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변협 '로톡 고사작전'에 철퇴... 본질은 '공정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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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변협 '로톡 고사작전'에 철퇴... 본질은 '공정성 회복'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3.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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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어 공정위도 ‘로톡 광고 플랫폼’ 합법
"로톡 가입징계 변협 행위는 부당한 경쟁제한"
변협-서울변회에 과징금 상한액 각 10억 부과
'민간 법률플랫폼 금지' 변협 위법성 확인
공정위 제재에 변협 내부 이견... 집행부 '난감'
"공정위 제재, '공정질서 회복' 現정부 정책 부합"
로톡 브랜드 캠페인 지하통로 옥외광고. 사진=연합뉴스
로톡 브랜드 캠페인 지하통로 옥외광고. 사진=연합뉴스

로앤컴퍼니의 온라인 법률플랫폼 서비스 '로톡'이 등장한 이후, 국내 리걸테크 산업에도 태동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견제에 나섰고, 양측 갈등은 법정으로 향했다. 제한적으로나마 변협과 로톡 사이 대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변협 집행부는 강성 기조를 고집하며 '로톡 고사작전'을 밀어붙였다. 

변협이 일방적으로 로톡을 몰아세우는 흐름은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의 제재결정을 계기로 급변하는 모양새다.

이달 23일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특정 법률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 및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사업자의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로톡은 변호사법이 허용하는 '광고형 플랫폼'인 만큼, 변협의 로톡 이용금지 방침과 소속 변호사 징계는 위법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의 법적 근거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51조 1항 3호'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제6조 1항' 등이 적용됐다. 과징금의 경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이 정한 상한액 10억원을 변협과 서울변회에 각각 부과했다.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에게 특정 플랫폼 이용금지·탈퇴를 종용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행위를 두고, 공정위가 제재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협과 서울변회에 법률이 정한 상한액 상당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은,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매우 위중하게 인식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변협은 2021년 5월 소속 변호사들의 법률플랫폼 서비스 이용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 윤리장전'을 전면 개정했다. 해당 규정을 근거로 변협은 로톡 서비스에 가입한 소속 변호사 1440명에게 소명서와 탈퇴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조사위원회 회부를 통보했다. 

변협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구성사업자의 광고·사업활동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지난 2일 공정위에 허위정보 표시로 10억원 과징금 철퇴를 받은 넥슨. 최근 출시된 ‘오버히트 3월 영웅 패키지’ 광고에서도 과장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공정위 변협 제재... '자율 강조' 현 정부 경제정책 부합   

특히, 공정위는 변호사법이 명시적으로 컴퓨터·통신 등 각종 매체를 이용한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변호사법 제23조는 '변호사와 법무법인 등은 신문·잡지·방송·컴퓨터통신 등 매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심을 거듭해 온 공정위가 법률플랫폼 활성화로 기울면서, 윤석열 정부 기업정책 핵심인 '공정거래질서 회복과 기업의 자율권 확대' 기조가 현장에 착근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에 위반되지 않으면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자는 게 정부 기조"라며 "다만, 부당하게 권리를 남용하고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는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제재처분은 52대 변협 집행부를 이끌어야 하는 김영훈 신임 변협 회장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전임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역임한 김 신임 회장은 강경한 '로톡 불가론자'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로톡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도 2021년 8월 24일 유권해석을 통해 로톡 서비스를 '합법'으로 판단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리걸테크 활성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변협 입장에선 로톡과의 갈등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법 위반 여부와 별론으로, 변협의 '로톡 죽이기'는 그들 스스로 리걸테크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유연한 시각으로 민간 법률플랫폼 활성화에 보조를 맞춘 미국·일본 변호사단체의 사뭇 다른 행보는 변협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협 내부소식에 밝은 한 변호사는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한다는 방침에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충분히 다른 방향으로 풀 수 있었던 사안인데도, 집행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한 변협 내부 여론은 집행부를 향한 옹호와 비판이 혼재돼 있다"며 "차기 집행부 인사들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진=대한변협
사진=대한변협

 

한숨 돌린 로톡... 행정소송 통해 뒤집기 노리는 변협 

변협은 공정위 제재 결정에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취소소송 절차를 밟는 한편, 52대 신임 집행부 출범에 맞춰 내부 분위기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공식 입장을 통해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 근거가 되는 규정을 제정,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행위는 근본적으로 행정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는 공정위의 관장사항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심사 권한 자체도 없으며, 내용과 절차 또한 심하게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비난했다. 변협은 "불복 소송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절차를 밟아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신임 회장도 지난달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변협 정기총회 취임사에서 "법률시장 공공성 수호를 위해, 사설플랫폼에 엄정 대응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비', 법률플랫폼 기업을 '상인'에 비유하면서 변협의 민간 법률플랫폼 규제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변협이 공정위 제재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 나선다고 해도,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는 부가가치세법상 과세사업자이자 일반과세자에 해당된다. 개인 혹은 법인사업자(로펌)의 차이는 있지만 사업자로서의 성격을 부인할 수는 없다. 변호사의 사업자등록상 업태는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며 종목은 '변호사업'이다.

공정위 처분에 대해 일각에서는 변호사단체를 일반적인 사업자단체로 볼 수 없다거나 변호사를 구성사업자로 보는 건 그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이 있으나 변호사의 사업자적 성격은 부가가치세법상 명백하다.

'소속 변호사에게 로톡 관련 안내를 한 것은 행정행위에 해당되므로 공정위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항변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억지스럽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아 이윤을 창출하는 구성사업자"라며 "변협을 사업자단체로 본 공정위 판단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협은 공정위 처분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행정소송을 청구하겠지만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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