들의 리스크 대응 사례를 인용하면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롯데의 경우 2015년 10월 신동주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변호사가 통역을 맡으면서 신 부회장과 변호사가 귓속말을 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기자들이 신 부회장을 향해 '직접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했다"며 "신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기자회견이 되레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웠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 전 부회장 기자회견 직후 언론들은 '우리말 부족해서 위임장과 대리인 뒤에 숨은 신동주', '입 꾹 다문 귓속말 기자회견', '한국말도 일본말도 없는 어색한 기자회견' 등의 제목으로 부정적 기사를 쏟아냈다.

이어 그는 성공한 리스크 관리 사례로 코오롱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를, 실패 사례로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각각 꼽았다.

박 부사장은 "대한항공은 2014년 12월 항공기 회항 사건 발생 3일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면서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전혀 없는 사건인데도 어정쩡한 사과로 관련 보도는 6개월 간 지속됐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해 주가가 급락했다"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이 위기관리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정서와 완벽히 괴리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핵심을 놓친 사과문 발표, 책임 전가, 변명 등 오너의 갑질행태가 국민 분노를 촉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반면 코오롱의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는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큰 사건이었다"며 "하지만 이동열 회장이 한밤중에 현장으로 직행해 사고 9시간 만에 직접 사과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결국 9일 만에 언론보도가 끝났다"고 말했다.

함파트너스 박상현 부사장. 사진=시장경제DB
함파트너스 박상현 부사장. 사진=시장경제DB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 보이는 사죄'와 '책임 통감'이라고 박 부사장은 짚었다. 그는 "사과를 할 때 해명 비중은 20~25% 이내로, 진심어린 사죄를 하면서 제3자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 전가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책 비중은 50%를 넘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향후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박 부사장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논리로 대응하지 않고, 기업 안에서만 통하는 논리로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반 법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배하지만 여론 법정은 유죄 추정의 원칙이 지배한다. 국민 감정과 여론,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감안해야 한다. 실정법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 정서법"이라고 조언했다.

박 부사장은 위기 발생 대응 원칙으로 ▲진실과 사실에 바탕한 투명한 공개 ▲내외부 의견과 제3자 입장을 고려한 정확한 리스크 평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복수의 대책 수립 ▲발빠른 언론대응 등을 제시했다.

'경제정치 아카데미'는 종합경제지 시장경제와 사단법인 의회정치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하는 7주차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2월 15일부터 4월 6일까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고 있다(워크숍 제외).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KEF),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가 공동 후원한다. 2기 아카데미에는 현대기아차, SK그룹, 삼성SDI, LG화학, 롯데건설, 쿠팡 등 주요 기업과 4대 금융지주, 유망 스타트업을 비롯 모두 37개 기업·단체 임직원이 수강 중이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시장경제 경제정치 아카데미'는 경영 현장에서 마주하는 유형별 리스크 실태를 분석하고, 사례 중심 해법을 공유하는데 중점을 뒀다.

강사진은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1강),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2강),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3강), 최준혁 순천향대 교수(4강), 박 부사장(5강), 강태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6강),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7강)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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