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다들 합법이라는데... 로톡 '말려 죽이기' 나선 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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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다들 합법이라는데... 로톡 '말려 죽이기' 나선 변협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11.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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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로톡 가입 회원 징계 강행... 논란 가열
헌재 '일부 위헌' 판단 불구, "징계 합법" 고수
법무부 "로톡, 변호사법 위반 해당 안 돼"
공정위, 변협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심의 착수
윤상현 의원 "이익단체, 기술혁신 방해" 일침

<편집자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지난달 17일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강행한 것과 관련, 법조계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변협은 최대 과태료 300만원을 의결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변협이 로톡을 고사시키기 위한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협 징계의 근거는 지난해 5월 개정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다. 변협이 만든 동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올해 5월 일부 조항이 헌법에 반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위 규정 중 ▲4조 14호(협회의 유권해석에 반하는 광고 금지) ▲8조 2항 4호(협회의 유권해석에 위반되는 행위를 목적 또는 수단으로 행하는 경우) 등은 재판관 전원이 위헌으로 봤다. ▲5조 2항 1호(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변호사 광고'가 갖는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그 내용이나 방법적 측면에서 합리적 규제는 필요하지만, 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기본 취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협은 "헌재가 변호사 징계 근거조항에 사실상의 '합헌' 판단을 내렸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 일각에선 '아전인수'나 다름없는 해석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지만, 변협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로톡 가입 변호사가 현재 약 2000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협이 이번 징계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징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협의 행태에 대해서는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물론,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리걸테크' 분야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대적 흐름을 역행한다는 비판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미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은 로톡 서비스를 '합법'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들 기관은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래폼의 본질을 '알선 내지 중개'가 아닌 '광고'로 보고,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 표현에선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 내용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경제>는 변협-로톡 간 갈등의 배경과 쟁점을 정리했다.

로톡 브랜드 캠페인 지하통로 옥외광고. 사진=로앤컴퍼니
로톡 브랜드 캠페인 지하통로 옥외광고. 사진=로앤컴퍼니

 

'로톡' 플랫폼 "광고냐 중개냐"... 법무부 '합법' 판단

변협과 로앤컴퍼니 간 갈등의 핵심은 로톡이라는 플랫폼의 성질을 '광고'로 볼 것인지, 아니면 '알선 내지 중개'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판단의 기준은 ▲변호사와 이용자 간 계약체결에 플랫폼 기업 관여 유무 ▲플랫폼 기업 수익 창출 방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개형' 플랫폼은 변호사법과 변협의 '변호사 광고규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광고 플랫폼의 경우에는 금지 규정이 없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변호사와 이용자 간 계약에 관여하지 않고 변호사로부터 광고게재대가로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 받는다면, '중개'가 아니라 '광고'로 볼 여지가 크다. 이와 달리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비용을 수취했다면 '중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온라인 법률 플랫폼 관련 브리핑에서 "로톡은 중개형이 아닌 광고형 플랫폼"이라며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법무부는 "현행 로톡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취득하는 방식이 아니"라며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개형 플랫폼은 사건 의뢰인을 변호사에게 알선 혹은 중개하고 그 대가를 취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된다. 광고형 플랫폼은 단순히 온라인 상에 광고 공간을 제공하고, 정해진 광고료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변호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 ① 누구든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사전에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

2.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

②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소개ㆍ알선 또는 유인의 대가로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여서는 아니된다.

대한변협의 '변호사 광고규정'은 변호사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법무부가 위와 같은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힌 사실은, 로톡에 대한 정부의 공식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헌재 "다양한 매체 광고 허용... 일률적 금지 안돼"

법무부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변협은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해 '광고 플랫폼'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규정 제5조 2항 1호는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 기타 경제적 대가(알선료, 중개료, 수수료, 회비, 가입비, 광고비 등 명칭과 정기·비정기 형식을 불문)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 윤리장전에 제31조 4항 4호를 신설, '변호사는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헌재는 변호사 광고 규정 제5조 2항 1호에 대해 6대 3으로 '위헌' 판단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인용해, "동 조항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각종 매체를 통한 변호사 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변호사법 제23조 1항의 취지에 비춰 볼 때, 변호사 등이 다양한 매체의 광고업자에게 광고비를 지급하고 광고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위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2일 공정위에 허위정보 표시로 10억원 과징금 철퇴를 받은 넥슨. 최근 출시된 ‘오버히트 3월 영웅 패키지’ 광고에서도 과장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로부터 허위정보 표시 혐의로 10억원 과징금 제재를 받은 넥슨. 최근 출시된 ‘오버히트 3월 영웅 패키지’ 광고에서도 과장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 변협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심의 

변협의 입장과는 달리, 공정위와 경찰, 검찰 등 주요 국가기관은 로톡 서비스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렸다.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 2016년 9월 대한변협이 각각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4월과 2017년 1월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2020년 들어 직역수호변호사단이 동일한 혐의로 다시 고발에 나섰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무혐의 의견을 붙여 불송치 결정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이 올해 1월 다시 이의신청을 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종전과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로톡이 사건 수임 여부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의뢰인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가 없다"고 부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11월 “변협은 사업자단체에 해당하는 만큼,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변협 규정은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변호사 광고규정 행위 역시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변협이 징계권을 바탕으로 소속 변호사에 대한 로톡 탈퇴를 종용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로톡 이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공정위 국정감사와 관련, "플랫폼과 이익단체 간 신구 갈등이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다"며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이익단체의 불공정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광고 플랫폼을 통해 국민에게 폭 넒은 변호사 선택권을 부여,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며 "변호사와 의뢰인이 대등한 관계에서 보수 등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 수임질서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로톡 등 토종 리걸테크 기업들이 협회·단체의 제재로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해외 리걸테크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윤 의원의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슨(Tracxn)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6694곳, 투자 규모는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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