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윤경림 선임' 파장... 현대차·신한銀, 반대표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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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경림 선임' 파장... 현대차·신한銀, 반대표 던지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3.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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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 인선, 31일 주총서 판가름
국민연금 반대 여전... 동맹전선 '흔들'
사법리스크 변수... 주주결집 여부 주목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KT의 차기 대표 인선을 놓고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KT 이사회가 8일 차기 대표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내정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표와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31일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윤 사장이 끝내 허들을 넘지 못할 경우, KT는 경영 공백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현직 구현모 대표가 논란 끝에 연임 도전의 꿈을 거두면서 논란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으나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낙점하면서 회사 밖 부정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른바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외풍은 근절돼야 한다는 논리에서 KT 이사회 결정을 지지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외부 명망가를 모두 배재한 채 결국 자기사람심기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견해도 상당하다.

사안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윤 사장의 경력을 문제삼으며 그를 구 대표의 '오른팔'로 규정하고 있다. 윤 사장이 차기 대표가 되더라도, 구 대표가 '상왕'으로 군림하면서 입김을 행사할 것이란 의심어린 눈길이다.
 

KT 차기 대표 인선, 왜 '꼬인 매듭' 됐나 

앞서 지난해 12월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구현모 대표를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냈다. KT 이사회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연기금의 투자기업 의사결정 참여)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들은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론에 힘이 실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의 묵인 아래 임명된 대표이사라는 점과 이사회 내부에 친문·친노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됐다. 

2018년 구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 몸 담았던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 문재인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등 3명을 사외이사에 임명하면서 정치 편향 논란을 자초했다. 이를 두고, 구 대표가 취임 초 밝힌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쓴소리가 적잖았다. 

구 대표는 2020년 3월 취임사를 통해 "KT를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의 말과 달리 친문·친노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구 대표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에 그치고 말았다. 논란을 의식한 듯, 올해 1월 이강철 이사가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사법리스크'는 KT 대표 인선의 숨은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해 11월 14일 참여연대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민주노총, KT새노조 등은 구 대표와 KT 이사진 10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구 대표를 포함한 KT 전·현직 임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과 관련, 올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에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350만 달러(약 46억원), 추징금 280만 달러(약 37억원)를 각각 부과했다. 참여연대 등 고발인은 KT 이사회가 구 대표 등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옛 특수부가 간판을 바꿘 단, 검찰 내 대표적 특수인지수사부서이다. 특수인지수사부서 배당 사건은 대개 기소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안이 불기소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앞서 이달 10일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에서 수사 중이다. 

고발장에는 ▲일감몰아주기 ▲구 대표 친형에 대한 불법지원 ▲KT 소유 호텔을 둘러싼 정치권 결탁 의혹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 및 접대 의혹 등이 포함됐다. 

이은택 정의로운사람들 대표는 "공공성 높은 KT 대표로서의 지위를 망각하고 일감몰아주기 등 일탈행위를 한 의혹이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며 "더 이상 일탈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철저한 수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 사진=KT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 사진=KT

 

윤경림 '낙점'으로 되풀이된 '상왕' 논란

여러 논란 끝에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차기 대표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그 직후 KT 이사회는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 물색에 나섰다. 전직 산업부장관 등 차기 대표에 도전한 외부 인사만 18명에 달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회사는 이들 모두를 최종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대신 이사회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윤경림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사장 등 전현직 KT 인사 4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고, 윤경림 사장이 최종후보 명단에 올랐다.  

윤 사장이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우선 31일 정기 주총에서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9일 기준으로 KT 지분 8.53%를 쥐고 있다.

윤 사장으로선,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보유한 '우호지분'이 절실하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은 KT와 지분을 맞교환하며 '동맹'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KT 지분 4.6%, 3.1%를 보유하고 있다. 윤 사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 등을 지낸 이력도 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1월 지분교환으로 KT 지분 5.46%를 취득했다. 현대차와 신한은행 지분을 합치면 13.16%로 국민연금 보유 지분을 넘어선다. 다만 정치권 반응에 민감한 금융기관이 KT 이사회의 바람대로 백기사 역할을 맡을지는 확실치 않다.

현대차 행보도 KT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현대차 측은 "대주주(국민연금)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황창규 회장의 퇴임과 함께 불거진 '상왕' 논란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 전 회장의 모습과 현재 구현모 대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것.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복심'으로 불렸던 구현모 당시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이 대표직에 인선된 과정은, 현재 윤경림 사장의 인선 과정과 많이 닮았다. 

당시에도 황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KT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윤 사장이 차기 대표가 되더라도, 경영 전반에 구 대표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사진= 시장경제신문DB
국민연금공단. 사진= 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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