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규 부회장 "화장품 정부 인증, 시장 니즈 따라가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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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부회장 "화장품 정부 인증, 시장 니즈 따라가지 못해"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2.09.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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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K-뷰티 포럼에서 규제 혁신 목소리
기능성화장품 제도, 새로운 혁신 제품 개발 규제
사전심사·보고 제도 폐지...효능은 기업 실증 책임
정부 중심 인증체계도 폐지, 시장 중심 전환 요구
화장품 광고 규제도 민간자율기구 도입 전환 제안
올해 식약처가 강도 높은 화장품 업계 표시 규정 위반을 적발하며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이 기능성화장품 제도 폐지와 민간주도시장중심 환경 조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제안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올해 식약처가 강도 높은 화장품 업계 표시 규정 위반을 적발하며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이 기능성화장품 제도 폐지와 민간주도시장중심 환경 조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정부에 제안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최지흥 기자

올해 식약처가 화장품 표시 규정 위반을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이 기능성화장품 제도 폐지와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이명규 부회장은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K-뷰티 포럼’ 세미나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가 처한 위기를 여과 없이 토로했다.

하나증권 박종대 수석연구위원에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한 수출 감소를 보이고 있는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2016년 한류 열풍 확대와 함께 한국 화장품의 중국(홍콩 포함) 수출은 전체 수출 중 67.3%에 달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도 800만명으로 이들의 1인당 평균 화장품 구매액은 23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발 사드 정국과 2019년 코로나 확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중국은 로컬 브랜드의 급성장과 해외 럭셔리 브랜드 성장세로 국내 화장품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2018년 더페이스샵, 2019년 클리오, 2021년 에뛰드 등 중국 내에서 성장 중이던 국내 로드숍들이 잇달아 철수했으며, 올해는 역대급 수출 감소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통계 자료에서도 2022년 7월까지 누계 화장품 수출 실적은 11.3%나 감소했으며, 대 중국 수출은 22.4%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전국에 5,468개였던 로드숍은 2021년 2,188개로 60%가 감소했으며 원브랜드숍 매출도 크게 하락했다. 그동안 잘나가던 해외 직구 역시 올해 상반기 65.7%가 줄어들었으며, 면세점 매출도 중국 관광객 감소와 소형 따이공(보따리상)들의 이탈로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쇼핑몰 내에서도 화장품은 상반기에 소비재 제품 중 유일하게 16.1%가 감소했다.

이명규 부회장은 "세계 화장품 트렌드를 이끌어갈 혁신 기술, 혁신 제품 등의 역량 미흡으로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짧은 역사 속에서 큰 성장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세계 100대 기업에 드는 곳은 단 3개뿐이며 ODM에 의존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대다수라는 설명이다.

이어 "최근 BTS와 블랙핑크 등 K-팝과 기생충 등 K-영화, 오징어게임 등 K-드라마의 선전으로 제2의 한류 바람이 불면서 제2의 K-뷰티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화장품의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주도적 관리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을 위해 규제도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명규 부회장은 기능성화장품 심사, 정부인증 등 사전 규제의 변화를 건의했다. 기능성화장품 사전 심사, 보고에 따른 정부의존도 심화로 기업의 제품개발 투자와 역량 축소, 혁신 제품 개발보다는 '미투 제품' 양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인증이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인증과의 부조화, 인증심사 유연성 저하 등으로 산업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서 민간인증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기능성화장품은 사전 심사·보고 폐지를 통해 기업이 효능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운영 중인 천연·유기농화장품 정부 인증을 폐지하고 할랄과 비건 등의 화장품만 민간인증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현재 운영 중인 CGMP를 국제 표준 GMP(ISO 22716)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수출을 위한 국제 표준 ISO GMP 인증과 해외 바이어, 유통업체 등의 요구에 따른 정부 인증의 이중 인증으로 중복 심사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CGMP는 제조업체 권장 사항으로 식약처에 신청한 제조업체에 한해 CGMP 적합업소 지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제조업체 4,427개 중 3.5%인 157개사만이 CGMP 적합업체로 인증 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국제 표준 ISO GMP를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 GMP가 의무화인 유럽에서도 최근 정부 기관 또는 제3자에 의한 사전심사, 인증 없이 셀프 GMP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명규 부회장은 규제 해소뿐 아니라 화장품 안전에 대한 새로운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수출국의 안전 요구 수준에 맞춰 국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단계적인 안전관리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중국의 안전성평가자를 통한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이나 유럽의 안전성 평가와 책임자 안전성평가보고서 작성 등을 국내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안전성 DB 구축 지원, 안전성전문가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규 부회장은 “화장품법은 1999년 약사법에서 독립해 별도로 제정됐지만 현재까지 의약품적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부주도 관리가 아닌 민간주도 시장 규제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명규 부회장은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사전 심사, 보고 폐지로 효능을 기업이 실증 책임을 지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천연, 유기농화장품 정부 인증을 폐지하고 할랄과 비건 등의 화장품 인증만 허용해 민간인증체계로 전환할 것을 건의했다.사진=최지흥 기자
이명규 부회장은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사전 심사, 보고 폐지로 효능을 기업이 실증 책임을 지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천연, 유기농화장품 정부 인증을 폐지하고 할랄과 비건 등의 화장품 인증만 허용해 민간인증체계로 전환할 것을 건의했다.사진=최지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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