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동성당에 우뚝 선 '블랙트리'... "헐벗은 나무에서 의미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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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동성당에 우뚝 선 '블랙트리'... "헐벗은 나무에서 의미 전달"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2.12.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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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 조성현 교수 인터뷰
희망브리지 '블랙트리 캠페인' 기획자로 참여
강원도 산불 폐목 트리 제작, 명동성당 설치
7m 높이 트리 위 재난 이후 싹트는 희망 표현
산불 피해 재발 방지, 모두에게 경각심 목적
35년 경력 광고 전문가, 기후 위기 대응 관심
프로젝트팀 구축해 기후 위기 대응 위해 노력
한성대 조성현 교수는 '블랙트리 캠페인'에 대해 "산불로 인해 불에 탄 폐목을 활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설치미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한성대 조성현 교수는 '블랙트리 캠페인'에 대해 "산불로 인해 불에 탄 폐목을 활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설치미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최근 명동성당에 설치된 블랙트리가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7m 높이로 화려함 보다는 앙상한 잔해를 연상시키는 블랙트리가 명동성당 입구에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트리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해마다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과 기후재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블랙트리 캠페인'은 산불로 인해 불에 탄 폐목을 활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설치미술 프로젝트로, 이번에 사용된 나무는 과거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원도에서 수거된 것이다.

시장경제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번 블랙트리 캠페인을 기획한 한성대학교 조성현 교수를 만나 블랙트리가 갖는 의미를 직접 들어 봤다.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정말 오래된 사회공헌 단체인데 아는 사람들이 드물어 안타깝다.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설립한 순수 민간단체다. 또한 국내 자연재해 피해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정구호단체다.

공익법인 평가 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표하는 공익법인 투명성, 재무안정성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는 등 국민 성금을 투명하게 배분하고 집행해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다른 사회공헌 단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다양한 광고,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희망브리지는 오랜 세월 사회공헌 활동에만 집중해 오면서 타 기관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이번 블랙트리 캠페인 참여 목적에는 이런 단체를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고, 뜻 있는 행사에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블랙트리 캠페인 기획자로 참여한 조성현 교수는 블랙트리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해 함께 공감하길 원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블랙트리 캠페인 기획자로 참여한 조성현 교수는 블랙트리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해 함께 공감하길 원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 블랙트리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동기도 알고 싶다.

“지난 5월 강원도 산불 현장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상상도 못한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자연은 절대 용서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참혹한 모습에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고민을 통해 희망브리지를 통해 프리젠테이션을 4회 진행했다. 특히 오랜 시간 광고, 홍보 관련 일을 해왔고 대학에서 관련 내용을 강의하면서 공익 캠페인도 변화해야 된다는 생각을 기획에 녹여 냈다.

과거 광고나 홍보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을 통해 간접적인 전달을 해 왔다. 하지만 미디어 트렌드가 급변하고 사람들의 관심사도 바뀌면서 더 이상 이들 매체를 통한 외침만으로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

일례로 과거 금연 광고를 3~4편 찍었지만 금연 광고를 보고 금연을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해마다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공익 광고도 대상이 직접 체험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블랙트리 캠페인을 기획했다. 직접 보고, 느끼고, 공감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과 행동의 변화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기후 위기를 아무리 방송에서 이야기해도 직접 체험하고 공감하지 않는 다면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결국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행동해야 한다.”

조 교수는 블랙트리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먼 곳에서 나무의 형태만을 보지 말고 직접 앞에서 뿌리부터 보길 권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조 교수는 블랙트리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먼 곳에서 나무의 형태만을 보지 말고 직접 앞에서 뿌리부터 보길 권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 블랙트리가 갖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블랙트리 캠페인의 슬로건은 ‘재난에서 희망으로’다.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트리는 화려함으로 연상된다. 실제로 최근 백화점들에 화려한 트리와 조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반성하고, 나눔을 실천해야 하는 시간들이다. 블랙트리는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기후 대응에 대한 경각심을 전하고 나아가 작은 희망을 표현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래서 블랙트리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먼 곳에서 나무의 형태만을 보지 말고 직접 앞에서 뿌리부터 보길 권한다.

블랙트리는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 가져온 나무로 제작했다. 화려함 보다는 헐벗고 다 타버린 나무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나무 맨 위에 새싹을 내려놓으면서 희망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목적성을 갖는 공공 광고는 의도가 분명하게 전달돼야 한다. 때문에 블랙트리는 정확하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기획 포인트가 있다.”

- 캠페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기획했다고 들었다.

“희망브리지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크리스마스 소원을 남기는 ‘소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블랙트리를 찍은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SNS에 인증하는 ‘인증샷 이벤트’를 24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진행한다.

두 이벤트 모두 당첨자에게 업사이클링 카드지갑과 커피 기프티콘, 손난로 보조 배터리 등의 증정품을 제공한다. 이번 이벤트는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환경,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 개인적으로도 기후 위기 대응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오랜 시간 광고 분야에 종사했고, 이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판매하는 목적성에만 치우쳐 작업을 해왔던 것을 깨달았다. 정말 필요한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광고하고 홍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으로 희망브리지에 참여했고 4년여 전부터는 프로젝트 그룹인 ‘더 좋은 내 일’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에코홀더를 제작해 환경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사실 그동안 환경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조 교수는 "올해는 블랙트리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이후에는 홍수, 폐지, 폐플라스틱, 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설치미술로 제작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조 교수는 "올해는 블랙트리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이후에는 홍수, 폐지, 폐플라스틱, 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설치미술로 제작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 앞으로 목표나 계획도 듣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우선 이번 블랙트리는 교구청의 도움으로 명동성당에 설치됐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사실 잘 모른다. 그래서 내년에도 명동성당에서 블랙트리가 설치되길 희망한다.

또한 내년에는 전국 10여곳의 상징적인 공간에 블랙트리가 설치되고 많은 기업인들이 기부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수많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많은 이들이 블랙트리를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최근 ESG는 기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다양한 활동을 통해 ESG를 실천하고 있다. 블랙트리는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와도 부합되는 설치물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블랙트리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이후에는 홍수, 폐지, 폐플라스틱, 출산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설치미술로 제작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싶다.

오랜 시간 광고를 만들어 왔지만 광고로 변하는 세상은 없다. 또한 이제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 직접 체험하고 공감해야 한다. 공익 광고 역시 변해야 한다. 블랙트리가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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